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호

“10·15대책은 위법…李, 경기도가 다 분당 같은 줄 알았나”

[Special Report① | 아! 부동산…왜 ‘내로남불’인가] 서울 도봉·수원 장안 주민들의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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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5-11-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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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통계 빼고 6~8월치 활용한 국토부, 10곳 규제 지역 포함

    • 정책 발표 2일 전, 9월 통계 확인…두 차례 해명도 논란

    • 심의 시간도 20시간 남짓에 불과…5개 부처는 심의서 제출 못해

    • 천하람 “통계 숨기고 거짓말하는 정부는 심판받을 것”

    • 부동산 가격 상승치 ‘최저’ 도봉·수원 장안 주민 분통

    • “한 번이라도 도봉 와봤으면 규제 못 했을 것”

    10월 27일 서울 도봉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매 및 급전세 매물 시세표가 붙어 있다. 뉴스1

    10월 27일 서울 도봉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매 및 급전세 매물 시세표가 붙어 있다. 뉴스1

    “이제 여기도 부동산 가격이 조금 오르나 싶더니만 (10·15부동산대책으로) 다 허사가 됐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이모(48) 씨의 말이다. 10·15부동산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과천시, 광명시, 성남시 분당구·수정구·중원구, 수원시 영통구·장안구·팔달구, 안양시 동안구, 용인시 수지구, 의왕시, 하남시)이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이 됐다. 동시에 해당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상대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낮은 지역까지 규제로 묶이자 지역 주민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10·15부동산대책 자체가 위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11월 11일 서울행정법원에 10·15부동산대책에 대한 취소소송 및 효력정지 신청을 제기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집값 통계를 조작해 규제 지역을 선정한 것은 법적 효력이 없어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취지다. 

    천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9월 통계가 버젓이 존재하는데도 이를 국민에게 숨긴 채 정치적 의도를 갖고 거짓말하며 불법적으로 10·15부동산대책을 남발했다”며 “이재명 정부의 폭주를 법원을 통해서라도 제어하기 위해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신청을 제출하러 왔다”고 말했다.

    10·15부동산대책과 관련해, 정부가 대책 발표 규정을 어기며 대책 발표 직전 3개월 사이 통계를 의도적으로 빼고 ‘6~8월 통계’를 근거로 삼아 일부 지역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는 게 천 원내대표의 주장이다. ‘7~9월 통계’를 적용했더라면 서울 은평·중랑·강북·도봉·금천구와 경기 의왕, 성남 수정·중원구, 수원 장안·팔달구 등 10곳이 규제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란 게 핵심이다. 



    규제 기준인 ‘물가상승률’ 낮은 6~8월 통계로 만들어 

    조정대상지역이 되려면 주택법 제63조의 2와 주택법 시행령 제72조의 3에 의거 해당 지역의 최근 3개월간 주택 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3배가 돼야 한다. 주택법 제63조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는 ‘최근 3개월간 주택 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비해 현저히 높은 곳’을 지정하게 돼 있다. 정부는 그간 주택 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5배가 되는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선정했다. 

    문제는 이 기준에 따르면 10개 지역이 규제 대상 지역에서 빠져야 한다는 점이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11월 4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10월 15일에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도 7~9월이 아닌 6~8월 통계를 활용했다. 통계를 보면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물가상승률은 서울이 0.21%, 경기가 0.25%였다. 이를 기준으로 같은 기간 서울 전역과 경기도 내 12곳의 집값 상승 폭은 각각 0.315%, 0.375%의 기준치를 넘겨야 규제 지역으로 지정됐다. 문제는 7월부터 9월까지의 물가상승률은 서울 0.54%, 경기 0.62%로 큰 폭으로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 경우 서울은 0.81%, 경기는 0.93%를 넘겨야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가능하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11월 5일 국회 소통관에서 부동산정책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11월 5일 국회 소통관에서 부동산정책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통계 의도적으로 배제해 부동산 규제”

    7~9월 기준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을 보면 △은평구(0.78%) △중랑구(0.58%) △금천구(0.57%) △강북구(0.51%) △도봉구(0.45%) 등 서울 5개 자치구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기준치인 0.81%를 밑돌았다. 경기도 역시 △성남 수정구(0.88%) △성남 중원구(0.75%) △수원 팔달구(0.69%) △수원 장안구(0.36%) △의왕시(0.54%) 등 5곳이 기준치인 0.93%에 비해 낮아 규제 지역에서 빠져야 한다.

    국토부는 11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택법에 규제 지역의 지정 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할 때까지 해당 기간에 대한 통계가 없는 경우, 가장 가까운 월 또는 연도에 대한 통계를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당시 9월 통계가 확정되지 않아 6~8월 통계를 사용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이 해명은 사실이 아니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월 2일에 발표됐다. 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은 10월 15일 오후 2시에 발표됐다. 통계법 제27조는 관계 기관은 통계 발표 전에 미리 통계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10월 13일 오후 4시 한국부동산원에서 9월 통계 결과를 받았다. 대통령비서실은 그보다 하루 뒤인 14일 오후 11시 30분쯤 같은 자료를 받았다. 10·15부동산대책을 논의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이하 주정심) 회의는 10월 13~14일에 열렸다.

    국토부는 11월 10일 다시 보도자료를 발표해 해명을 내놨다. “통계법에 따라 작성이 완료된 통계를 국토부가 제공받더라도 공표 전에 제공·누설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돼 있어, 9월 주택 가격 통계가 공표되는 10월 15일까지는 주정심에 제공해 심의 과정에 사용할 수 없었다”며 “한국부동산원에서 통계를 제공받기 전에 이미 주정심 절차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두 차례 해명에도 논란의 여지가 남았다. 천 원내대표는 11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토부가 주정심에 보낸 공문의 문서관리카드를 공개했다. 이 기록에 따르면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9월 통계를 입수한 지 18분 뒤인 10월 13일 오후 4시 18분 주정심에 심의 요청 공문을 보냈다. 이후 약 2시간 뒤인 오후 6시 1분 구체적 심의 안건을 주정심에 전달하며 10월 14일 오후 3시까지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묶는 대규모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면서 안건을 따져볼 시간은 24시간도 주지 않은 셈이다. 결국 심의 안건을 받은 10개 부처 중 5개 부처는 서면심의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서면심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부처 중 2곳은 천 의원실에 “심의 일정이 촉박해 별도로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천 원내대표는 “6·27부동산대책 발표 때는 6월 23일 (주정심에) 공문을 보내고 회신 기간을 3일이나 줬는데 이번에는 서면 심의 일정을 촉박하게 잡았다”며 “9월 통계가 10월 15일에 대중에 공개되기 전에 절차를 완료해야 한다는 정치적 노림수를 가지고 급하게 절차를 추진하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통계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배제해서 부동산 규제를 안 받아도 되는 수백만 명의 국민이 추가로 규제를 받게 됐다”며 “국민에게 유리한 통계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거짓말하는 이재명 정부는 국민에게 심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3구 투기 책임 함께 지는 연좌제”

    천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억울하게 규제 대상 지역이 된 지역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7~9월 부동산 가격상승률이 가장 낮았던 도봉구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도봉구 창동에서 10년 넘게 거주했다는 박모(51) 씨는 “(10·15부동산대책 등 정책 입안자들이) 한 번이라도 도봉구에 와봤으면 이 같은 대책은 세우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끔 도봉구를 찾는 친구들도 ‘이곳은 서울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또 “최근 창동역 인근이 GTX-C 노선 정차 지역이 되며 아파트 가격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규제로 전부 허사가 됐다”며 “인근 부동산만 가봐도 매매 물건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2024년 3분기와 2025년 3분기 거래가 있었던 수도권 아파트 지역별 평균 가격 변동액을 비교한 결과 도봉구의 아파트는 1년간 평균 1204만 원 상승(평균 가격상승률 1.6%)해 서울 전 지역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1위인 강남구는 같은 기간 평균 6억2287만 원 올랐고, 평균 가격상승률 22.8%를 기록했다. 

    홍국표 서울시의원(국민의힘, 도봉2)은 11월 4일 서울시 정례회의에서 “2022년 12월 기준 지난 3년간 도봉구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5% 넘게 하락했지만 강남 3구인 송파, 서초, 강남구는 각각 아파트 가격이 30%, 23%, 20%씩 올랐다”며 “10·15부동산대책은 사실상 강남 3구의 투기 책임을 도봉구 등 서울 동북권 시민이 함께 지는 연좌제”라 비판했다. 

    경기도에서 아파트 가격상승률이 가장 낮았던 수원 장안구도 서울 도봉구와 상황이 비슷하다. KB부동산 집계에 따르면 올해 9월 장안구의 아파트 평단가는 2230만 원으로 경기도 전 지역 아파트 평단가(2308만 원)보다 낮았다. 같은 집계에서 장안구의 아파트 평단가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단 한 번도 경기도 전 지역 아파트 평균을 넘지 못했다. 

    수원 장안구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정모(38) 씨는 “(장안구가) 서울과 가까운 편이고 정자동 인근에는 학원가도 있어 2010년대까지만 해도 일부 지역은 꽤 인기가 있었으나 그것도 다 옛날이야기”라며 “이곳에서 같이 자란 친구들도 광교신도시(수원 영통구와 용인시 인근)나 일자리가 많은 화성 동탄으로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정 씨는 또 “이재명 대통령께서 성남시장을 지냈다 보니 경기도 일대가 다 분당, 판교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나 보다”라며 “팔달구와 붙어 있는 구시가지 구역은 낙후된 곳도 많아 개발이 필요한 상황인데 규제할 곳을 잘못 찾은 것 같다”고도 말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월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월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천 원내대표가 진행하는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도봉구와 장안구의 운명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11월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행정소송에서 국토부가 패소하면 서울·경기 몇몇 구에 대한 규제를 풀 것이냐”고 묻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소송에서) 졌다고 하면 11월 15일 공표된 부동산 수치에 대해 7~9월 통계를 써야 한다고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법적 절차로는 그 지역에 대한 규제를 일부 해제하는 것이 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행정소송의 1심 결과가 나오려면 빠르면 6개월, 길게는 1년이 걸린다”며 “최종심까지 생각하면 서울 도봉구, 수원 장안구를 비롯한 지역 규제가 해제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주장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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