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누구를 만나 논의했다는 말입니까.
“뭐, 북경에는 북한의 아태평화위원회 대표자도 나와 있고…. 그 부분은 민감하기 때문에 다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여튼 중국 국적의 사람이 중간에 서서 우리와 많이 논의했고, 서울을 다녀갔다는 것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북한쪽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좋지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북한에서는 기술 부족 등의 이유로 휴업중인 광산이 많습니다. 제조업이라면 설비를 들여오고 공장을 짓느라고 돈이 들지만, 광업은, 쉽게 말해서 땅 파서 주는 것 아닙니까. 사전 투자가 적습니다. 광업은 북한 총수출액에서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습니다. 그러한 광업이 다시 돌아간다면 북한은 좋은 것 아닙니까. 더구나 채굴 과정에 인건비가 전량이 북한에 떨어지게 되는데…. 우리가 자본과 기술을 제공해 다시 채굴하게 된다면 북한에서는 금방 가시적인 경제 성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 쪽의 이익이라면 이렇게 캐낸 광석을 경의선을 통해 가져오니, 해외에서 채굴해 가져오는 것보다 물류비가 적게 든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할 것이 하나 있는데, 우리가 제의한 것은 북한 광물자원 개발이 아니고 남북 공동자원 개발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만 북쪽에서 필요한 광물을 캐오는 것이 아니라, 북한도 남쪽에서 가져갈 자원이 있으면 캐가라는 것입니다. 물론 광물 자원은 대부분 북한 쪽에 있지만, 남한에도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이 무진장 널려 있습니다. 요즘 남북 교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것이야 말로 상호주의고 윈-윈(win-win) 게임입니다.”
―북한 자원을 개발한다면 먼저 휴폐광부터 개발합니까.
“그렇습니다. 이미 철도가 들어가 있거나 가까운 곳까지 SOC가 돼 있는데도 기술 부족으로 채굴을 중단한 휴폐광부터 개발해야 합니다. 1000m를 파야 본격적인 생산을 할 수 있는데 북한에 전기가 부족해서 500m밖에 채굴하지 못해 휴폐업한 광산이 많습니다. 이러한 곳은 탐사 비용이 적게 드니 이곳부터 먼저 개발해야 합니다.”
―문민정부 때 북한은 미국의 카길사로부터 밀가루 5만t을 반입하는 대가로 마그네사이트 광산 채굴권을 주겠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카길사는 큰 관심을 갖고 마그네사이트 광산을 둘러봤는데, SOC가 형편 없었습니다. 그래서 도로나 전력 같은 SOC를 건설해주면 채굴권을 인수하겠다고 했는데, 북한은 SOC는 카길 쪽이 지어야 한다고 해서, 밀가루 지원 자체가 무산되었습니다. 북한은 광진공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로 나오지 않을까요.
“우리는 현대처럼 월 1100만 달러씩 주고 대북 사업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북한이 SOC를 놔달라고 하고, 남한 정부나 기업이 이에 응하게 되면, 남한에서는 남남(南南)갈등이 생깁니다. 북한이 그렇게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당신네들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남한에서 파가라고 권하는 것입니다.”
“북한과는 공식적으로 접촉할 터”
―북한 광물자원 개발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일부 국내기업은 과거 정권 때 이미 북한 광산 채굴을 시도했다가 애를 먹은 모양이에요. 북한은 SOC를 한국 기업이 건설해야 한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채굴 기계도 그들이 정한 것만 쓰라고 했답니다. 그래서인지 자기네 혼자서는 절대로 북한에 들어가지 않는다. 광진공이 앞장서면 자기네들도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들어가겠다 그럽니다.”
―산업자원부 쪽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WTO 체제에서도 정부가 광산을 지원하는 것은 아직 위법이 아닙니다. 국내에서 석탄 1t을 캐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무려 10만 5000원입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2만원이면 1t을 캐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채굴 비용이 비싸다 보니 정부는 탄광업체에 t당 7만원씩의 채굴비용을 지원해주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 석탄을 많이 생산할수록 그만큼 국민 부담이 커지는 것이지요. 이렇게 지원을 받아도 국내 채굴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업체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의 t당 석탄 채굴 단가가 얼마일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한국보다는 훨씬 쌀 것입니다. 그리고 남북경협자금도 있고 하니 적절한 수준이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쪽은 얼마나 적극적입니까.
“매우 적극적입니다. 그런데 공식루트가 아닌 비공식 루트로 사업을 하자고 제의하고 있어 문제입니다. 광진공은 정부투자기관이니 저쪽에서도 그와 상응한 기관이 나와, 공식 루트로 응해줘야 하는데, 아직은 공식기관에서 공식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비공식적으로는 못한다’ 그러고 있습니다.”
―광진공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북한 광물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대표적으로는 철광입니다. 북한의 철광석 매장량은 30억t으로 남한의 100여 배입니다. 이중에서 가장 큰 것이 무산철광인데, 무산철광에서는 북한의 연간 총 철광석 생산량의 절반 정도인 연간 500만t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연은 남한의 21배 아연은 42배나 묻혀 있는데 연과 아연은 북한 광산물의 주 수출품입니다. 마그네사이트는 세계 3위의 매장량을 자랑합니다. 함남 단천의 용양광산은 계단식 노천채굴로 마그네사이트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평남 안주에는 유연탄광산이 있는데, 북한의 이승기 박사는 이 유연탄을 이용해 비날론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북한 광물을 개발한다면, 남한의 수요가 많고 북한에는 많이 매장돼 있는 금·아연·연·철·마그네사이트 등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경제성이 있는 북한 광물을 43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화재를 돌려보겠습니다. 광진공은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성공한 사례에는 어떤 게 있습니까.
“정부는 국내에서는 거의 생산되지 않지만 산업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유연탄·우라늄·철광·구리·아연을 ‘5대 전략광종으로 정하고, 2006년까지 유연탄과 우라늄은 국내 소비량의 30%, 철은 15%, 구리는 20%, 아연은 20%를 우리나라가 투자한 해외광산에서 확보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해외광산을 확보하기 위해 광진공은 해외 광산 지역을 탐사하거나 지분 투자를 합니다. 광진공이 탐사해 광물자원이 발견되면 국내 광산업체가 들어가 직접 채굴하거나 지분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남한에서는 11개 탄광에서 약4000만t의 석탄을 생산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도네시아의 파시르에서 탄광을 찾아내 (주)삼탄에 넘겨주었습니다. 지난해 말 이 광산은 연간 1000만t, 즉 국내 석탄생산량의 2배가 넘는 석탄을 채굴할 수 있도록 증설했습니다. (주)삼탄은 이중 300만t은 한국으로 가져와 한국전력에 발전용으로 납품하고 나머지 200만t은 대만의 대만전력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스프링베일 유연탄광에는 12.25%(83억원) 지분 참여를 해, 광진공은 2001년부터 연간 8억원의 배당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국내 탄의 t당 열량은 약 4500㎉지만, 스프링베일에서 생산된 석탄은 약 6000㎉입니다. 이렇게 질 좋은 석탄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불과 13.1㎞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발전소로 옮겨 갑니다. 이렇게 손발이 맞으니 타운스 베일 탄광의 수익이 좋은 것이지요.
카자흐스탄에서는 구리 광산 탐사에 나선 삼성물산에 577억원을 지원했는데, 현재 삼성물산은 그곳에서 연간 40만t의 구리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의 카자흐스탄 구리 광산은 갱도 깊이가 100m도 되지 않아, 아주 경제성이 좋습니다. 고려아연은 호주 타운스빌에서 19만t의 아연을 생산하는데 이곳에는 359억원을 지원했습니다. 이 아연광산에서 생기는 연간 순익이 300억원을 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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