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미국 뉴욕주法 준거법으로 계약할 필요”

유로존 위기 넘는 또 다른 시각

  • 문병순| 선임연구원 psmoon@lgeri.com

“미국 뉴욕주法 준거법으로 계약할 필요”

2/3
결과적으로 그리스로서는 일방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하기가 쉽지 않다. 일방적 탈퇴는 EU법 위반이기에 그리스화로 결제할 것을 요구할 수 없으며, EU무역과 금융의 중단이라는 법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EU에 있는 그리스 자산이 동결될 가능성도 있다.

살펴본 대로 유럽 기업들과 투자자들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함으로써 그리스와 같은 취약국의 결제통화 변경 리스크를 헤지(hedge)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계약을 맺고, 나아가 결제통화는 유로존에서 탈퇴한 경우에도 유로화로 지급한다는 조항을 포함하면 어느 정도 위험에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일방적 탈퇴 어려울 듯

더구나 EU와 유로존 출범 이후 유럽 역내 통합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어서 그리스의 일방적 탈퇴는 그리스와 EU 양측에 큰 경제적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그리스는 금융결제와 유동성 지원 등 다양한 측면에서 EU에 의존하고 있어 일방적인 탈퇴가 쉽지 않다. EU 정부로서도 그리스 탈퇴 시 파생상품 시장과 은행 간 대량결제시스템(Target 2)을 비롯한 다양한 채널에서 큰 손실이 발생된다. 국제금융협회(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는 그리스의 일방적 탈퇴 시 Target2에서만 1500억 유로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로존 회원국 손실은 총 5000억 유로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EU 정부는 그리스를 최대한 지원하고, 그리스는 유로존에 잔류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탈퇴가 불가피하더라도 EU 정부와 합의한 뒤 탈퇴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그리스 같은 개별국가의 유로존 탈퇴가 아니라, 아예 유로존 자체가 해체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그리스의 탈퇴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적 충격과 법적 리스크가 발생한다. 유로 회원국들 간 합의에 의해 유로존이 붕괴된다면 합의에 따라 법적 문제들이 처리될 것이지만, 무질서하게 붕괴한다면 다양한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



2011년 우리나라의 유로존 수출 비중은 7.4%로 상당한 규모다. 우리 기업에 유로화 붕괴는 간과할 수 없는 리스크다. 이러한 문제는 유럽 기업들 간에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유럽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과 유로존에 진출한 우리 법인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먼저 제기되는 법적 문제는 계약의 이행불능이다. 결제통화 변경은 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단순히 결제통화 변경만으로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또 유로존 붕괴 그 자체만으로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1999년 유럽 각국의 통화가 유로화로 변경되었을 때와 2005년 터키가 통화를 변경했을 때도 국제적 계약을 이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로존 붕괴 시 일부 회원국들이 외환통제를 실시한다면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 기업이 스페인에 수출하고 유로화로 지급받기로 했다고 치자. 계약 체결 직후 유로존이 붕괴되면서 스페인 정부가 새로운 통화 발행과 동시에 외환통제를 실시한다면 스페인 기업은 유로화와 새로운 스페인 통화 둘 다 지급할 수 없게 된다. 결제가 불가능해져서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계약의 효력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다음으로 유로화 자체가 사라진다면 유로존 해체 이후 어느 나라 통화로 결제할지를 결정하기 어렵다. 사전에 합의하지 않았다면 결제통화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 예컨대 우리 기업이 독일에 유로화로 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후 유로존이 붕괴되어 독일이 자국 통화를 새로 발행한다면 유로화와 독일의 신통화 가운데 어느 통화로 결제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설사 유로존 붕괴를 예상해도 계약 당사자들이 어느 나라의 통화로 결제할 것인지 사전에 합의하기도 어렵다. 유로존 해체가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 합의도 어려운 것이다.

유로존 해체를 가정해 사전에 결제통화를 지정해도 리스크는 남아 있다. 유로화로 결제하거나 유로화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독일 신통화를 지급통화로 한다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수정한다고 하더라도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유로존 붕괴 후 독일 정부가 발행하는 통화 가치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로서는 그러한 환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히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이나 미국과 같이 아예 유로권 이외 지역의 통화를 결제통화로 선택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지만 외국통화 사용에 따른 불편이 예상된다. 이처럼 유로존 붕괴는 설사 시장이 예견할 수 있는 사건이라 하더라도 법적 문제를 대비하기 쉽지 않다. 현재 EU 내에서 결제통화로 유로화 대신 달러나 파운드를 요구하지는 않고 있지만, 상황의 진전 여부에 따라 이런 요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유럽 은행들의 선택

유럽 은행들은 역내 통합 진전에 따라 본국에서만 영업하지 않고 유로존 각국에 활발히 진출해 있다. 이런 은행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유로존 붕괴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먼저 취약국 국채와 채권에 대한 충당금 비율을 높이고 은행의 자본금 규모를 늘렸다. 다음으로 유로 각국별로 채권액과 채무액을 일치시키는 자산부채 일치(Asset Liability Matching)를 시행했다. 그리스와 같은 취약국의 채권액과 채무액을 일치시켜서 그리스에 대한 대출(채권)을 다른 나라의 예금(부채)에서 조달하지 않고 그리스의 예금이나 그리스에서 발행하는 채권으로 조달하는 것이다.

2/3
문병순| 선임연구원 psmoon@lgeri.com
목록 닫기

“미국 뉴욕주法 준거법으로 계약할 필요”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