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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the Space’에서 ‘From the Space’로

인공위성의 세계

  • 이정훈 /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To the Space’에서 ‘From the Space’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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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을 띄우는 것은 일을 시키기 위해서다. 위성이 일을 하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이 에너지는 매일 소모되는 것이라 바로 보충해줄 수 있어야 한다. 우주에서 매일 보충받을 수 있는 에너지원은 태양빛뿐이다. 따라서 모든 위성은 거대한 태양전지판을 붙이고 올라간다. 태양전지로 전기를 일으켜 탑재 장비를 가동하는 것이다. 태양전지를 일정하게 가동하려면, 위성은 일정하게 태양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위성의 궤도는 발사체가 어떤 방향으로 밀어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지구의 적도를 따라 돌도록 밀어줬으면 계속 지구 적도를 따라 돌고, 남북극을 따라 돌도록 밀어주면 소실될 때까지 계속 남북극을 따라 돌아간다. 적도와 남북극 사이 비스듬한 각도로 밀어주면 비스듬한 그 궤도로 돌아간다.

남북극 도는 태양동기궤도

지구는 남북극을 잇는 선을 축으로 자전(自轉)하면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따라서 남북극을 돌아갈 때만 위성은 일정하게 태양을 접할 수 있다. 적도를 따라 돌게 했거나, 비스듬한 궤도로 투입한 위성은 태양을 보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것이다. 태양전지판을 일정하게 가동할 수 있도록 남북극을 따라 돌게 하는 것을 ‘태양동기(同期)궤도’라고 한다. 남북극을 도는 위성(극궤도위성)은 지구의 자전 덕분에 전 지구를 내려다볼 수 있게 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저궤도를 도는 극궤도위성은 지구 관측용으로 많이 쓰이게 됐다.

위성이 지구 궤도를 도는 속도와 회전수는 위성이 떠 있는 고도에 따라 달라진다. 더 높이 올라가면 지구의 인력이 약해지므로 위성은 속도와 회전수를 줄여 보다 작은 원심력이 일어나게 한다. 그래서 지구에서 3만5786km 고도까지 올라가면, 이 위성은 정확히 하루에 한 번만 지구를 돌아도 지구 인력과 균형을 맞추는 원심력을 낼 수 있다. 그때의 속도가 초속 3.07km다. 400~1500km 고도에서 돌 때보다는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음속의 열 배 이상 빠르게 비행한다.



지구의 지름은 1만2756km이므로, 이 고도는 지구 지름의 세 배가 되는 아주 먼 거리다. 이렇게 높은 고도를 돌아가는 위성은 태양빛을 충분히 쬘 수 있으니 태양동기궤도를 돌 이유가 없다. 이 위성은 적도를 따라 돌게 한다. 하루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아가는 위성이 적도를 따라 돈다면, 이 위성은 지구에서 보면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특별히 ‘정지위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남북극을 도는 위성은 통신이나 방송용으로 쓸 수가 없다. 반대편으로 넘어갔을 때에는 이 위성을 쏘아 올린 나라로 전파를 쏘아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지위성은 늘 같은 곳에 떠 있으니 특정 지역을 향해 방송전파와 통신전파를 쏴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정지위성은 통신위성과 방송위성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KT(한국통신)는 1995년 이래 무궁화 시리즈의 위성을 띄우고 있는데, 무궁화위성이 바로 통신과 방송을 겸하는 정지위성이다.

정확한 기상 예보를 하려면 특정 지역의 기상 변화를 24시간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한반도의 기상을 알기 위해서는 광대한 북태평양과 동북아시아 대륙에서 일어나는 기상 변화를 함께 지켜보아야 한다. 한국은 이러한 곳을 영유하고 있지 못하니 그곳의 기상 변화를 추적할 수가 없다. 영유하고 있다고 해도 지상에 설치한 장비로는 그렇게 넓은 구역을 관찰하지 못한다. 그러나 기상용 정지위성이 있으면, 이웃 나라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고도 정확히 살펴볼 수 있다. 보통 대기권인 100km까지만 영공으로 보기 때문에, 3만5786km 높이에 떠 있는 정지위성은 영공을 침해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정지위성은 기상위성으로도 많이 쓰이게 되었다. 기상을 관측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양을 관찰하게 된다. 해양에서 발생한 수증기는 일기 변화를 일으키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2010년 6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통신장비와 해양관측장비, 기상관측장비를 함께 실은 천리안 위성을 정지궤도에 띄우는 데 성공했다. 천리안은 통신과 해양관측, 기상관측을 겸하기에 ‘통·해·기 위성’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국은 또 하나의 정지위성을 갖게 된 것이다.

자연위성, 달(月)

정지위성은 특정 국가를 24시간 감시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특정 국가가 장거리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는 적성국가라면, 미사일 발사 사실을 포착하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실은 정지위성을 띄워놓고 항시 그 나라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러한 위성은 미국이 띄워놓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설명한다.

정지위성보다 더 먼 거리에서 지구 궤도를 도는 ‘자연위성’이 달(月)이다. 달은 약 38만4400km 떨어진 거리에서 지구 주위를 돈다. 따라서 회전수도 크게 줄어들어 29.5일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돈다. 29.5일 만에 지구 궤도를 돈다고 해서 달의 속도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달이 지구 궤도를 도는 속도는 마하 3인 초속 1km 정도다. 달은 지구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구 인력도 약하게 받아 그만큼 천천히 돈다. 달이 있는 곳은 대기가 없으므로 대기마찰 또한 없어, 속도가 느려도 달이 지구로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달이 지구 인력에 이끌려 떨어진다면 이는 지구 종말의 날이 될 것이다.

위성은 크게 저궤도위성과 정지위성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보자. 1961년 인류 최초로 지구궤도 비행을 하고 돌아온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지구는 푸른빛이었다”고 말했다. 이로써 위성에서 지구를 관측할 수 있는 것이 확인돼 지구 관측을 전문으로 하는 저궤도위성이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저궤도위성은 지구주위를 빠르게 도니 특정 지역을 24시간 관찰할 수 없다. 하지만 정지위성에 비해서는 아주 낮은 고도로 비행하므로 정밀한 관측은 할 수 있다. 따라서 저궤도위성을 여러 대 띄워놓고 정지위성과 연동해 운영한다면, 특정국가를 대관소찰(大觀小察)할 수 있게 된다. 정지위성으로 개략적인 감시를 하다가 수상한 조짐이 발견되면, 그 시각 특정국가 인근을 지나는 저궤도위성을 조작해 정밀하게 살펴보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운영은 군사 분야에서 주로 이뤄지는데, 군사용으로 관측하는 위성을 ‘정찰위성(Reconnaissance satellite)’이라고 한다. 미국은 국방부 산하의 국가정찰국(NRO·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과 공군의 우주사령부(AFSPC·Air Force Space Command)가 공동으로 여러 대의 정찰위성을 운영한다. 두 기관이 운영하는 저궤도 정찰위성이 KH 시리즈다. 미국은 ‘열쇠 구멍(Key Hole)’으로 적성국가를 엿본다는 뉘앙스로 이 위성의 이름을 KH로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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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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