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 선보인 동작인식게임 ‘키넥트’.
그런데 2010년의 컴퓨터는 눈을 달 수 있게 됐다. 정확히는 게임기다. 우리 신체의 움직임을 인지하는 게임기로는 닌텐도 위(Wii), 소니의 PS3 무브(Move)가 있었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손에 들고 있어야만 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KINECT)는 진일보해 빈 몸이라도 상관없다. 3차원 깊이 측정이 가능한 카메라가 일반 카메라와 함께 내장돼 있기 때문이다. 진짜로 번듯한 눈을 갖게 된 것이다.
관절의 움직임을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기에 댄스, 스포츠와 같은 가족용 게임들로 초기 라인업을 구성했다. 조이스틱이나 컨트롤러 없이 몸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가족과 함께 몸을 움직이고 싶었던 가족 단위의 구매층 수요에 적중, 전세계에서 하루 10만개씩 팔려 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키넥트는 거실이 아닌 곳에서도 흥미로운 혁신을 낳고 있는데, 세계 각지의 해커들이 이 ‘번듯한 눈’을 게임기가 아닌 컴퓨터에 꽂기 시작한 것이다. 컴퓨터 USB에 이 키넥트 센서를 꽂고, 프로그래밍을 해 다양한 활용 예를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컴퓨터야말로 키보드니 마우스니 우리로부터 수많은 입력을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에 우리 몸의 움직임을 더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
빔프로젝터와 함께 홀로그램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조작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은 기본이다. 깊이 정보를 알 수 있으니 실시간 3D 영상화도 가능하며, 두 대의 키넥트가 있으면 아예 180도 범위까지 포착하는 3D 가상현실을 촬영해내기도 한다.
지금까지 우리와 기계 사이의 상호작용은 대부분 접촉식이었다. 키보드, 마우스는 물론 최근 대세인 터치 인터페이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화면이 점점 커지고, 아예 화면이 한없이 팽창해 그 개념이 일상에 스며들어 테이블이 되고 벽이 된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만지는 것 이상의 상호작용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임기에 이러한 기술이 먼저 채택되었다는 점, 인간이 기계와의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을 하나하나 배워가기에 유희(遊戱)만한 것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