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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획|격론! ‘과거사 전쟁’

진실규명 통해 정의확립해야 사회해체 막는다

  • 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학 dckim@mail.skhu.ac.kr

진실규명 통해 정의확립해야 사회해체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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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4·19혁명 당시 과거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그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우선 광주 5·18 대참사가 발생했다. 그리고 제3·4·5공화국 시절 인권유린, 의문사, 조작간첩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수없이 발생했다. 올바르지 않은 공권력 행사가 견제되지 않고, 그러한 공권력 범죄에 가담했던 사람들이 처벌되지 않음으로써 1990년대 초까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은 크게 제약받았으며, 억울한 피해자가 속출했다.

물론 이러한 일이 전개됐음에도 우리 사회에서 과거청산의 대의에 대한 회의론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반드시 구친일세력, 독재와 파시즘의 부역자, 반인권 범죄의 가해자가 아니더라도 이 문제는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게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권력 특히 군, 경찰, 공안기구 등에 의한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되고, 억울함이 풀어진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무엇이 달라지는가를 묻는 사람도 있다. 이미 가해자나 책임자가 세상을 거의 뜬 마당에 새삼 가해자나 피해자의 상처를 들춰내서 무엇하겠는가 하는 반론도 많다. 친일진상규명 역시 이미 당사자가 거의 세상을 뜬 마당에 새롭게 시비를 가려서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는 회의론도 있다.

어떤 점에서 이러한 반론은 가해자나 제3자는 물론 피해자측에서 더욱 강하게 제기되기도 한다. 잊어버릴 만한데 다시 상처를 건드린다는 고통스런 항변은 국가권력의 책임 여부를 규명하고 문제해결 방안을 제안하자는 논의석상에서 언제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사건이 발생하고 시간이 꽤 흐른 지금 시점에서 과거 공권력의 잘못을 따지고 가해자를 밝혀내는 일은 이상주의적 지식인들의 사회정의 수립운동 정도로 비춰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젊은 세대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 문제의 해결은 어떤 경제적 이득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통해 부패를 청산한다든가 사회를 바로잡는 것도 아닌 그냥 ‘옳은 일’ 정도로 보인다. 이것은 5·18 진상규명, 1980년대 의문사 진상규명 등 현재 한국사회의 다양한 과거사 진상규명 운동이 함께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친일파를 규명한다고 해서 정치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공권력 범죄의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혀낸들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한이 풀리는 것도 아니다. 경제적 보상을 받으면 정신적 위로는 되겠지만 사라진 생명을 되찾을 수는 없다.

‘응답가능한 공권력’ 수립의 전제조건

그러나 필자는 과거청산으로 생겨날지도 모르는 부작용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그것이 해결됨으로써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이 얻을 이익, 그리고 국가발전에 장기적으로 기여하는 점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한 개인이 원한관계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희생자가 됐을 때, 그 생명의 상실과 고통의 문제는 가족 등 사적인 차원을 떠난다.

이 경우 역사에서의 죄과, 삶과 죽음의 의미,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현재 정치경제적 지위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인 억울함의 해소와 물질적·정신적 보상의 문제를 떠나 법적 정의와 공권력 권위 회복의 문제가 된다.

과거청산이 이뤄질 경우 일차적으로는 시민에 대한 정치권력의 책임 혹은 ‘응답가능한 공권력’ 수립이 가능해질 수 있다. 바우만(Zygmunt Bauman)과 같은 유태인 학살 문제 전문가들은 바로 학살의 미시정치를 통해 사회를 ‘과학’으로 인식하는 서구 사회과학의 지평에서 ‘도덕’이라는 문제를 도입했는데, 그는 학살 현장에서 생과 사의 차원, 그리고 그 문제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맥락 속에 인간 도덕성의 근본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보았다.

이 점에서 만약 현대 한국사회가 도덕적으로 파탄난 사회가 아닌가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반드시 과거청산의 미비 특히 한국전쟁 당시의 민간인 학살, 군사정권 시절의 의문사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여성을 정신대로 강제 연행해간 말단의 하수인은 동포인 조선인이었으며, 한국전쟁 당시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하는 데 가담한 말단의 군인들은 평범한 한국인들이었다.

국가폭력의 대행자들과 그들의 행위를 목격하고도 방관한 사람들이 오늘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한국사회의 제반 문제를 이해하고 그 해법을 찾아나가는 데 상당히 많은 단초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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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사회학 dckim@mail.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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