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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로 세계 정복한 맥도날드 성공신화

어디서, 누가 만들어도 똑같은 햄버거맛 낸다

  • 박태견 tggpark@yahoo.co.kr

어디서, 누가 만들어도 똑같은 햄버거맛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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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크는 “햄버거는 누구나 만들어 팔 수 있다. 맥도날드는 다른 곳과는 다른 매력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경영철학에 따라 만들어진 맥도날드의 캠페인 구호가 그 유명한 “우리는 당신의 미소를 보기를 원합니다(We love to see your smile)”이다. 크로크는 ‘품질’ ‘서비스’ ‘청결’ ‘가치’를 맥도날드의 4대 원칙으로 정해 자신의 경영철학을 구체화했다. 이러한 원칙은 제품 생산과 서비스 과정을 표준화한 방대한 분량의 매뉴얼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맥도날드 형제가 운영하던 패스트 푸드점에도 매뉴얼은 있었으나 약 30여 가지에 불과해 크로크가 보기에 보완할 점 투성이였다. 크로크는 각종 실험을 거쳐 체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꼼꼼히 기록한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완성된 최종 매뉴얼 항목은 자그만치 5만 가지나 됐다. 크로크는 우선 햄버거 재료로 사용되는 쇠고기의 크기와 무게, 모양을 정확하게 통일했다. 예컨대 지방의 양은 19% 이하, 무게는 1.6온스, 지름은 3.875인치, 양파는 0.25온스 등으로 정했다. 또한 이 매뉴얼에는 햄버거의 고기를 어느 정도 두께로 자를 것인지에서부터 몇 도에서 몇 분 동안 익힐 것이며, 감자를 써는 요령과 두께까지 꼼꼼하게 기록했다. 밀크셰이크와 아이스크림 제조법도 통일했다. 체인점마다 같은 양의 피클과 겨자와 케첩이 들어간 똑같은 형태의 햄버거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접시에 담아 서비스하도록 했다. 햄버거에 사용되는 고기는 매장에 배달되기 전까지 40가지 이상의 엄격한 품질검사를 거치게 했다. 또한 신선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햄버거는 만든 지 10분, 프렌치 프라이드는 튀긴 후 7분이 지나면 모두 폐기하게 했으며, 가능한 한 고객이 주문한 지 30초 이내에 제품을 서비스하도록 했다. “따끈하고 신선하게 그리고 곧바로 손님에게(Hot, Fresh, Just for You)”라는 대(對)고객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이었다. 매뉴얼에는 매장을 열고 닫는 시간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복장과 매장의 밝기, 화장실 점검 요령과 사후 조치 요령까지 매장 운영에 필요한 모든 사항이 기록되어 있었다. 특히 그는 청결에 매우 신경을 썼다. 식당이 불결하면 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로크는 이에 “청결하게 보여라(Fresh Look)”는 구호를 내걸고, 화장실 전등 점검, 거울의 청결 상태 확인, 휴지 보충, 변기의 물기 확인, 비누 보충, 악취 제거, 휴지통 비우기, 급수 확인, 환기구 점검, 화장실 1차 점검·2차 점검 등 조그만 화장실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만 수십 가지에 달하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크로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1961년에는 그는 일리노이주 엘크 그로브 빌리지에 있는 한 체인점에 각 체인점의 매니저들을 조직적으로 훈련시킬 수 있는 ‘햄버거 대학’을 만들었다. 이 대학은 현재 시카고의 오크 브룩에 있는 본사로 옮겼는데, 햄버거 대학에서는 프랜차이즈 운영자와 직원들에게 각종 매뉴얼을 교육한다. 각 체인점의 성공사례를 발표케 하고 동시에 새로운 조리법과 냉동방식·저장·서비스 메커니즘 등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크로크는 이렇게 정한 기준 중에서 단 한 가지라도 어기는 납품 업자와는 거래를 끊었다. 프랜차이즈 경영자들도 이 기준을 어기면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덕분에 시작은 좀 더딘 듯했지만 곧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누가 만들어도 똑같은 맛

외국을 여행하던 사람이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그 지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때 맥도날드 햄버거를 찾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도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에서는 똑같은 맛의 햄버거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름을 내건 두 개의 가게에서 맛이나 서비스에 큰 차이가 있다면 고객은 불만을 갖게 될 것이다. 따라서 네트워크 조직으로 이뤄진 기업은 표준화된 시스템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일찌감치 간파한 크로크는 철저한 매뉴얼화를 통해 어느 맥도날드에 가도 똑같은 맛을 맛보게 했다. “맥도날드 체인점은 다른 음식점들과는 달리 주방장이 바뀌어도 그 맛이 변하지 않는다”는 고객의 믿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 솜씨좋은 주방장에 의해 손님을 끄는 것이 아니라, 매뉴얼화된 정교한 시스템을 작동시켜 손님을 끄는 것.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맥도날드를 있게 만든 최대 경쟁요소였던 것이다. 이는 ‘황제경영’으로 압축할 수 있는 한국 재계와 정치권이 결여한 경쟁요소이기도 하다. 1955년 맥도날드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때 이미 미국에는 무수한 프랜차이즈 업체가 존재하고 있었다. A&W, 데일리 퀸, 테이스티 프리즈, 빅 보이, 인트라 버거킹(훗날의 버거킹) 등등. 그러나 맥도날드는 철저한 매뉴얼화를 통해 이들을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었다. 그 후에 등장한 웬디스, 하디스 등 숱한 신흥 패스트푸드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압도적인 차이로 선두를 고수할 수 있었다. 99 회계연도(1999년 4월부터 2000년 3월 사이) 맥도날드의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43.1%였다. 경쟁기업인 버거킹은 19.6%였고, 웬디스는 12.2%, 하디스는 4.9%, 잭인더박스는 4.0%에 불과했다. 맥도날드의 매출액도 해외시장 덕분에 385억 달러로 전년 대비 13%나 증가했다. 크로크는 훗날 자서전 ‘갈아 만들다(Grinding It Out)’에서 “내가 맥도날드 체인점에서 원한 목표는 완벽한 표준화였다. 그 밖의 것들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맥도날드 성장 신화의 키 포인트는 매뉴얼화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맥도날드를 있게 한 요인을 매뉴얼화 하나로 압축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성장 신화를 일군 또 다른 키 워드는 프랜차이즈 파이낸싱과 부동산 사업이다. 단기간 내에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 내에 체인점을 내겠다는 파트너를 최대한 많이 끌어모으는 게 관건이다. 크로크는 체인점을 내겠다는 파트너와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초기에 크로크가 체인점을 내주는 조건으로 요구한 로열티는 매출액의 1.9%에 불과했다. 훗날 크게 올랐지만 초기에 가맹점에서 받은 권리금도 단돈 950달러에 불과했다. 초기에는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수익을 못 올리더라도 단기간에 미국 전역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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