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찬바람이서산 서남 들녘과 바다를 밀물처럼 하얗게 덮을 때바람의 이랑 내려다뵈는 조비산(鳥飛山) 허리에서우연히 만나부드런 죽로차 마시며 담소한 일이 벌써 반년이군요.선물로 주신 차,물 끓이고 70도 언저리로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되는기다리는 시간이 무언지 늘 새로 느끼게 하는그 까다로운 차를,이제 집 밖에서 그리워하게끔 되었습니다.차의 부드러움이 모르는 새속마음을 얼마나 정교하게 짚어내기도 하는지한 마리 조그만 개미가 되어 두 더듬이를 비비며찻잔 앞을 긴 적도 두어 번 됩니다.우연도 인연이라는 불가(佛家)의 말은 잠시 접읍시다.우연만으로도 모처럼 환합니다. 오늘은개미 하나가 식은 죽로 잔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을건져주었습니다.
신동아 2004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