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최고지도자인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성경의 창세기에서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생기고’와 같이 하나님이 말로써 세상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통령이나 기업의 총수가 측근들에게 ‘말’을 하면 그것이 법을, 제도를, 인력과 자본과 지구적 자원을 움직여 현실세계의 구체적인 무엇을 만들어낸다. 이 때 통치자의 말 한 마디는 그저 공기 속으로 흩어지고 마는 형체 없는 것이 아니다. 수천, 수백만의 행동이나 거대한 사건과 같은 발화행위(speech act)가 된다.
중간 관리자는 “저 20조원짜리 프로젝트가 왜 만들어졌나요”라는 질문에 단지 “그건 OO법률의 제정에 의한 예산집행 결과입니다”라고만 대답할 수 있다. 바로 그 법과 예산을 있게 한 통치그룹 내부의 사밀한 대화가 그 프로젝트 탄생의 근원적 원인임에도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세상은 권력엘리트끼리 공유하는 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비교적 민주화된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중은 권력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그 권력을 차지할 소수집단을 선택할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에 공개되는 정보들, 통계, 수치, 절차로는 세상이 돌아가는 진짜 이유를 알아내기 어렵다. 그걸 알기 위해선 통치그룹 내부에서 속마음을 터놓고 오가는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엘리트들은 자신들을 향한 보편적 접근을 잘 허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세상 정보의 대부분은 단지 이들이 공개를 허락하는 내용으로만 주로 채워진다. 진실이란 겨우 잊을 만하면 간헐적으로 새어나올 뿐이다.
진실의 문을 연 사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 인터넷 투표에서 어산지가 1위에 올랐다. 그는 미국 국무부와 전세계 274개국 주재 미 공관(대사관, 영사관)이 주고받은 비밀 외교문건 25만1287건을 폭로했다. 미국과 세계는 경악했다. 그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오간다. 기자는 그를 ‘진실의 문을 연 사람’으로 정의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문건들엔 전세계 각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바로 그 진짜 이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즉 이 문건들은 미국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다. 동시에 전세계 정부의 권력엘리트들이 미국 외교관에게 터놓고 이야기해주는 그들 나라의 은밀한 이야기도 들어 있는 것이다.
직업적 관점에서 어산지가 공개하는 문건의 질과 양은 아마 전세계 1만명의 기자가 10년 이상 취재해야 얻을 수 있는 특종뉴스보다 더 많을지도 모른다. 미국 정부의 난처한 입장은 ‘실용’의 관점에선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그것은 미국 외교관의 평판을 떨어뜨리고 미국의 유·무형의 국익을 훼손하는 일임이 명백해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