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호

박근혜와 황금돼지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2-08-22 16: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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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와 황금돼지


    황금박쥐도 아닌 황금돼지.

    이것 때문에 갈 길 바쁜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진실게임까지 하게 생겼다. 규칙은 간단하다. 박 의원이 황금돼지를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를 가리면 된다.

    채병률(82) 실향민중앙협의회 회장은 박 의원에게 금 1냥짜리 황금돼지를 줬다고 한다. 박 의원은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양립할 수 없는 주장이니 어느 한쪽이 거짓말 선고를 받아야 끝나게 돼 있다. 원칙과 신뢰가 생명인 정치인에게는 이겨도 본전이고 지면 끔찍한, 민망하고 위험한 도박일 뿐이다.

    서막은 박 의원이 열었다. 박 의원은 2011년 2월 전직 육영재단 간부 서모 씨(여)를 위증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박 의원 측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고소 내용 중에 황금돼지 부분도 포함돼 있었다. 고소장에는 박 의원이 채 회장을 알지 못하며 황금돼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돼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7월 서 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서 씨가 역으로 박 의원을 고소한 것이다. 박 의원 처지에서는 큰일을 앞두고 일이 복잡하게 꼬여가는 셈이다. 검찰은 박 의원이 고소한 사건에 대해 방대한 조사를 벌였다. 기자가 수사기록을 펼쳐보니 황금돼지 부분도 열심히 수사한 것 같았다.

    “헛소리하면 혼나야지”

    검찰은 채 씨를 불렀다. 채 씨는 박정희 정권 시절 새마음갖기운동본부에서 최태민 목사가 총재를, 박 의원이 명예총재를 할 때 자신이 최 목사의 보좌관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래서 박 의원이 자신을 ‘보좌관님’으로 부른다고 했다. 박 의원과 인연이 오래됐다는 이야기였다. 수사기록을 보다 2007년 대선 경선 때 채 씨가 기자와 인터뷰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최태민 비리 혐의를 지우고 박근혜 의원을 보호하려고 했었다.

    채 씨가 검찰에서 이야기했다. 2007년 경선 때 여의도 중식당 ‘외백’에서 자신이 모은 53명에게 박근혜 당시 경선 후보를 인사시켰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경선 축하 기념품으로 황금돼지를 줬다는 것이다. 수사기록에 사진들이 편철돼 있었다. 채 씨가 말한 행사 자리에 박근혜 의원이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송파구 외곽단체 회장인 한모 씨도 이 모임에 갔었다. 그도 박 의원이 황금돼지를 받았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재원 의원은 “박 의원이 채 씨를 알고 모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쪽에서 황금돼지를 받았다고 헛소리를 하니까 그걸 고소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박 의원을 고소한 서 씨에 대해선 “그 여자가 혼나야지. 혼나야지 뭐. 그런 식으로 나오면”이라고도 했다. 참, 대차게 나간다는 인상이다.

    상대편은 어떨까? 채 씨는 “박 의원에게 황금돼지를 수여한 사진이 집 안 어디에 있는데…”라며 우물거리고 있다. 정말 그런 결정적인 사진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 다른 참석자 한 씨는 한발 나아가 황금돼지가 1냥이 아니라 10냥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접촉한 또 다른 참석자 측은 더 큰 것 같다고도 했다. 어떤 이는 당시 현장에 있던 53명을 다 불러 물어보자고 한다. 박근혜가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말이다. 더 이상한 건 정작 서 씨가 “나는 황금돼지를 언급한 적이 없는데 박근혜 측이 황금돼지를 고소장에 넣었다”고 주장하는 점이다.

    ‘너무 강하다, 과도하다’

    박근혜와 황금돼지
    갈 데까지 가면 어떻게 될까? 황금돼지의 진실을 끝까지 파보자고 할 사람이 많다. 박근혜 반대 진영은 이보다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없다고 할 것이다. 충성도 높은 박근혜 지지진영은 ‘아무것도 아닌 일을 왜 저렇게까지 끌고 가나’ 할 것이다.

    대선 때만 되면 유력 후보를 걸고넘어지는 온갖 네거티브 주장이 난무하고, 후보 입장에선 그냥 놔두자니 인정해주는 꼴이어서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박근혜 의원 측이 과도하게 대응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선 길목에 들어선 박근혜 의원이 황금돼지에게 손을 물리는 건 아닌지 관전자는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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