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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 세계의 빛과 그림자

드라마 한 편 8억 받는 ‘특고작가’, 최저 생계 위협받는 ‘날품팔이’ 구성작가

  • 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방송작가 세계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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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 두 작가는 방송작가 세계에서 신데렐라로 불린다. 두 사람 모두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다니다 소설을 쓰겠다며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97학번으로 입학했다. 두 사람은 졸업 후 함께 영화 시나리오를 쓰다 방송작가로 발을 내디딘 직후 특고작가가 됐다. 단 한 편의 작품으로 특고작가가 됐고, 두 번째 작품으로 ‘대박’을 터뜨렸으니 신데렐라로 불릴 만하다.

“아니, 이 작가 원고료가 왜 이렇게 비싼 거야?” MBC 드라마 제작국장은 사장이 바뀔 때마다 이런 얘기를 들어야 했다. 김수현 작가의 원고료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럴 때마다 드라마 제작국장은 “1년만 지켜봐달라”고 했고 1년이 지나고 나면 어느 사장도 그의 원고료가 비싸다는 말을 다시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비싼 만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제값을 해냈기 때문이다.

‘드라마 작가=고수익’이라는 등식을 세간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한 김수현씨. 1992년 최고 평균시청률 59.5%를 기록한 ‘사랑이 뭐길래’(MBC)를 비롯해 ‘목욕탕집 남자들’(KBS2·1995년), ‘청춘의 덫’(SBS·1978년, 1999년 리메이크), ‘완전한 사랑’(SBS·2003년)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남긴 김수현 작가의 원고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SBS 이종수 제작위원은 “김수현씨의 원고료는 거의 천문학적인 액수다. 하지만 거액의 원고료에 대해 논하기 이전에 시장원리를 따져보자. 방송사가 상품가치도 없는 작품을 써내는 작가에게 큰돈을 주겠느냐. 작가의 능력으로 평가되는 시청률은 방송사가 아닌 시청자에 의해 결정된다. 방송사 입장에서 볼 때 시청률 보증수표인 그가 쓴 작품에 대해 고액의 원고료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한 방송사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씨의 경우 주말에 방영되는 주간연속극의 회당 원고료는 1000만원 안팎이며 각종 특집극의 경우 1500만원을 상회한다는 것. 2002년 3월부터 같은 해 12월 말까지 84회 방영된 KBS 주말연속극 ‘내 사랑 누굴까’의 경우 8억원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 방송사 PD는 “특급작가에게 지급되는 원고료는 때로 일할 맛을 잃게 한다”고 허탈해했다. 월급쟁이가 평생 벌어도 손에 쥐기 힘든 거액을 단 한 편의 드라마를 통해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한 독립프로덕션에서 일하고 있는 중견 PD는 “배용준의 출세작인 ‘첫사랑’의 작가 조소혜씨가 지난해 MBC 아침 일일드라마 ‘황금마차’를 통해 7억원의 원고료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 8개월에 걸쳐 200회 방영된 이 작품에서 회당 350만원씩 받았다고 한다”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1만편 중 당선작은 12편

지난해 방송3사의 드라마 극본 공모에 출품된 작품은 총 1만여편. 한 방송사에 3500여편이 접수된 셈이다. 한 작가가 여러 작품을 동시에 응모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최소 수천명의 작가 지망생이 공모에 응한 것이다. 신인작가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방송 공모를 통해 당선된 사람은 지난해의 경우 MBC가 6명으로 가장 많았고, KBS와 SBS가 각각 3명씩을 선발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모에 당선된 이들에게는 ‘작가’라는 이름이 붙는다. 방송3사는 이들에게 6개월 동안 매월 100만원을 지급하고 대신 이들 신인작가들은 1차 수습기간에 해당하는 이 기간에 매월 60분물 단막극 한 편을 제출한다. 작품은 드라마국 PD가 주재하는 ‘품평회’를 통해 평가받는다.

“(1차) 수습기간이 지나면 방송사는 또다시 옥석을 가린다. 지난해 MBC 당선자 6명 중 2명이 1차 수습기간이 끝난 후 탈락했다. 나머지 4명에게는 6개월의 2차 수습기간이 주어졌다. 이때 받는 급여는 월 120만원 정도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매월 작품을 쓰고 품평회를 통해 평가받는다. 수습기간에 써낸 작품이 괜찮으면 단막극으로 제작되기도 한다.”

지난해 MBC 극본공모에 당선된 한 신인작가의 말이다. 그는 또 “방송작가로 살아남느냐 죽느냐는 공모에 당선된 후 1년 이내에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기간에 자신의 작품이 TV 전파를 타지 않으면 작가로서 성공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고 덧붙였다.

각 방송사는 1년의 수습기간을 거친 작가 중 될성부른 일부 작가를 선별해 김·강 작가와 동일한 형태의 계약을 맺는다. 이들 신인작가에게 지급되는 특고료는 회당 수십만원 수준으로 통상 50회를 계약하는 것이 관례다.

신인작가의 경우 기성작가들과는 달리 특고료 액수보다 특고작가가 되었다는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50회의 드라마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다는 점에 무게중심을 두기 때문이다. 다시 신인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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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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