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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게 경영을 묻다 ②

폭력과 돈이 아닌 말이 통하게 仁政 하라!

  • 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폭력과 돈이 아닌 말이 통하게 仁政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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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기만 하고 꽉 막혀

절망과 공포는 분노와 증오를 동반한다. 마을마다 시체더미에서 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현실에 대한 분노의 강을 건널 때라야 비로소 사태에 대한 냉정한 성찰과 객관적 진단이 가능할 것이다. 평화로운 인간사회에 대한 꿈이 아무리 절실할지라도 당대 현실에 대한 성찰과 진단이 없으면 한낱 몽상에 불과한 것이다. 내일의 꿈이 몽상이 아니라 이상이 되기 위해선 타락한 시대에 대한 증오는 필수적이다. 이때 증오는 ‘강낭콩꽃보다 더 푸르고’ 그 분노는 ‘양귀비꽃보다 더 붉은’ 것이다.

공자사상의 핵심어가 ‘사랑’을 뜻하는 인(仁)임은 잘 알려져 있는데, ‘인’을 주로 다룬 ‘논어’ 제4권 ‘이인’편에 증오(惡)라는 단어가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좋은 말로 사랑하기를 격려해도 시원치 않을 것 같은데 나쁜 것을 철저하게 미워하는 것이 ‘인’을 실현하는 방법이라는 매서운 구절들이 들어있다. 어쩌면 유교는 ‘칼의 종교’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드는 것도 이런 대목에서다. 공자사상의 밑바탕에는 분노와 증오가 깔려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음 문답을 보자.

제자 자공(子貢)이 여쭈었다. “선생님도 미워하는 것이 있는지요?”

공자, 말씀하시다. “미워하는 게 있지. 남의 잘못을 떠벌리는 것을 미워하고, 낮은 데 있으면서 윗사람 헐뜯는 것을 미워하고, 용맹스럽기만 하고 무례한 것을 미워하며, ‘과감하기만 하고 꽉 막힌 것’을 미워한다네.”



공자가 물었다. “자네도 미워하는 것이 있는가?”

“주워들은 걸로 자기 지식인 양 여기는 짓, 불손함을 용기로 아는 짓, 그리고 고자질을 정직으로 여기는 것을 미워합니다.” (논어, 17:24)

미워할 대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증오하는 것, 이것이 공자의 또 한 면모임을 알겠다. 다만 그것은 사사로이 자아낸 감정이 아니라, 대상의 잘못에서 비롯된 공분(公憤)이다. 그러므로 그 증오는 오로지 미움을 받아 마땅한 대상에게만 주어질 뿐, 다른 데로는 옮겨지지 아니한다. “분노를 옮기지 아니함”(不遷怒·논어, 6:2)이라는 말이 바로 이 점을 드러낸 것인데, 정녕 무섭도록 맑은 거울을 가슴속에 품었다는 뜻이니 전율할 일이다.

여기서 공자는 네 가지 인간유형을 미워한다고 털어놓는다. 첫째는 남의 잘못을 떠벌리는 짓, 둘째 지위가 낮으면서 윗사람을 헐뜯는 짓, 셋째 용맹스럽기만 하고 무례한 짓, 그리고 넷째 과감하기만 하고 꽉 막힌 놈을 증오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마지막의 ‘과감하기만 하고 꽉 막힌 것’을 미워한다는 지적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하리라. 여기 ‘꽉 막힌 것’(窒)은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뜻이요, ‘과감하다’는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을 전부로 생각하고 마구 행동하는 짓을 의미한다. 성찰하지 않는 인간, 귀를 막은 인간의 행태를 춘추시대의 질병으로 진단한 것이다.

‘귀 막음’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자공의 증오가 이 대목을 겨눈다. 그는 “주워들은 걸 자기 지식인 양 여기는 짓”, 곧 사이비 지식이 ‘귀 막음’의 뿌리라고 지목한다. 올바로 알려하지 않고 고작 제 입맛에 맞는 정보에만 귀를 열고 또 그걸 바탕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짓, 세상 변한 것은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제 살아온 경험만을 진리로 여기는 몽매함, 이들이 다 소통장애의 뿌리라는 얘기다. 공자의 증오와 관련하여 한 대목 더 살펴보자.

미생묘(微生畝)가 공자를 두고 말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여기저기 분주하신가? 너무 말만 번지레한 것 아니신가?”

공자가 말했다. “말만 앞세우려던 것은 아니나 ‘꽉 막힌 세태가 미워서’(疾固) 분주하답니다.” (논어,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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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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