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이상 불출마, 지도부 해체, 완전 경선제 도입”

[특집 | ‘손자병법’으로 본 국힘 최후 비책] 국힘 재활 위한 이재오 상임고문의 ‘극약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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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6-04-20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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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당 지지율이 말하는 절망적 현실…“백약이 무효”

    • 탄핵으로 무너진 둑, 돌멩이 몇 개로 메워서야…

    • 보수세 강한 대구·경북도 이번엔 장담 못 해

    • 혼란 틈타 제 이득 챙기는 ‘혼수모어(混水模魚)’ 전략

    • 비난 피하지 않고 물러나는 ‘퇴불피죄(退不避罪)’로 여론 반전

    • 민주당 밉긴 한데, 그렇다고 국힘 찍느니 투표 안 해

    • 권력 오남용하면 국민 심판 내려지는 게 순리

    • 당원들도 ‘우리가 잘못했다’는 마음 가져야

    • 문제 원인 찾아 제거하는 ‘부저추신(釜底抽薪)’ 해야 할 때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조영철 기자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조영철 기자

    이재오(李在五·81)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파란만장한 한국 정치 역사의 대변자다. 학창 시절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운동에 투신해 ‘긴급조치’ 위반 등으로 다섯 차례 옥고를 치렀다. 오랜 기간 재야운동가로 활동하던 그는 1996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창당을 주도한 신한국당에 입당하며 제도권 정치권에 입문했다. 5선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을 역임했고, 이명박 정부에선 국민권익위원장과 초대 특임장관을 맡아 정권 2인자로 불리기도 했다. 

    공천 잡음 큰 국민의힘, 백약이 무효

    한국 정치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그는 2023년부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그는 ‘미스터 쓴소리’로도 정평이 나 있다. 4월 9일 오후 이재오 상임고문에게 멸절 위기에 처한 국민의힘이 다시 소생할 수 있는 비책이 무엇인지 들었다.

    대선 후 꼭 1년 만에 치러지는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피부로 느끼는 민심은 어떤가.

    “정치판에는 대개 흐름이라는 게 있다. 대통령선거 끝나고 1년 만에 치르는 선거라면, 보통은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띤다. 대통령 지지도가 50% 이하로 떨어져야 야당이 ‘심판론’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이재명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67%를 기록하고 있다. 이건 야당이 이기려야 이길 수 없는 구도다. 더 심각한 건 정당 지지율이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산다’고 하는데, 제1야당이라면 아무리 못해도 30%대 고정 지지층을 확보해야 선거판에서 ‘비벼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수치가 어떤가. 전국적으로 18%, 심지어 서울 같은 핵심 승부처에선 13%까지 떨어졌다. 여론조사가 100%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얘기할 때가 아니다. 민심의 도도한 흐름 자체가 이미 국민의힘이 비빌 언덕을 통째로 무너뜨려 버린 거다”(언급된 여론조사는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한국갤럽이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결과.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오 상임고문은 “탄핵으로 무너진 둑을 국민의힘이 돌멩이 몇 개로 메우려 한다”고 혹평하며 다음과 같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비빌 언덕이 통째로 무너졌는데, 지금 국민의힘이 하는 행태는 고작 삽이랑 호미 같은 구식 농기구 들고나와 돌덩이 몇 개 가져다 놓는 수준이다. 무너진 둑을 새로 쌓는 대공사를 해야 하는데 공천 과정에 컷오프다 뭐다 해서 잡음이나 일으키고….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여당 압승, 야당 참패’로 끝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역대 선거를 보면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거기에 수도권이나 강원도 중 한 곳을 더해 최소 여섯 곳 정도에서는 야당이 당선자를 냈다. 그런데 지금 국면에선 여섯 곳 승리가 어려워 보인다. 만약 대구가 넘어가면 나머지 지역도 도미노처럼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그에 비해 민주당은 전남·광주, 전북 같은 텃밭은 확실하게 지킬 것이고, 수도권과 충청권 등 이른바 ‘중원’에서도 유리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이 해보려야 해볼 만한 곳이 별로 없다.”

    민주당 ‘독주’에 대한 반감은 변수

    서울의 경우는 어떤가.

    “서울은 오세훈 시장이 가진 개인적 경쟁력과 안정감이 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후보가 시민들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고 있어 ‘해볼 만하다’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영남권에서 삐끗해서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면 그 여파가 서울까지 덮칠 수 있다.”

    거대 여당의 독주에 대한 견제 여론이 작동할 가능성은 없나.

    “민주당이 지금 오만하게 구는 건 사실이다. 자기들끼리 법도 뚝딱 해치우고, 의석수 믿고 무슨 요술 방망이 휘두르듯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의 민주당은 ‘여자를 남자로, 남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 빼고 다 할 수 있을 정도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있다. 대통령까지 자기네 편이니 권력을 아주 오남용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권력을 오남용하면 국민의 심판이 내려지는 게 순리였다. 그런데 왜 지금은 그런 심판이 없느냐? 여당을 심판하려 해도 지지해 줄 야당이 변변치 못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밉긴 한데, 그렇다고 국민의힘을 찍느니 차라리 투표를 안 하겠다는 게 지금 보수층의 속마음이다. 이번 (국민의힘) 공천 파동을 보면서 보수 지지자들은 아예 포기해 버렸다. ‘냉수 먹고 속 차리는 게 빠르겠다’ ‘이번에 아예 폭삭 망해서 새로 지어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이란 전쟁 여파가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나.

    “전쟁 자체보다 우리 경제, 특히 서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 차량 2부제 얘기가 나올 정도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 국민은 본능적으로 생존을 걱정하게 된다. 선거 막바지에 이 전쟁 판도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이대로는 안 되겠다, 한쪽에 힘을 실어주자’는 심리가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 힘이 야당으로 쏠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야당이 대안으로서의 존재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보수 재건을 위한 이재오의 ‘3대 극약처방’

    국민의힘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비책’은 없나.

    “‘극약처방’ 말고는 없다. 국민이 보기에 ‘아이고, 저 사람들 진짜 미쳤구나’ ‘완전히 다른 당이 됐구나’ 소리가 나올 정도로 극약처방을 해야 한다.”

    어떤 극약 처방이 필요한가.

    “세 가지 극약처방이 필요하다. 첫째, 3선 이상 중진 의원 전원이 다음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다. 당이 지금 이 꼴이 됐고,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이 탄핵받아 감방에 가 있는데,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자기 지역구 챙기고 다음 공천받을 궁리만 해서야 되겠나. 3선 이상은 예외 없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

    3선 이상 중진 전원 퇴진은 ‘손자병법’에 언급된 ‘퇴불피죄(退不避罪·물러남에 있어 비난이나 처벌을 피하지 않는 마음가짐)와 비슷하다. 패배해서 도망치는 게 아니라 개인의 안위보다 조직의 생존을 우선시하는 가장 용기 있는 전략적 선택이란 점에서다.

    두 번째 극약처방은 뭔가.

    “두 번째는 현 지도부를 해체하고 외부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이다. 비대위를 꾸릴 때도 외부 인사 7, 내부 인사 3으로 구성해야 한다. 사실상 창당 수준으로 사람을 바꿔야 한다. 국민이 ‘꼴통’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걷어내고,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상식적인 사람들로 채워 넣어야 ‘저 집구석이 좀 변하는구나’ 하고 생각할 거다.”

    지도부 해체와 외부인 수혈은 불교에서 말하는 ‘사지환생(死地還生)’과 유사하다. 신뢰를 잃은 지도부를 물러나게 하고 외부인으로 새 변수를 투입해 승리 방정식을 다시 쓰는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마지막 극약처방은 뭔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동아DB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동아DB

    “세번째는 공천관리위원회나 공천심사를 없애는 것이다. 당이 공천심사를 한다고 누구는 넣고 누구는 빼고 하는 짓거리를 당장 멈춰야 한다. 법적 결격 사유가 있는 사람만 걸러내고, 나머지는 무조건 당원 5, 일반 국민 5 비율로 경선을 붙이는 것이다. 1차 예선에서 50% 넘는 후보가 안 나오면 1, 2등이 결선 투표를 해서 철저하게 경선을 통해 공천하는 것이다. 전략공천이니 뭐니 하는 기득권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 

    과도한 공천 관리와 심사로 경쟁에 개입하는 것은 승리를 위한 전략이 아니라, 실패를 관리하기 위한 행정에 불과할 수 있다. 이는 손자가 말한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싸움을 건 뒤 승리를 찾는다(敗兵宣戰以後求勝)’는 악순환에 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세 가지 극약처방을 국민의힘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못 할 거다. 왜냐? 가진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중앙당사, 전국 시도당사를 갖고 있지. 선관위에서 나오는 정당보조금까지 합치면 당 재산이 1000억 원이 넘는다. 국회의원들이 당을 못 깨고 나가는 이유도 사실 그 돈과 기득권에 있다.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다들 자리보전하기에 급급하다. 정치는 방구석에서 생각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현장에서 검증돼야 하고, 무엇보다 실천해야 한다. 생각 열 번 하면 뭐 하나. 한 번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고대 중국으로부터 내려오는 36가지 승리 전략을 담은 ‘손자병법’에 빗대 이 고문의 얘기를 해석하면,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혼란을 틈타 제 이득을 챙기고 있는 ‘혼수모어(混水摸魚)’와 유사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솥 밑의 장작을 빼내는 ‘부저추신(釜底抽薪)’인데도 말이다. 이 고문의 쓴소리는 당 지도부뿐 아니라 당원들에게도 향했다.

    “당원들이 선거 때 엉뚱한 사람 뽑아놔서 당이 지금 이 모양이 된 것 아닌가. 본인들이 지지해서 만든 대통령과 그 배우자가 ‘감방’에 가 있는 이 초유의 비극적인 역사를 누가 책임져야 하나. 당원들도 ‘우리가 잘못했다’는 마음으로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비대위 구성이나 공천 때 당원 비중을 줄이고 국민의 뜻을 더 받들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인터뷰 내내 “백약이 무효”라며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30년 가까이 정치권에 몸담았던 그의 경험을 살려 보수정당 재건을 위한 세 가지 극약처방을 제시했다. “비빌 언덕이 무너졌다”는 그의 진단은 이번 지방선거를 넘어 보수 정치의 존립 자체를 묻고 있다. 국민의힘은 과연 그의 ‘극약처방’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무너진 둑과 함께 역사 속으로 휩쓸려 내려갈 것인가. 국민의힘의 운명을 가를 6·3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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