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호

[영상] 트럼프, ‘김정은 카드’로 빅샷 노릴 것

[NK구조대] 美-이란 전쟁으로 코너 몰린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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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6-04-20 17: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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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전 협상에 고위급 참석은 ‘빨리 끝내자’는 뜻

    • 서로의 패 확인한 첫 만남, ‘주판알’ 튕길 것

    • 트럼프, 김정은 만나 극적인 ‘평화 무드’ 연출 가능성

    • 북한 9차 당대회 통해 ‘김정은 1인 천하’ 완성

    • 北 민족 정통성 부인하는 것은 반역사적 행위



    국제 정세가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황이다.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지 39일 만인 지난 4월 8일, 양국이 일시 휴전에 합의하면서 긴장 완화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종전 협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지만, 11일 양측의 첫 대면 협상은 서로의 입장 차만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의 개방과 이란 핵 프로그램의 통제를, 이란은 주권 침해에 대한 사과와 제재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이 끝난 뒤 양국 대표단은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놨을 뿐, 구체적 진전은 없었다. 이에 대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양국의 종전에 대한 의지와 절박함이 큰 상황으로, 결국 종전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이상윤 객원기자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이상윤 객원기자

    앞으로 미-이란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4월 11일(현지 시간) 이란과 휴전 협상을 하기 위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셰바즈 샤리프(오른쪽) 파키스탄 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뉴시스 

    4월 11일(현지 시간) 이란과 휴전 협상을 하기 위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셰바즈 샤리프(오른쪽) 파키스탄 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뉴시스 

    “미-이란 전쟁은 결국 끝난다. 다만 ‘언제’냐가 문제다. 이번 협상이 매우 특이한 점은 시작부터 ‘급’이 달랐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JD 밴스 부통령이, 이란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이 직접 나왔다. 보통 이런 고위급 인사는 실무진이 협상안을 다 짜놓은 뒤 마지막에 도장을 찍으러 나올 때 등장한다. 2018년 평양 남북 군사합의 때도 장관들이 도장 찍고 정상은 뒤에 배석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번엔 첫 협상 때부터 부통령급이 나왔다. 그만큼 양쪽 다 ‘빨리 끝내고 싶다’는 절박함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란 휴전 회담, 첫 만남치고는 나쁘지 않은 시작

    언론에서는 1차 대면 협상 결렬을 두고 파국을 우려하고 있다.



    “나는 다르게 본다. 양측 모두 ‘결렬’이나 ‘파국’이라는 단어를 공식적으로 쓰지 않았다. 첫 만남에서 서로의 패를 확인했고, 생각보다 간극이 컸을 뿐이다. 2주간의 휴전이 끝나는 20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그사이 서로 ‘주판알’을 다시 튕길 거다. 첫 회담치고는 나쁘지 않은 시작이다.”

    미-이란 전쟁 여파가 국제사회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까지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지옥의 문’ 앞에 서 있다. 지지율이 30% 초반대로 폭락했다. 미국 정치에서 지지율 40%는 일종의 ‘콘크리트층’인데, 이게 깨졌다는 건 트럼프를 지지했던 마가(MAGA) 진영 내부에서도 균열이 생겼다는 의미다.”

    조 박사는 트럼프 지지율 폭락의 이유를 이란 전쟁 이후 치솟은 ‘유가’에서 찾았다.

    “결정타는 ‘기름값’이다. 지난해 말 배럴당 55달러였던 원유 가격이 지금 100달러를 넘나든다. 미국인에게 자동차와 기름값은 생존 자체다. 전임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지지율이 32%였을 때 비웃던 트럼프의 경제 지지율이 지금 29%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일각에서는 탄핵이나 직무 정지 이야기까지 흘러나온다. 전쟁 찬성 여론은 미국민 3명 중 1명꼴인데,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대체 찬성하는 한 명이 누구냐’는 조롱이 섞인 농담이 나올 정도다”

    5월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 보이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돌파구로 ‘김정은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을까.

    “충분하다. 트럼프는 지금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리얼리티 쇼’의 주인공이 돼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주석은 트럼프의 들러리를 서줄 생각이 없다. 오히려 중국이 협상 우위에 있는 상황이다. 남은 카드는 ‘김정은’뿐이다. 이란 전쟁이 ‘상처뿐인 전쟁’으로 기록될 상황에서 트럼프는 베이징에 오가는 길에 김정은을 만나 극적인 ‘평화 무드’를 연출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 전쟁으로 쏠린 시선을 한순간에 되찾아 올 수 있는 유일한 ‘빅샷(Big Shot)’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2월 19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제9차 대회를 개막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

    북한이 2월 19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제9차 대회를 개막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

    북한이 얼마 전 노동당 제9차 대회를 열었다. 이번 당대회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김정은 친정 체제의 완성’이다. 과거 김일성과 함께 ‘항일 빨치산’ 활동을 함께 했던 최현의 아들 최룡해가 이번 당대회에서 물러났다. 최룡해는 권력 야심은 없었지만 빨치산 가문을 대표하는 일종의 ‘지분권자’였다. 그런데 그를 내보내고 김정은의 가신인 조용원을 전면에 배치했다. 조용원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으로 간 것을 두고 경질 아니냐는 분석도 있는데,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직함을 동시에 줬다. 이는 선대 그림자를 완전히 지우고 ‘김정은 왕조’를 공식화했다는 것이다. 그 후계 구도의 중심에는 ‘김주애’가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 북한의 미래를 위한 비전 제시는 없었다. 오직 김정은의 권력 강화와 우상화뿐이었다.”

    北 ‘대적 지도국’ 외무성 설치=통일부 축소 통합한 셈

    우리 정부의 지속적 대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응답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금 ‘이혼하고 남남으로 살자’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 과거에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였다면 이제는 국가 대 국가로 선을 긋겠다는 거다. 그래서 통일전선부를 없애고 외무성 산하에 ‘대적 지도국’을 뒀다. 우리로 치면 통일부를 외교부 차관급 부서로 축소 통합한 것이다. 김여정이나 장금철이 낸 담화에 담긴 속뜻은 ‘제발 우리 말뜻 좀 알아들어라, 우리는 이제 다른 나라다’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이 그렇게 나온다고 해서 우리가 여기에 덜컥 동의해 줘서는 안 된다.”

    대화 재개를 위해 필요하다면 ‘국가 대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다.

    “위험한 생각이다. 만약 우리가 북한을 완전히 다른 나라로 인정해 버리면, 북한 영토 내에서 급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중국이나 러시아가 개입해도 우리가 관여할 권리가 사라진다. 또한 탈북민을 보호할 근거도 없어진다.”

    조 박사는 “남북한 간 ‘평화적 공존’은 추구하되 ‘통일의 가치’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 통일이 어렵다면 미래세대에게 그 기회를 넘겨주더라도, 우리 스스로 ‘다른 나라’라고 선언하는 우를 결코 범해서는 안 된다. 수천 년 역사를 이어온 민족의 정통성을 우리 세대에서 끊어버리는 것은 반역사적 행위다.”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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