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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정보기관 고위장교가 작심하고 기록한 군 비리 고발 육필문서

‘뇌물전쟁’에서 이겨야 진급·보직도 이긴다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軍 정보기관 고위장교가 작심하고 기록한 군 비리 고발 육필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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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서는 뇌물을 주고받을 경우 정치보위부에 의해 자아비판을 강요당한다. 북한군의 정치보위부에 해당되는 부대가 우리의 기무사다. 그런데 기무사가 뇌물비리 구조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비판과 비난이 일고 있고 그 탓에 군의 개혁이 요원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뇌물은 사지금(四知金)이라고 한다. 본래 너만 알고 나만 알자는 것인데, 여기에 하늘이 알고 귀신이 알게 돼 네 명이 인지함으로써 비밀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기무사에서 자행되는 뇌물비리의 유형을 살펴보고 반면교사로 삼고자 한다.

1. 환심 사기 위해 간이라도 빼줄 듯 해야 한다.

반대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소신과 용기를 가진 자는 도태되거나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각종 토론시간에 자기 주장을 피력하면 곧바로 이단자로 간주되고 불평불만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쉽사리 목격할 수 있다. 그러니 자연 윗사람에게 고분고분하고 ‘지당하옵니다’ 따위의 언행을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가관인 것은 장래성 있는 육사 출신은 계급이 낮더라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들에 의해 인물평이 형성되고 상층부에 전해지기 때문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들은 비육사 출신들에 대해 “중령은 늦더라도 대령은 내가 먼저 단다”는 투로 말한다. 머지않은 미래를 감안하면 계급이 왕인 군대사회에서 이들은 중요한 고려대상이다.



2. 상관의 지시는 어떠한 경우에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문민정부 시절 김현철씨와의 친분관계를 빙자해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던 M대령이 자체 감찰에 적발돼 육군에 원복(원대복귀)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후 그가 D지구 부대에 근무할 때 모친상을 당했다. 그런데 “누구든 M대령 상가에 조문 가는 부대원은 그냥 두지 않겠다”는 L사령관의 명령(?)이 전파됐다.

당시 C지구 부대장 J대령이 전직 동료에 대한 우의 표시로 조문을 했다가 “믿는 놈에게 발등을 찍혔다”는 L사령관의 분노가 전달됐고 그후 지방을 전전하면서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J대령은 사령관의 지시를 받들지 않은 죄 아닌 죄 때문에 30년 군생활의 끝이 좋지 않았다.

3. 지역 특산물 상납은 뇌물구조의 가장 밑바닥

서울을 떠나 지방에 근무할 경우 특산물은 아주 좋은 상납품으로 활용된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명품이면 더욱 좋고 비싸지 않으면서도 비교적 오랜 시간을 두고 보면서 활용하기 때문에 보내준 사람에 대한 기억도 오래 간다. 그러나 계급에 맞게 해야지 그야말로 성의 수준의 특산품은 보내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여론도 팽배하다.

J중령은 지방에 근무할 때 명절이 되면 서울로 보내는 특산품이 타이탄 트럭 1대가 넘는다고 한다.

K중령은 부하들의 가족들을 불러모아 은행알을 까고 산더덕을 벗기게 한 뒤 꾸러미를 만들어 사령부 과장급 이상에게 보냈다. 가족들은 손톱이 벗겨지도록 일한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해야 했다. 그런데 정작 들려오는 소리는 “참으로 예의바른 부대장”이란 호평뿐이어서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는 것이다.

고위직 친인척 인적사항 파악

4. 지역에 근무할 때 사령부 부대원 가족과 친척에게 최선을 다한다.

지방에 근무할 경우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은 사령부에 근무하는 부대원이나 계급이 높은 분들의 친인척 인적사항을 면밀히 파악해 생일이나 명절 때는 물론이고 수시로 접촉해 접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약삭빠른 사람들로서는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C중령은 인사부서 관계자인 L중령의 모친 칠순 잔치가 비공개리에 가족끼리만 모인 자리인데도 부부동반으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찾아가 절을 드리고 함께 놀아주는 성의를 보였다. 그 덕분에 순탄한 보직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지방부대 간부들이 교체되면 그 지역에 거주하는 부대원의 친인척이 찾아와서 스스로를 알리는 경우도 허다하고 이들의 기분 여하에 따라 사령부에 형성되는 인물평이 달라지는 것이다.

5. 사령부 주요 직위자를 수시로 초청해 접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도권에 근무해야만 가능하다. 소령급 이상은 보직 인사이동시 수도권에 발령을 받아야만 조직 내 위상을 유지하고 위세도 대단해진다. 국민의 정부 시절 소위 대전복 부대로 분류되는 사단이나 여단급 이상 부대를 지원하는 기무부대장들은 전원 특정 지역 출신으로 채워졌다. 임기도 통상 2년인데 3년 동안 유지시켰고, 종료 후엔 서울 지역 부대로 옮겨가도록 배려했다.

이들은 서울 지근 거리에 위치해 사령부 간부들을 수시로 초대했다. 반면 이들이 실세들임을 인식한 비호남 출신들이 제발로 찾아가 우의를 다지는, 이른바 외곽 다지기도 진행됐다.

K중령과 또 다른 K중령은 서울 근거리 지역의 기무부대장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많은 사람을 초대해 접대했다. 또 접대받은 사람은 같은 또래의 부대장을 방문해 서로 접대 태도를 비교하고 이를 사람 평으로 연결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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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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