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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의 세상읽기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은 안 된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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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 측이 한국군의 ‘예방적 차원의 자위권 행사’까지 인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미국의 관심사가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북의 도발을 억제하는 강력한 의지 또한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은 안 된다’는 전제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적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제 ‘단호한 응징’을 계속 외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북이 다시 도발한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면 된다.

부질없는 소리라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지만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은 안 된다’는 전제는 북의 김정일-김정은 부자에게 먼저 적용돼야 할 것이다. 60년 전 김일성은 남침을 감행해 6·25전쟁을 일으켰다. 민족상잔(相殘)의 전쟁 범죄를 대를 이어 저지른다면 그 어떤 명분이나 이유로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나는 다수 대한민국 국민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믿는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은 안 된다’는 데 동의한다고 본다. 그러나 북의 도발에는 분노한다. 한 손으로는 도움을 청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도발을 꾀하는 북한정권의 이중성에 치를 떤다. 그런 분노가 상승하면 원치 않는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 전화(戰禍)로 잿더미가 된 나라를 이만큼까지 올려놓는 데 두 세대가 피와 땀을 흘려야 했다. 어느덧 전쟁 1세대는 떠나가고 있지만 전쟁의 상처는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깊은 트라우마(trauma·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남아 있다. 전쟁을 쉽게 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김정일-김정은 부자도 전면전이 그들 체제의 종말을 가져오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전쟁이 일어날 경우 북에 비해 잃을 것이 너무 많은 남이 전면전으로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여 국지적인 도발로 남남(南南) 갈등을 유발하고 동북아 위기를 고조해 중국의 지원을 받고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속셈일 것이다. 의도적인 도발로 부자간 권력세습기의 대내적 안정을 꾀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분석이야 어떻든 대책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햇볕정책으로 한반도 평화관리를 하려 했다. 경제협력과 민간교류를 통해 남북 갈등을 완화하고 평화공존을 모색했다. 그러나 북은 끝내 핵무기로 체제를 보위하려 했고, 남은 심각한 내부 분열에 직면했다. 보수세력은 진보정권의 ‘퍼주기’가 북의 핵과 미사일로 돌아왔다고 비난하고, 진보세력은 그것은 ‘평화 비용’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퍼주기’란 원색적인 용어는 분명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진보정권의 대북지원이 북의 핵개발에 이용됐을 개연성을 부정할 수 없다면 햇볕정책이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평화 비용’에는 분명 긍정적 측면이 있다. 전쟁 위기에 따른 안보비용 증가와 대내외적인 경제손실, 국민의 불안감 등에 비추어보면 ‘평화 비용’이 오히려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북한 정권의 본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대북정책의 딜레마다.

이명박 정부는 햇볕정책을 폐기했다. 북을 압박해 못된 버릇을 고치겠다고 했다. 남북 관계는 악화됐다. 보수정권의 정책 전환에 따른 예고된 과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고 했다. 북의 비위를 맞춰가며 끌려갈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은 그것은 ‘굴욕적인 평화’라고 했다. 그러나 남한 국민 다수가 북에 대해 굴욕을 느꼈는지는 의문이다. 나는 우리 국민이 북의 이중적 행태에 대해 배신을 느끼고 괘씸해하기는 했지만 굴욕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 바탕에는 우리가 저들보다는 군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절대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정권하에서 ‘설마, 전쟁 걱정하겠나’ 싶은 믿음이 있다. 그것을 두고 국민의 안보의식이 약해졌다는 소리를 해선 안 된다. 걸핏하면 전 정권 탓을 하는 것도 보기에 안 좋다. 안보 무능을 보인 것은 오히려 이 정부와 군이 아니던가.

이 대통령은 연평도 사태 이후 부쩍 통일 얘기를 입에 올렸다. “머지않아 통일이 가까운 것을 느낀다” “북한 주민들이 이제는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이는 중대한 변화로 누구도 막을 수 없다” “하루빨리 평화적 통일을 해 2300만 북한 주민도 최소한의 기본권과 행복권을 갖고 살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은 안 된다
全津雨

1949년 서울출생

동아방송 기자

월간 신동아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실장·대기자

現 경원대 초빙교수

저서: 작품집 ‘하얀 행렬’ ‘서울의 땀’, 칼럼집 ‘역사에 대한 예의’


언뜻 북한의 내부붕괴가 임박한 듯한 느낌을 주는 발언들이다. 하지만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고 또 다른 도발을 공언하고 있는 판에 국민에게는 뜬금없는 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북한이 곧 망할 것이라고 해봐야 연평도 사태로 놀라고 불안해진 국민이 안심할 수 없다. 지금은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줄 때다. 평화를 지켜야 할 때다. 토끼가 이빨을 드러내는 신년 운세의 불안감을 없애야 할 때다.

신동아 201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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