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조선업 불황에 휘청거린 대우조선해양
1999년 이후 투입된 공적자금만 12조 원
저가 수주로 팔아도 손해 보는 배 만들며 버텨
51일 점거 파업으로 생산 중단… 엎친 데 덮친 격
2023년 경영정상화 위해 3.5조 투입
수익성 위주 선별 수주로 90억 달러 실적 달성
미국·싱가포르 기업 인수 등 글로벌 시장 개척 나서
회사 떠났던 숙련공, 하나둘 돌아오고 있어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지호영 기자]](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6/91/c4/67b691c42151d2738276.jpg)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지호영 기자]
한화오션 관계자는 “조선소에서는 익숙한 모습”이라며 “함께 일하는 시간이 길고, 퇴근 후에도 직장 동료와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3년 전까지만 해도 거제사업장의 모습은 달랐다. 조선소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56) 씨는 “조선소 직원들의 출근 시간이 1시간에서 30분은 빨라진 것 같다”며 “(식당을 찾는) 직원들은 ‘일이 늘었다’며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2~3년 전에 비해 표정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다른 조선소 인근 상인들도 “옥포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거제시 아주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8·여) 씨는 “조선소 근처 식당에 가면 아침부터 술을 마시며 신세 한탄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이제 이런 사람들이 자취를 감췄다”며 “최근에는 일이나 가족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사람들 모습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조선소의 분위기가 달라진 이유는 조선소의 주인이 바뀐 데 있다. 거제사업장의 원래 주인은 대우조선해양. 2023년 5월 한화오션이 인수하며 주인이 바뀌었다.
기술력 하나는 일품이던 대우조선해양
![2월 5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제1독에서 배를 건조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6/92/4c/67b6924c11f5d2738276.jpg)
2월 5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제1독에서 배를 건조하고 있다. [홍중식 기자]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으나 경영은 방만하게 이뤄졌다. 채권단에 운영을 맡긴 대우조선해양은 주인 없는 회사의 부작용을 온몸으로 겪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가 저가 수주였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선박 발주가 크게 줄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저가 수주를 적극 늘렸다. 일단 수주는 받아왔으니 당장의 기업 실적은 좋아졌다. 하지만 저가로 수주해 놓았으니 배를 다 만들어도 이익은 크지 않았다. 아예 이익이 없거나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잖았다.
잔뜩 받아놓은 저가 수주는 조선업 호황에도 회사의 발목을 잡았다. 조선업 호황이 시작되던 2021년에도 대우조선해양은 적자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해에만 1조754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에는 1조613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공적자금 투입에도 회사는 나아지질 않으니 ‘국민 혈세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 ‘세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상헌 전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 지회장 “당시 경영진은 공적자금 회수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며 “회사가 상황이 나아지려면 인력, 시설 및 기술 분야 등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했는데 당장의 실적에만 몰두하니 저가 수주가 늘고, 수익성 없는 일감이 늘어나니 근로자들의 부담만 커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2015년 7월에는 대규모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23년 1분기에는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1858%를 기록했을 정도였다. 정 전 지회장은 “언제든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경영 상태는 엉망이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기술력에서 잠재력이 이었다. 거제사업장은 조선업계에서 기술력으로 이름이 높은 곳이었다. 1981년 준공된 거제사업장은 성장을 거듭해 1993년 선박 수주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대한민국 최초의 전투용 잠수함 ‘장보고급 잠수함’ 건조에 성공했다. 이후 울산에 위치한 현대중공업에 수주 1위 자리는 내줬지만, 여전히 기술력으로는 이름이 높았다. 조선업계에서는 “규모의 울산, 기술의 옥포”라는 불문율이 통용됐다.
현대중공업이 먼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 2019년부터 인수하려 하였으나 2022년 1월 무산됐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국내외 경쟁 당국이 경쟁제한성에 대한 심사를 하였으며, EU가 시장 독좌점을 이유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였으나 현대중공업이 수용하지 않음에 따라 인수를 불허했다.
가장 힘들 때 인수 나선 한화
![2022년 7월 20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제1독에서 파업 중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 [동아DB]](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6/92/6d/67b6926d03f6d2738276.jpg)
2022년 7월 20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제1독에서 파업 중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 [동아DB]
파업은 ‘근로자의 권리’라지만, 파업을 위해 점거한 장소가 나빴다. 하청지회는 거제사업장 ‘제1독(Dock)’을 51일간 점거했다. 독은 배를 조립하는 곳이다. 이곳이 막혔으니 배 조립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하청지회가 점거한 제1독은 거제사업장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길이 530m에 너비 131m로, 총면적은 6만 8900㎡. 축구장(7140㎡) 9개가 들어가고도 남는 크기다. 배 4척을 동시에 건조하는 조선소 핵심 시설이었다.
조선소는 그대로 마비됐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담당했던 김혁 한화오션 해양사업부 상무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공정의 효율화를 위해 조선소의 각 부분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요 생산시설을 점거해 버리면 다른 배의 생산에도 차질이 생긴다. 이미 수주한 선박들의 일정이 덩달아 밀렸고, 막대한 지체 배상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한화오션 측 설명에 따르면 이 파업으로 회사가 입은 손해는 약 8000억 원에 달한다. 파업은 근로자들의 사기도 꺾어놓았다. 김경수 한화오션 특수선기장설계팀 선임은 “2017년 임금 10%를 반납해 가며 회사 회생을 응원하던 동료들도 이때 대거 회사를 떠났다”고 밝혔다. 김 선임은 대우조선해양에서 40년간 일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거제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당시에는 아버지도 (조선소에 입사한 아들을 두고) 걱정이 많으셨다”며 “입사를 말릴 걸 그랬다는 말까지 하셨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51일 점거 파업 당시 발생한 핵심 인력 유출 사태는 인력부족 문제의 주요 요인으로 현재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 관련 선박을 대규모로 수주하였던 대우조선해양에겐 2020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악재로 작용했다.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로 인해 러시아 선주들이 대금을 미지급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것도 단가가 높은 북극해용 쇄빙 LNG운반선 3척. 해당 선박은 이미 건조가 거의 완료된 상태였다. 수억 달러 규모의 계약이 휴지 조각이 된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가장 힘들었던 시절 한화그룹은 인수를 결정했다. 한화오션 측이 밝힌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첫 번째 이유는 한화그룹의 창업이념인 ‘사업보국(事業報國)’이다. 기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 나아가서는 인류에 공헌하겠다는 의미다. 조선업은 인력 집약적 사업인 만큼 고용 창출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우조선해양의 고질적 문제인 경영 실책을 해결해 국가에 공헌하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는 것.
두 번째 이유는 기존에 한화그룹이 가지고 있는 방위산업체들과의 시너지다. 한화그룹은 장갑차, 항공기, 전투기 엔진 등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무기의 지휘 통제 및 통신체계를 만드는 한화시스템 등 방위산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해양 방위산업에도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산업은행 주가 상승으로 투자금 회수 가능성 증대
2022년 9월 한화그룹은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한화그룹은 2조원을 투입하여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이후에도 재무 상황 등 경영상태가 개선되지 않자 경영 상태 개선을 위하여 1.5조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였다.
산업은행은 한화그룹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가운데 경쟁입찰을 통해 최종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을 사용했다. 우선 협상자(한화)를 지정해 인수 불발을 막고, 동시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후 공개입찰에서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곳이 없었고, 2023년 5월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오션으로 이름을 바꿨다.
인수 당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으로 한화그룹을 낙점했다고 밝히면서도 매각이 아닌 ‘전략적 투자 유치’라고 표현했다. 지분 매각이 아닌 유상증자 방식으로 인수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여전히 한화오션 2대 주주 위치를 유지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한화그룹이 이 같은 방식으로 본 계약을 체결한 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만약 한화그룹이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인수가 추진됐다면 대우조선해양에 새롭게 유입되는 자금은 없다. ‘유상증자’라는 새로운 방식을 이용해 인수와 자금 유입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022년 9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전략적 투자 유치 절차 개시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동아DB]](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6/92/8d/67b6928d109dd2738276.jpg)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022년 9월 26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전략적 투자 유치 절차 개시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동아DB]
산업은행의 전략은 성공했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빠르게 정상화에 나섰다. 인수 직전 대우조선해양의 2023년 1분기 매출 1조4398억 원, 영업손실 628억 원을 기록했다. 한화오션으로 간판을 바꿔 단 지 1년이 지나자 적자는 흑자로 바뀌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분기 매출 2조2836억 원, 영업이익 52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영업이익 2379억 원을 기록하며 2020년 이후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800%가 넘는 부채비율도 2024년 3분기 기준 200%대로 급감했다.
수익 증대의 비결은 선별 수주 전략이었다. 일반 상선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LNG 운반선 위주로 수주를 받기 시작했다. 2023년 35억 달러 수준이던 수주 실적은 2024년 90억 달러로 약 2.5배 이상 증가했다. 개별 조선소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수주 금액이다.
방산 분야에서도 좋은 실적을 올렸다. 2023년 11월에는 방위사업청과 울산급 호위함 배치(Batch)-III 5, 6번함 본계약을 체결(계약금액 약 7917억 원), 이듬해인 2024년 12월에는 울산급 호위함 배치(Batch)-Ⅳ 1, 2번함 수주에도 연속 성공했다(약 8391억 원). 2023년 12월에는 3번함 계약에 성공하면서, (Batch)-II 3척을 모두 수주했다. 회사 신용등급도 수직 상승했다. 2022년 BBB-였던 회사 신용등급은 인수 직후인 2023년에는 BBB0, 2024년에는 BBB+로 세 단계 상승했다.
당연히 주가도 올랐다. 인수 MOU가 체결된 2022년 9월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한 주당 1만6000원 선. 2월 12일 한화오션의 주가는 7만2900원이다. 산업은행이 보유했던 대우조선해양 주식은 총 5973만8211주. 산업은행 등이 주가 상승으로 인하여 대규모 평가 차익(3.4조)을 거두었으며 다른 채권단들도 주사 상승에 다른 이익은 물론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커졌다.
‘수익 다각화’라는 신항로 개척
![미국 필라델피아주 ‘필리 조선소’ 전경. [한화오션]](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6/92/a2/67b692a21b5ed2738276.jpg)
미국 필라델피아주 ‘필리 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2024년 12월에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Philly) 조선소’를 인수했다. 필리 조선소는 1997년 미 해군 필라델피아 국영 조선소 부지에 설립됐다. 연안 운송용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하며,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미국 존스법(Jones Act)이 적용되는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존스법은 ‘미국 자국 항구 사이를 오가는 선박은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돼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필리 조선소는 향후 미국 해군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MRO) 사업의 중요한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 해군은 조선업 설비가 부족해 고질적인 생산, 수리 지연 문제를 겪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필리 조선소 인수는 한화오션이 글로벌 해양 방위산업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북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필리 조선소 인수 전부터 실적이 나기 시작했다. 2024년 7월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의 최대 함대인 ‘7함대’ 소속의 4만t급 보급선에 대한 MRO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7함대 급유함인 ‘유콘(USNS YUKON)’함의 정기수리 사업 수주에도 성공했다.
한화오션 특수선MRO사업TFT 김대식 상무는 “한화오션이 미국의 태평양 함대 운영에 믿을 수 있는 동반자가 되고 있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MRO 관련 기술력을 바탕으로 적기 인도를 통해 미국 해군 전력 증강과 함께 한미동맹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이나맥홀딩스가 만든 해상플랜트 상부 구조물. [한화오션]](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SHINDONGA/Article/67/b6/92/c0/67b692c01a35d2738276.jpg)
다이나맥홀딩스가 만든 해상플랜트 상부 구조물. [한화오션]
2024년 11월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GPC(Global Project Center)를 열었다. 첫 유럽 해양 사업 거점으로 2026년까지 약 100명의 인력이 엔지니어링과 프로젝트 관리를 담당할 예정이다. 글로벌 방산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12월 20일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주관 사업을 통해 ‘3000톤급 KSS-Ⅲ(차세대 질소혼합형 장수명 PEMFC 모듈 탑재 연료전지체계) 개조개발’ 과제를 수주했다.
김혁 상무는 “해외 사업과 해양플랜트 사업은 글로벌 경기에 따라 수익 사이클의 등·하락이 반복되는 조선업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공략해야 할 지점”이라며 “수익 다각화라는 신항로 개척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취준생들에 각광받는 한화오션
한화그룹은 생산시설 확충에도 나서고 있다. 2024년 9월 국내 최초로 수상함 2척 동시 건조가 가능한 실내 탑재 공장 신축에 착수했다. 9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공장 내 설치될 300t 규모 크레인 2기를 통해 공정을 단축할 예정이다.
회사의 상황이 나아지는 만큼 임직원들의 사기도 회복되고 있다. 2대째 거제사업장을 지키고 있는 김 선임은 “한화오션의 적극적 투자로 동료들의 기대가 크다”며 “임금도 일부 올랐고, 흑자 전환에도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회사를 떠난 동료들도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낸다”고 밝혔다.
거제사업장을 떠났다가 복귀한 직원도 있다. 조민재 한화오션 조립 2팀장과 여창원 한화오션 내업생산운영팀 파트장이 그 주인공. 조 팀장은 2022년 8월 현대중공업으로 이직했다가 2023년 6월경 한화오션 출범 후 거제사업장으로 돌아왔다. 조 팀장은 “2016년 우리사주 감자, 2017년 임금 반납을 겪으며 가계가 어려워졌다”며 “아이가 셋인데 빚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 측이 공격적 영입을 해 이직을 선택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직 후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복귀한 이유를 “한화오션에 대한 기대”라고 밝혔다. 조 팀장은 “한화오션이 조선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한다는 소식에 복귀를 결정했다”며 “최근 우리사주로 샀던 한화오션 주식 가격이 크게 올라 빚도 전부 갚을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여 파트장은 한창 점거 파업이 진행되던 2022년 7월 회사를 떠났다. 그는 “당시만 해도 회사의 미래가 없다는 확신이 들어 현대중공업으로 이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 파트장은 “두 회사를 겪고 비교해 보니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며 “한화오션이 경쟁사에 비해 조립 체계가 효율화돼 있다”고 밝혔다. 그도 한화오션의 인수 직후 거제사업장으로 돌아왔다. 여 파트장은 “조선산업은 경기를 많이 타는 업종이라 경기에 따라 회사가 휘청댄다”며 “한화오션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그에 대한 대비를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복귀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한화오션 출범 이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 ‘신입 사원’을 꼽았다. 인수전에 비해 입사하는 신입 사원의 인적 수준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조 팀장은 “조선업계 취업준비생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선호하는 회사가 한화오션”이라며 “대우조선해양 시절과는 정반대 상황이라 자부심이 생긴다”이라고 말했다. 여 파트장은 “신입 사원은 물론 경력 입사자의 업무 역량도 인수 전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며 “한화오션은 일을 잘하면 고속 승진 등 기회가 많다는 인식이 조선업계 전체에 퍼져 있다”고 이야기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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