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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사망 25년, 왜 지금 박정희인가

“박근혜 대표는 부친 과오 제대로 알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유신 피해자’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박근혜 대표는 부친 과오 제대로 알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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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로 이승만 독재정권이 무너진 후 혁명의 열기가 통일운동으로 옮아갔어요. 한편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는 감격이 잦아들면서 연일 벌어지는 시위에 대한 거부감이 표출되기 시작했죠. 특히 통일운동은 극우 반공적 분위기와 크게 부딪쳤어요. 그런 분위기를 틈타 5·16이 발발한 겁니다.”

-당시에도 박 전 대통령의 좌익 경력이 알려졌었나요.

“1963년 대선 때 윤보선 후보측에서 사상논쟁에 불을 지피면서 처음 알려졌지요. 박정희의 여순반란사건 관련사실을 폭로한 것이지요. 하지만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좌익의혹을 부채질한 건 거물간첩 황태성 사건이었어요. 5·16 직후 남파된 황태성은, 좌익활동을 하다 경찰 총에 맞아 숨진 박정희의 형 박상희의 절친한 친구였습니다. 박상희는 김종필의 장인이고요. 서울에 온 황태성이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까지 만났는지는 확실치 않아요. 어쨌든 황태성은 체포돼 사형에 처해졌지요.

이런 일들로 박정희 정권이 좌파적 색채를 띠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정작 학생들 생각은 달랐어요. 박정희 자신이 반공을 국시로 내세운다고 했고 4·19 이후 탄생한 많은 단체와 정당을 좌파로 몰아 탄압하고 관계자들을 죽이고 했거든요. 그런 걸 보고 좌파경력이 있는지는 몰라도 좌파는 아니라고 생각했지요. 그저 (여순반란사건 때) 자기 혼자 살기 위해 많은 사람을 희생시킨 사람 정도로 알고 있었죠.”

“독재만이 경제발전과 양립하는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때 좌익활동을 한 데는 형 박상희의 죽음이 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상희와 황태성은 항일운동 동지다. 박상희는 구미에서, 황태성은 김천에서 활동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황태성이 박상희의 중매를 섰을 정도로 가까웠다.

대구폭동사건은 두 사람을 생과 사의 갈림길로 이끌었다. 주동자 중 한 명으로 알려진 박상희는 경찰 진압과정에 피살됐고 역시 주모자로 몰린 황태성은 몸을 피했다가 월북했다. 황태성이 5·16 직후 북한의 밀사로 남파된 데는 박정희 집안과의 이런 개인적 인연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부영 의장은 8월20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군내 프락치 총책’이라고 지칭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프락치 총책’이라는 표현은 좀 심한 것 아닌가요.

“그럼, 군 내부 좌익조직의 총책이라고 하면 되나? 당시 그 사건을 보도한 신문기사 제목이 ‘프락치 총책’이에요.”

-박 전 대통령이 사상적으로 투철한 좌익은 아니었잖아요. 형의 죽음과 광복 이후 어수선한 사회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것 아닌가요. 또 이후 그의 행적을 살펴봤을 때….

“박정희가 군에 들어갔으니 형 박상희와 선배들이 집중적으로 포섭하려고 했을 것 아니에요. 상당히 광범위하게 포섭작업을 벌였지. 여순반란 주동자인 김지회가 박정희의 육사 동기예요.”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최고의 대통령으로 꼽히고 있다. IMF사태 이후 두드러진 ‘박정희 부활현상’은 지금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난 총선 때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현 대표를 내세워 기사회생한 것이 단적인 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인기가 높은데,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한마디로 정리하긴 어려워요. 옛날은 다 아름답고 그리운 것이고 과거는 다 미화되게 마련입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의 저변에는 박정희 시대에 가난을 극복했다는 신화적인 의식이 짙게 깔려 있어요. 그 시대엔 다들 엄청 고생했잖아요. 농촌이 해체되고, 농민의 아들딸이 도시에 진출해 공장 노동자로 일하고, 서독에 가서 광부로 간호원으로 일하고, 중동의 건설현장에서 그리고 베트남전에 참전해서 목숨 걸고 달러를 벌고…. 그런 고생이 지금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들이 지금 기성세대를 이루고 있는 것이지요. 자기들의 희생 덕분에 오늘날 우리나라가 잘살게 됐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을 것 아니에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이 과연 민주주의시대를 거쳤다면 경제성장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인가 하는 의문입니다. 과연 경제성장은 서양에서만 민주주의와 함께 가능하고 동양에서는 안 되는가. 동양적 독재만이 경제발전과 양립하는가. 그런 숙제가 남아 있는 거요.

박정희 신화는 독재를 해야만 경제성장이 된다는 논리와 연결되면서 우리 사회가 열린사회로 진보하는 것을 막고 있어요. 박정희 부활현상은 독재에 대한 병적인 향수입니다. 한 사회가 경제발전을 하는 데 독재가 아니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대해 심각하게 논쟁을 해볼 필요가 있어요. 세계적인 논쟁거리가 될 거요.”

-박 전 대통령의 경제발전 공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인가요.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인정한다는 거지. 그렇지만 민주주의를 하면 경제성장을 할 수 없다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은 인정 못하지. 독재를 해야만 경제성장을 한다는. 아직도 한나라당 안에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맹목적인 신앙을 갖고 우리 사회가 열린사회로 나아가는 데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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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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