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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패권 이어 우주패권도 잡는다

미국의 우주 개발사

  • 정홍철 / 스페이스스쿨 대표 wrocket@chol.com

지구패권 이어 우주패권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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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 미국은 우주 초강대국으로 꼽힌다. 그러나 미국의 우주 개발 과정은 자체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노력만이 아니라 행운과 시대적 상황, 정치적 결단이 맞물려 이뤄진 것이다. 현재 작은 좌절을 겪으며 우주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우리에게 미국의 우주 개발사는 어떤 교훈을 주는가.
지구패권 이어 우주패권도 잡는다

아폴로 11호 달 착륙 영상을 전송한 TV 화면.

미국의 공식적인 우주 개발 역사는 1958년 익스플로러-1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면서부터다. 그러나 비공식적인 노력은 1920년대부터 진행되었다. 라이트 형제가 동력으로 비행하는 항공기를 띄운 것이 1903년이니 항공을 시작하고 바로 우주 개발에 나선 것이다.

시작은 1919년 한 대학 교수가 발표한 작은 논문이었다. 논문 제목은 매우 거창해서 ‘초고도에 도달하는 방법’, 저자는 클라크대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로버트 H. 고다드(Robert Hutchings Goddard) 박사였다. 국내외에서 발간된 우주 관련 책은 대부분 고다드가 우주여행을 꿈꾸며 이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고다드가 이 논문을 쓴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머리말에도 나오듯이 고다드는 당시의 고고도 비행체인 풍선보다 더 높은 곳(고도 32km 이상)까지 관측 장비를 실어 보낼 추진 장치로서 로켓 활용성에 대해 언급했다. 현대의 ‘사운딩 로켓(Sounding Rocket·과학관측 로켓)’의 가능성을 예측한 것이지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비행하는 우주선을 말한 것은 아니었다.

액체로켓 최초 발명

공학도답게 그는 많은 수식(數式)이 들어간 지루한 문장의 논문을 만들었다. 그는 초고도의 타깃을 설명하기 위한 예로 ‘달(Moon)’을 거명했다. 이것이 미디어의 관심을 끌어 그의 로켓은 SF소설에 등장하는 ‘달 로켓(Moon Rocket)’이 되고 말았다. 1920년 1월 12일자 뉴욕타임스는 고다드 박사가 지구 대기를 넘어 달까지 도달할 수 있는 고효율의 로켓을 발명하려는 내용의 논문을 썼다고 보도했다.



이 과장된 보도로 고다드의 로켓은 도달 고도가 32km에서 38만km로 잘못 알려지고 말았다. 이런 시선이 고다드에게 큰 부담을 주었다. 그 후 고다드는 평생을 바쳐 연구했건만 그의 로켓이 도달한 고도는 애초 목표의 10분의 1도 안되는 2.7km에 불과했다.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그는 로켓 개발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다.

고다드의 업적은 화약을 이용한 고체추진제의 비효율을 실험실 수준에서 확인하고, 대안으로 액체추진제 로켓을 발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20년간 214개의 로켓 특허를 획득했으니 가히 현대 로켓의 발명자라고 할 만하다. 고다드가 숨진 뒤인 1960년 NASA(항공우주국)가 고다드 특허 무단 사용을 인정해 미망인에게 100만 달러를 지불하기도 했다.

고다드가 찾아낸 액체추진제는 가솔린과 액체산소였다. 가솔린과 액체산소는 구하기 쉽기에 주목을 받았다. 이 연료를 사용하는 최초의 액체로켓 비행이 1926년 매사추세츠 주 클라크대학에서 가까운 그의 친척 농장에서 이뤄졌다. 외피 없이 골조만으로 이루어진 4.7kg짜리의 원시적인 액체로켓은 2.5초 동안 56m를 날았다. 도달고도는 12.5m에 불과했다. 로켓의 자세를 제어할 만한 장치가 없었기에 수직으로 날기보다는 수평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 실험으로 고다드는 로켓 비행에는 추진력과 더불어 자세 제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그는 자세 제어 장치 개발에 노력을 쏟아 부었다.

이런 업적에도 고다드의 로켓은 미국 로켓의 주류가 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폐쇄적인 연구 방식과 연구비 부족이었다. 그는 다섯 명 정도의 보조 인력을 이끌고 연구했다. 대서양 횡단비행을 한 영웅 찰스 린드버그의 소개로 알게 된 구겐하임재단으로부터 지원받은 연구비로 그가 완성할 수 있는 로켓에는 한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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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철 / 스페이스스쿨 대표 wrocket@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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