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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카지노 리조트 산업 ④

슬롯머신에 빠진 탱고의 나라, 다국적 자본과 손잡은 정부가 꿈꾸는 카지노경제

아르헨티나

  • 이승구| 강원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sklee@kangwon.ac.kr 한상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슬롯머신에 빠진 탱고의 나라, 다국적 자본과 손잡은 정부가 꿈꾸는 카지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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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정부는 트리레니움 카지노처럼 정부가 지분을 투자한 카지노를 전국에 17개 운영하고 있다. 이들 카지노의 테이블게임 수익은 설명한 대로 모두 정부에 독점 귀속된다. 머신게임에서 창출되는 수익은 민간기업과 정부가 나눠서 가져간다. 비율로 보면 기업은 통상 슬롯머신 수익의 47% 정도를 가져가는데, 트리레니움 카지노의 경우 연간 1200만~1500만페소(한화 400억원 가량)의 수익을 슬롯머신에서 올리고 있다. 규모에 비해 수익이 매우 큰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에 카지노산업이 갖는 의미는 카지노에서 발생하는 세금의 규모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경우만 봐도 카지노는 부동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세금을 걷어들이는 세원(稅源)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카지노 사업장에서 원활하게 세금을 걷기 위해 모든 슬롯머신을 정부의 컴퓨터 서버와 연결해 실시간으로 매출을 확인, 관리하고 있으며 모든 카지노 영업장에 국세청 직원을 상주시켜 카지노 매출규모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배 위의 카지노

슬롯머신에 빠진 탱고의 나라, 다국적 자본과 손잡은 정부가 꿈꾸는 카지노경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에 위치한 선상 카지노 ‘카지노 푸에르토 마데로’. 1400대의 슬롯머신과 150대의 테이블게임을 갖춘 대형 카지노다.

세계 3대 미항(美港)으로 불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에는 선상 카지노(Riverboat Casino)인 카지노 푸에르토 마데로가 있다. 아르헨티나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선상 카지노 중 매출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미국 미시시피 강에서 유람선으로 운행되던 선박 한 척을 들여와 1999년 8월부터 선상 카지노로 운영하다 2003년 또 한 척을 들여와 규모를 늘렸다. 방문객이 늘어나 수용가능 수준을 넘어서자 정부가 확장을 허가해줬기 때문이다. 이 카지노에는 현재 1400대의 슬롯머신과 150대의 테이블게임이 운영되고 있다. 테이블게임은 주로 블랙잭과 포커 등이다. 강원랜드보다 규모면에서 훨씬 크다.

카지노는 카지노 선박에 진입하기 위한 접근시설 공간과 선상카지노 공간의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돔구장을 닮은 카지노 건물에는 안내센터, 쇼핑센터, 식음료 코너 등 각종 편의시설이 모여 있다. 이곳을 지나 선상으로 들어가면 4층으로 나뉜 공간에 슬롯머신과 테이블게임이 빼곡히 들어선 카지노를 만날 수 있다. 선박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공간은 상당히 폐쇄적이고 협소한 느낌을 준다. 배의 곳곳에 슬롯머신이 빼곡히 채워져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선상 카지노가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뭐니뭐니 해도 접근성이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시내에서도 가장 번화한 곳 중 하나인 항구지역에 위치해 있어 게이머들을 쉽게 불러 모을 수 있었다. 주변 대중교통도 비교적 잘 발달해 있고 시내 중심에선 도보로도 이동이 가능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30㎞가량 떨어져 있는 티그레의 카지노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이러한 접근성은 놀이와 게임을 좋

아하는 아르헨티나 국민성과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카지노 푸에르토 마데로는 다국적 합자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카지노 관련 최대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스페인 기업 실사(SIRSA)와 아르헨티나 최대의 로컬 카지노기업인 카지노그룹(Casino Group), 압사 3개 기업이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이들 기업은 현재 아르헨티나 내에만 30여 개의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카지노 푸에르토 마데로의 마케팅 책임자인 라우라 리오스씨는 “카지노를 찾는 주된 고객은 40대 중반 이상이다. 주말에 1만여 명 이상이 방문하는데,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은 전체 방문객 중 5%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이다. 주변에 국제상업지역 및 특급호텔이 위치해 있어 외국인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카지노 푸에르토 마데로는 전세계 대부분의 카지노가 그렇듯이 점차 테이블게임에서 슬롯머신으로 고객의 선호도와 매출이 이동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리오스씨는 “게임의 용이성, 소액 베팅이 가능하다는 점, 배당률이 높다는 점, 고객들이 대부분 고령인구라는 점 등이 그 이유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1999년 선상 카지노를 허가하면서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정기적으로 해상운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카지노를 허가하고 싶지만, 사회주의 영향으로 자국 영토 안에서는 절대 카지노를 허가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던 아르헨티나 정부가 내놓은 묘안이었다. 미국 미시시피주의 선상 카지노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여튼 이런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카지노 푸에르토 마데로는 지난 10년간 정기적으로 엔진에 시동을 걸고 단 30㎝라도 해상에 나갔다 들어와야 했다. 이를 위해 카지노는 300명이 넘는 아르헨티나 해군을 고용해 선상에 상주시켰다. 아르헨티나에는 ‘모든 배는 반드시 해군의 지휘를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다’는 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 가을경 카지노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이제는 엔진에 불을 붙일 필요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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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구| 강원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sklee@kangwon.ac.kr 한상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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