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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베이비부머 5070, “우린 ‘액티브 시니어’!”

동문회·향우회 기웃기웃 옛말 온라인 활동·창업 “너무 바빠요”

  • 박은경│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은퇴 베이비부머 5070, “우린 ‘액티브 시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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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하면서 10여 년간 독학으로 역사를 공부해온 이효일(70) 씨가 2009년 은퇴 후 만든 역사 공부 모임 ‘궁궐이야기’도 활발히 활동하는 커뮤니티 중 하나다. 이씨는 “경복궁을 600번 답사했을 정도로 역사 현장을 찾아 다니는 일을 좋아한다. 우리 선조들의 삶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클럽을 만들었다”고 했다. 50대 후반부터 80대 초반까지 380여 명이 활동하는 이 커뮤니티의 정기 모임은 매달 2번. 이론 공부와 현장답사가 번갈아 진행된다. 이 씨는 이때 강사와 현장 해설사로 나선다. 그는 “65세가 넘으면 지하철이 공짜고, 궁궐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답사할 때 돈 들 일이 없다”며 웃었다. 공부와 답사를 함께 하며 사이가 돈독해진 회원들을 중심으로 사진, 유가사상, 한국화, 도자기 등을 공부하는 소모임도 만들어졌다.

50대에 뒤늦게 악기를 배워 밴드 활동에 뛰어든 ‘열혈 시니어’도 있다. 밴드 ‘커뮤즈’의 드러머 박양찬(58) 씨가 드럼을 처음 배운 건 6년 전. 그는 “은퇴가 다가오면서 뭘 할까 생각하는데, 기타와 음악에 푹 빠져 지낸 젊은 날이 생각났다.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지만, 하면 할수록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내친김에 만든 드럼 동호회에는 70대 회원까지 참여해 함께 연습하며 친목을 다진다.

제2의 인생

‘시니어 일과 삶 연구소’의 조연미(49) 소장은 “과거 시니어들은 향우회나 사우회, 동문회처럼 연고를 중심으로 형성된 좁고 폐쇄적인 모임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뉴 시니어’는 연고를 떠나 낯선 세계에서 낯선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다양성과 개방성을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양한 시니어 모임이 급속히 생겨나고 활발히 활동하는 배경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대중문화의 세례를 받고 자란 베이비부머 세대가 있습니다. 이들이 시니어로 편입되면서 과거의 노인과 다른 행동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 소장의 말이다. 그는 은퇴자들이 사회에 다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시니어 명함 교류회(명함 교류회)’를 운영 중이다. 조 소장은 “은퇴한 뒤 자신을 소개할 명함이 없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고, 무기력증에 빠지며 타인과의 교류를 꺼리는 이가 많다. 이들이 사회적 관계로부터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새로운 명함을 만들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4기까지 이어진 ‘명함 교류회’의 1기 회원 이재현(59) 씨는 “처음엔 명함에 뭘 써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은퇴한 동년배들과 함께 앉아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내가 가진 지식과 노하우가 뭔지, 앞으로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고민하다가 ‘면접 전문가’라는 새로운 비전을 찾았다”고 했다. 은퇴 후 소속이 없는 그가 명함 만들기를 하면서 그 속에 새겨 넣을 문구와 직종을 궁리하다 발견한 것. 그는 현재 텔레마케터 채용 관련 사업을 구상 중이다. 이 모임의 다른 회원들은 ‘당신의 침대! 절대 믿지 마세요. 침대 건강해결사 최○○’ ‘시니어 재물지킴이 신○○’ ‘희망을 여는 사람 최○○’ 등의 목표와 희망이 담겨 있다.

은퇴 후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고 싶은 이들도 모임을 만들었다. 미술교사로 생활하다 은퇴한 장영희(57) 씨가 지난 3월 결성한 ‘자서전 쓰기 모임’에는 40대 후반부터 70대까지 21명의 회원이 참여 중이다. 10여 년 전 자전적인 에세이를 펴낸 적 있는 장 씨는 “살아온 길을 정리해보고 싶은데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니 누가 옆에서 부추기고 좀 도와주면 좋겠다는 사람이 많더라. 이런 분들을 돕자는 취지로 ‘자서전 사업단’이라는 이름의 비영리법인 설립을 신청해둔 상태다. 우리 멤버들이 자서전을 다 쓰고 나면 그들과 함께 다른 분들도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시니어들의 온라인 활동이 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니어 포털 서비스도 활발해지고 있다. 2008년 문을 연 ‘유어 스테이지(www.yourstage.com)’는 회원수가 36만 명에 달한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다양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시니어 커뮤니티에 블로그 공간을 제공한다. 현재 ‘도보여행’ ‘쌩쌩 일본어’ ‘궁궐이야기’ 등 500개 클럽이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은퇴 베이비부머 5070, “우린 ‘액티브 시니어’!”

역사 공부 모임 ‘궁궐이야기’ 회원들은 한 달에 두 번씩 모여 한 번은 이론 공부, 한 번은 현장 답사를 한다. 회원들이 함께 남한산성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는 모습(왼쪽).

수평적인 공동체

중소기업청이 주관하고 소상공인진흥원이 운영을 맡고 있는 시니어포털 ‘시니어넷(www.seniorok.kr)’은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창업·취업 정보를 제공하며, 역시 커뮤니티 운영을 지원한다. ‘시니어 일과 삶 연구소’를 운영하는 ㈜리봄은 이 사이트의 ‘시니어 그룹 지원 사업’을 한다. 리봄 관계자는 “그룹 운영 계획서를 내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 행사당 최대 20만 원까지 지원해준다. 현재 자서전 쓰기 모임, 시니어 명함 교류회 등 15개 그룹이 지원금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지방자치단체별로 있는 노인복지관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니어봉사대, 시니어 밴드, 시니어 인형극단 등이 활동하고 있다.

‘유어 스테이지’를 운영하는 ㈜시니어파트너즈의 노준형 팀장은 “요즘 시니어들은 ‘노인’이나 ‘어르신’으로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젊은이 못지않게 정보 통신 기술을 사용하는 데 능하고, SNS도 잘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최근 시니어 모임에서는 나이와 소득, 학벌 등에 관계없이 회원들이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며, 그 결과 활동이 더욱 활발해진다는 설명이다. 바야흐로 ‘액티브 시니어’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신동아 2012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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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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