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의견은 10명(11.8%)이었고 ‘정계개편이 필요없다’는 뜻에서 이 질문에 응답하지 않은 한나라당 의원이 39명(45.9%)에 달한 점도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정계개편 방식에 대한 민주당 자민련 두 여당 의원들의 응답은 한나라당과 크게 달랐다. ‘이념이나 노선에 따라 보수 중도 진보정당 등으로 개편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에 답한 의원은 26명(37.1%)인데 비해 ‘민주당과 자민련 등이 합당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의원은 이보다 약간 많은 30명(42.9%)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면적인 정계개편에 무게를 둔 것과 달리 여당 의원들은 민주당과 자민련 양당이 합당해 여권을 단일진영으로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런 한편으로는 전면적인 정계개편을 바라는 의견이 한나라당과 거의 비슷한 비율인 37.1%로 나타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40%에 가까운 의원들이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이념에 근거한 이합집산, 즉 전면적인 정계개편을 희망하는 것은 정계개편이 막연히 일부의 희망사항만은 아니며 조건만 갖춰지면 대단한 폭발력을 갖고 실현될 가능성도 있음을 암시한다.
‘신동아’는 같은 질문을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들에게도 물어봤다. ‘신동아’ 홈페이지 ‘Live Poll’에 참여한 네티즌들은 ‘이념과 노선에 따른 정계개편’에 47.1%가, ‘민주·자민련 간 합당’에는 16.4%가 지지를 보냈으며 ‘정계개편이 필요없다’는 항목에도 36.6%가 동의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현 정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에 여당 의원 대다수는 ‘(김대통령이) 현 정국의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에 답했다(56명·80%).
한편 ‘현 정국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항목에도 11명(15.7%)의 여당 의원이 긍정의 뜻을 나타냈다. 야당 의원들이 이 질문에 ‘일사불란’하게 답한 것과 비교하면 여당 내부에 보이지 않는 균열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수치다.
김대통령의 시국관에 비판적 견해를 보인 11명의 응답자 중에 자민련 의원이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민주당 의원 중에도 최소한 5명이 뜻을 같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반란’의 의사표시를 한 민주당 의원들은 김중권 대표체제로 상징되는 김대통령의 현 정국 운영에 소외된 불만세력인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원 15.7% “대통령 정국인식 문제 있다”
같은 질문에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100%가 ‘김대통령이 정국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김대통령이 당적을 떠나 국정운영에만 전념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김대중 대통령이 당적을 이탈한다면 어떻게 되리라고 예측하느냐’는 질문에 여당 의원의 대다수인 49명(70%)이 ‘여당이 사실상 없어지기 때문에 국정에 혼란이 올 것이다’라고 답했다.
반면 ‘여야를 초월해 국가경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의견에는 10명(14.3%)의 여당 의원이 동의했다. 이 밖에도 11명(15.7%)의 여당 의원이 기타의견을 제시했는데 이들은 ‘여권의 대권후보가 결정된 후에는 고려해볼 수 있다’, ‘언젠가는 이탈해야 하나 지금은 아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가 분명하게 드러난 이후, 선거전략상 필요에 따라 과거 정권 때처럼 대통령의 당적이탈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인 듯하다.
이처럼 대통령의 당적이탈을 대선 전략에 활용하는 방안은 여당의 일부 중진들의 입을 통해서도 공개된 바 있다.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은 ‘신동아’ 신년호 인터뷰에서 김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와 당적 이탈, 거국내각 구성 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노장관은 대통령의 결단과 함께 야당도 대통령을 더 이상 흔들지 않는다는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있을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사실 대통령의 당적이탈은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주로 거론했던 요구사항이다. 이회창 총재는 지난 연말 당직자 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기 위해 당적과 총재직을 포기하고 각료 추천을 요구할 경우 이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비주류의 리더인 김덕룡 부총재도 지난 연말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제하에 “여야를 망라한 대규모 정계개편이 성공하려면 김대통령의 중립, 즉 당적이탈이 선결조건”이라고 못박았다.
두 사람의 말은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김부총재처럼 정계개편을 적극 바라는 쪽이든 이총재처럼 정계개편론 자체를 불온하게 여기는 쪽이든 김대통령의 민주당적 포기는 막힌 정국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었다.
이런 한나라당 지도부의 생각을 반영한 듯 ‘김대통령이 당적을 이탈한다면 어떻게 되리라 예측하느냐’는 질문에 응답한 한나라당 의원의 94.1%(80명)가 ‘여야를 초월해 국가경영을 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걸음 나아가 ‘거국내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이 질문에 42.9%(30명)의 여당 의원은 ‘대통령제에서는 현실성 없는 발상’이라며 부정적이었다.
반면 31.4%(22명)는 ‘대화와 타협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응답했으며 ‘대통령이 당적을 이탈한 뒤 고려해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유보 의견을 밝힌 의원도 15.7%(11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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