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장님, 오늘 연극 있는 거 아시죠?”
“알지. 그런데 오늘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안 되겠다. 내일 가마.”
“정말이죠. 내일은 꼭 오실 거죠?”
“임마, 알았다니까. 내일은 꼭 간다니까.”
“(까르르) 총장님 그럼 내일 뵐게요.”
총장에게 거리낌없이 달려드는 학생이나, 속어를 섞어가며 학생에게 친근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총장. 여간해서 보기 어려운 정경이다. 성공회대 학생들은 김 총장을 보면 깍듯이 인사를 건네고, 김 총장은 학생들을 친손자, 손녀 대하듯 따스한 눈길과 한마디 덕담으로 반긴다.
교수들과도 격의 없기는 마찬가지. 교수들에게 김 총장은 정신적 아버지이자 인생 선배다. 김 총장의 헌신적인 자세와 열린 마음 덕분이다.
지난 2000년 김 총장이 부임한 이후 성공회대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교문과 담이 헐리고 주차장과 도서관, 식당이 주민에게 개방됐다. 총장 판공비도 사라졌다. 그 돈이면 학생 몇 명에게 장학금을 더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측은 이런 노력을 높이 평가해 지난 7월 4년 임기를 마친 김 총장을 재선임했다.
김 총장은 학교 밖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면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목소리를 낸다. 이라크 파병철회를 위한 국민대표단, 대통령 사과와 탄핵철회를 위한 시민사회원로들의 시국성명 등에도 종교지도자로 참여했다. 또 사단법인 ‘열린문화’의 이사장, 사단법인 ‘사랑의 친구들’ 회장, ‘사회연대은행’ 이사장, ‘푸르메 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김 총장은 뜻이 통하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어느 자리든 마다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