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MIT대의 경영학 교수였던 더글러스 맥그리거(Douglas McGregor)는 X-Y이론을 얘기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X형 인간’은 남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것을 편안하게 생각하며 연봉의 액수가 직업 선택의 주요 이유가 되는 수동적 인간형이다. 한편 ‘Y형 인간’은 노동을 놀이와 같이 좋아하며 남의 지시를 받기보다는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기를 선호하고 능력발휘와 자아실현을 하기 위해 지금의 직장을 선택했다고 믿는 능동적인 인간형이다.
만일 누가 여러분에게 스스로가 X형 인간인지, Y형 인간인지를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답하겠는가? 지금까지 나는 수많은 워크숍에서 이 질문을 해봤는데 거의 모든 사람이 스스로를 Y형 인간이라고 답했다. 이번에는 질문을 바꿔보자. 여러분의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중에 X형 인간은 몇 %나 되는가? 많은 이가 10%에서 20% 정도가 X형 인간이라고 대답한다.
이 두 가지 대답은 분명 모순이다. 스스로는 모두가 Y형의 능동적 인간이라고 얘기하면서 직장 동료에 대해서는 X형 인간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다. 두 대답 중 하나는 사실이 아니다. 이러한 불일치는 어디서 발생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세상에 남에게 지시받기를 좋아하는 X형 인간이란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 느끼듯 모든 인간은 Y형이다. 즉 자율적이고 창의성을 지향하는 공간에서 더욱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런데 기존 산업시대의 관료형 조직시스템에서는 그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Y형 인간들이 마치 X형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사회에는 여러 가지 조직이 있지만 대체로 3가지 구조로 분류할 수 있다(그림 참조). A모델은 관료제형 조직구조(formal structure)로 테일러리즘을 가장 잘 설명하는 피라미드형 모델이다. B모델은 네트워크 구조(informal structure)로 거미줄 형태를 띠는데, 이는 보통 개개인의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에서 볼 수 있다. C모델은 가치창출 구조(value-creation structure)로 기능별로 비즈니스 셀(business cell)이 형성되고 그것들이 네트워크 형태로 연결되는 조직이다. 이때 업무의 주도권은 주변부의 셀들이 가져가고 중심부는 각각의 주변부 셀들을 지원해주는 업무만 맡는다.
스마트 워킹은 B모델과 C모델 같은 조직에서 가능하다. 회사들 대부분은 A와 같은 조직형태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어떻게 최적화하느냐에 온 힘을 쏟는다. 이런 노력은 시간낭비다. 창조적 Y형 인간에게 필요한 조직은 기존의 A모델 시스템을 개선하는 정도로는 만들 수 없다. B모델의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C모델과 같은 가치창출형 조직구조로 완전히 탈바꿈할 때만 비로소 Y형 인간을 위한 조직이 된다.
다시 한 번 우리 모두는 Y형 인간임을 명심하라. 스마트 조직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PART 2 “언리더십 위해선 보너스 없애라” - 닐스 플래깅 인터뷰
▼ 직급을 없애고 직원을 더 이상 ‘경영’의 대상으로 보지 말라는 주장은 보수적인 한국의 기업 경영자들에게는 급진적인 생각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다.
“그렇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몇 번 강연했는데 다들 내 생각이 급진적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사실 세계 어딜 가도 마찬가지로 반응한다. 유럽에서도 사람들은 내 얘기가 재미있다고만 생각하지, 자신들의 조직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없어 한다.”
▼ 당신이 주장하는 ‘베타 리더십(언리더십)’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 가능한가(언리더십은 국내 출판사가 번역본을 내면서 만들어낸 말로 플래깅은 베타 리더십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경영(management)이라는 말은 민주주의 이전에 발명된 것이다. 그때는 아직 인간의 심리에 대한 연구도 별로 돼 있지 않았다. 그러니 우리가 아는 경영은 과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야만적이고 노예제도와 다름없었다. 나쁜 상사를 좋은 상사로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 전부를 바꿔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바뀌고 관습과 조직이 바뀐다. 최종적으로 직원들의 행동까지 바뀌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도요타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가이젠(개선)’이라는 문화에 적응한 것은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투자한 다음에야 직원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많은 제안을 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또 베타 리더십을 위해 현대 기업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행태가 있다. 바로 보너스, 즉 개인별 성과급이다. 보너스는 인간을 돈 앞에 왜소하게 만든다. 또한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게 만든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만일 어떤 축구팀에서 골을 넣는 사람에게 보너스를 지급한다면 그 팀은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팀이 이겼을 때 모두에게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해야 승리하는 팀이 된다. 마찬가지로 개인별로 연간 업무목표를 세우게 하는 기업문화도 문제가 있다.
현재 나는 직원이 약 4000명인 오스트리아 은행의 조직변화 컨설팅을 맡고 있는데 거기서 가장 먼저 착수한 작업이 성과급을 없애는 것이다. 스웨덴의 스벤스카 한델스은행이 프로젝트의 롤모델이다. 이 은행은 보너스 대신 회사의 이익을 직원 모두에게 균등하게 나눠준다. 이렇게 함으로써 직원들을 ‘나의 목표’ ‘나의 보너스’ ‘나의 성공’과 같은 개인적인 가치에서 해방시키고 회사의 전체적인 성과에 집중하게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