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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눈으로 본 정치

이부영 열리우리당 의장 취임 한 달

당권파 달래고 비주류 어르고… ‘모래성’ 성주의 애타는 정치곡예

  • 글: 윤종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kmas@donga.com

이부영 열리우리당 의장 취임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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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가 진행중인 9월 중순 당 공보실 직원 일부가 부랴부랴 국회 본청 사무실로 짐을 싸 옮겨온 것도 당과 원내 간 의사소통 부재 때문이다. 정기국회가 개원한 상태에선 당의 대부분 기능이 원내 중심으로 돌아가게 마련인데 막상 당에서는 원내가 무슨 회의를 언제 누구와 하는지, 어떤 정책이 어떻게 입안되고 있는지, 여야 대화는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 의장이 처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은 부대변인을 비롯한 당직 인선 문제다. 보통 당권자가 바뀌면 그에 따른 당직자 인선이 이뤄지는 게 순서이다. 이 의장 취임 직후에도 당직 인선이 어떻게 이뤄질지가 관심사였다. 그러나 정장선(鄭長善) 비서실장을 제외하면 단 한 사람도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인사를 최소한에 그치겠다는 이 의장의 뜻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이기는 하지만, 당내 각 계파, 구체적으로는 당권파들의 견제와 압력이 알게 모르게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 의장 취임 직후 사무처의 한 당직자가 찾아와 “지금 있는 당직자들이 괜찮으니 웬만하면 그냥 두고 쓰시죠”라며 건의 반(半) 압력 반(伴) 요구를 전달했다고 한다. 현재 당 사무처는 개혁당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당직자 중에서도 노른자위로 꼽히는 부대변인 자리는 당 의장이 되면 꼭 ‘자기 사람’을 데려다 앉히는 요직이다. 당이 돌아가는 전반적인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스-당-언론’을 잇는 핵심 통로여서 의장의 뜻을 안팎으로 알리고 대외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 최적의 직책이기 때문이다. 보수도 만만찮다. 매월 고정적으로 세후(稅後) 600만원이 주어지기 때문에 의장으로선 측근에게 ‘인심 쓰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임 의장들도 다들 자기 사람을 부대변인 자리에 앉혔다. 현재 5명의 부대변인 중 정동영 신기남 전 의장 측근과 김근태 전 원내대표 측근이 한 명씩 자리잡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보스’들이 당 지도부에서 물러난 뒤에도 부대변인들을 ‘연락병’ 삼아 남겨놓은 것 또한 이러한 효용가치 때문이다.

욕심 드러내면 곧바로 당내갈등

그러나 당이 부대변인 자리를 손대려 하자 즉각 ‘보스’들의 견제와 압력이 들어왔다는 후문이다. 이 의장측은 이들 중 일부만이라도 스스로 물러나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렇다고 이 의장이 이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공개적으로 칼을 대기도 쉽지 않은 형국이다. 당내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이 의장으로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한시적이나마 ‘자기 사람’을 당에 심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의장측은 겉으로는 “당직 인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인사와 관련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안달하며 못마땅해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는 게 당 관계자의 분석이다.

이런 정황들을 뒤집어보면 이 의장이 욕심을 드러낼 경우 곧바로 당내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이 의장이 6개월 정도의 재임기간 동안 당에 확실히 뿌리를 내릴 수 있을지, 리더십의 검증대를 통과해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이 의장 자신의 정치력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더구나 원외인 이 의장으로서는 누가 뭐래도 원내 재진입을 위한 기회를 노려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에 대해 ‘공산주의 전력’ ‘군대내 프락치’ 등 강경 용어를 써가면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각을 세우고, 과거사 규명문제에 단호한 입장을 밝히면서 치고 나간 것은 이를 의식한 당내 입지 구축용의 성격이 짙다. 국보법 개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 대표간 ‘끝장 토론’을 제안하는 등 당 전면에 적극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꾸준한 외곽 인맥 다지기

한편 국보법 폐지라는 노 대통령의 공개 선언 속에서도 ‘신중한 처리’ ‘속도조절론’을 공언하면서 보수층을 꾸준히 만나 귀를 기울이는 것은 뭔가 자신만의 ‘역할’ 구축을 염두에 둔 원려(遠慮)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수환(金壽煥) 추기경, 법장(法長) 조계종 총무원장, 이돈명(李敦明) 변호사, 김지하(金芝河) 시인, 박원순(朴元淳) 변호사, 최열(崔冽)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언론계 인사 등 오랜 재야운동을 통해 쌓은 인맥과 꾸준히 만나면서 외곽을 튼튼히 다지는 모습도 그의 앞날과 관련해 유심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신동아 200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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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종구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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