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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오른 美 CIA의 정체성

‘해체냐 개혁이냐’ 논란 속 펜타곤과 밥그릇 싸움

  • 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도마 오른 美 CIA의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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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에서 거론되는 정보기구 개혁안에 대해서는 펜타곤(미 국방부)도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다. 개혁안에 따르면 펜타곤이 관할하는 국방정보국(DIA), 국가안보국(NSA), 국가정찰국(NRO)이 펜타곤으로부터 분리된다. 특히 펜타곤 쪽에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DIA의 기능 가운데 하나인 첩보활동 부문을 따로 떼어내 곧 만들어질 것으로 보이는 국가정보국이 통제하는 독립기구로 만든다는 안이다.

CIA와 펜타곤은 의회에서 논의되는 정보기구 개혁안이 실현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중요한 시기에 국가의 정보기능에 손상을 줄 것이란 논리를 내세워 저항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보기구 개편안에 관한 한 민주당의 반응은 미적지근한 편이다.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의 국가안보보좌역 랜드 비어스는 “개편안이 케리 후보의 제안과 비슷하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개편안을 실행하려면 민주·공화 양당의 초당적 지지가 필요하다”며 일단은 유보적 입장이다.

펜타곤은 9·11조사위원회가 ‘9·11 보고서’를 통해 권고하고, 부시 대통령이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한 국가정보국장 신설안에 대해서도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국가정보국장 신설안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8월17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해 “정보체계의 어떤 변화도 전쟁 수행자들과 정보수집기관 사이에 새로운 장벽이나 여과기를 만들어선 안 된다”며 국가정보국장 신설에 대해 우회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자신의 통제 아래 있는 군 정보기관들이 펜타곤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반길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속내다.

그러나 럼스펠드의 뜻과는 달리 9월 중순 현재 국가정보국장직을 신설하고 예산권을 준다는 내용의 그림이 그려졌다. 9월8일 부시 대통령은 미 의회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9·11조사위원회의 권고안대로 국가정보국장에게 15개 정보기관의 예산권을 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보기관의 파워는 예산이 얼마나 뒷받침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15개 미 정보기관의 1년 예산 규모는 약 400억달러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는 펜타곤이 전체 예산의 80%를 컨트롤해왔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미 의회 지도자들에게 밝힌 안에 따르면, 신설되는 국가정보국장이 전체 정보기관 예산의 75%를 주관하고, 나머지 25%를 펜타곤이 주무르게 된다. 지난 8월초 부시 대통령이 9·11조사위원회의 국가정보국장직 신설 권고안을 형식적으로 받아들일 때만 해도 예산에 관한 한 예전대로 펜타곤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입장이었다.

실제로 부시와 콘돌리자 라이스 보좌관은 처음엔 형식상 국가정보국장직을 마련하려 했다. 예산권을 주지 않으려 한 것도 그런 의도에서다. 그러나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판단을 바꿨다. 조지프 리버만 상원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예산권이 없는 정보기관장은 허수아비나 다름없다”며 부시의 태도를 비판했고, 존 맥케인 상원의원을 비롯한 일부 공화당 의원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들은 ‘리버만-맥케인 법안’을 내놓고 국가정보국장직 신설을 11월2일 미 대선 전까지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키신저의 반론

그러나 국가정보원장직 신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보기관의 성격상 대통령 직속의 국가정보원장직을 새로 만드는 것은 옥상옥(屋上屋)이라는 것이 반론의 요지다.

국가의 정책결정을 합리적인 것으로 보고 힘(power)을 중시하는 현재 국제정치학계의 주류 현실주의 학파의 리더이자 미 보수정객의 좌장격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8월 중순 ‘트리뷴 미디어 서비스 인터내셔널(TMSI)’에 기고한 칼럼에서 다음과 같은 논리로 국가정보국장직 신설안에 반대했다.

“국가정보국장을 대통령 산하에 두면 첩보기능의 구분을 침해함으로써 정보기관들이 정책결정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쳐 정보분석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마찬가지로 미국의 국내외 정보활동을 대통령 직속의 단일 책임자 밑에 통합시키고 아무런 견제장치를 두지 않는 것도 걱정스럽다”

헨리 키신저는 지난 30년간 미국이 겪은 네 가지 중대한 정보 실패 사례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1973년 중동전 ▲새로운 핵확산 위협을 촉발한 1998년 인도 핵실험 ▲9·11테러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적발 실패를 꼽았다. 이 가운데 9·11테러를 제외한 나머지 사건의 경우 사실 자체는 파악하고 있었지만 그 의미를 해석하는 데 오류가 있었다는 게 키신저의 분석이다(9·11조사위원회도 9·11테러를 막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개별 사실들을 종합하는 상상력의 실패’라고 보았다).

키신저는 “정보 실패는 정보수집과 기능조정이 부적절했기 때문이 아니라 정보의 평가단계에서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국가정보국장직 신설의 대안으로 국내외 정보활동은 별도로 유지하되 사안별로 태스크포스를 통해 협력토록 하고, 정보활동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는 특별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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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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