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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신춘 출판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2002년 신춘 출판 르네상스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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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며 한숨을 내쉬는 출판계. 그러나 시장은 커지고 유통 경로도 다양화됐다. 40대 독자의 등장, 인문서의 선전, 온라인 서점의 활황, 매스미디어의 적극적 지원. ‘종이책의 종말’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준비 중인 출판동네 사람들의 희망 찬 육성.
토요일 오후 3시 광화문 교보문고 어린이매장.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진열대 사이사이마다 무릎 붙이고 모여 앉아 동화책, 만화책 들을 읽느라 정신이 없다. 군데군데 엄마들의 모습도 보인다. 아이와 똑같은 자세로 쪼그리고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다. 발 밀어 넣을 곳을 찾지 못해 다 둘러볼 수 없을 정도다.

인문서매장 쪽은 어떤가. 어린이매장만큼은 못하지만, 이만하면 자손 번성한 집 환갑잔치만큼은 되겠다. 서른다섯 살, 마흔두 살…? 20대 젊은이보다는 퇴근길에 나들이 삼아 들른 30~40대 ‘아저씨’ ‘아줌마’ 들이 더 많아 뵌다. 며칠 전 한 모임에서 얼굴 마주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이는 서른한 살에서 쉰 살. 여자보다 남자가 꼭 세 배 많은 이 모임의 구성원들은 직업이 각양각색이다. 기자, 회사원, 프리랜서, 벤처사업가. 이런저런 얘기 끝에 쇼핑 중독이 화제에 오르자 회사원 A씨가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책 ‘사재기’에 재미를 붙였다고. 금요일, 토요일자 신문들을 보면 북 섹션이 따로 마련돼 있다. 그걸 가이드 삼아 인터넷 서점에서 책‘들’을 사는 거다. 전에는 책 좀 읽어야겠다 싶어도 구색 맞춰놓은 서점 찾아나서는 일이 번거로워 주저앉아버리곤 했는데, 요즘은 내복 차림으로 녹차 한 잔 딱 앞에 놓고 앉아 요리조리 손가락 운동만 하면 되니 이 아니 즐거운 일이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다른 사람들이라고 가만있을 리 없다. 저마다 책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데, 정보 반, 자랑 반, 게다가 옛날 책은 어떻고, 요즘 책은 어떻고, 하여튼 그 주제로 한참들 입담을 풀어놓았다. 얘기를 종합해보니 대강 이러했다. 봐야 할 책은 많아졌는데 시간이 없다(돈이 없어 못 산다는 사람은 없었다), 갈수록 독서의 필요성이 커짐을 느낀다, 아이들 책값이 어른 책값만큼 든다…. 적게는 한 달에 두세 권, 많게는 열 권 이상씩 책을 산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럼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출판계의 익숙한 아우성은 어떻게 된 건가, 문득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럴 것이다. 어쨌거나 먹물깨나 들었다는, 또 서른 살 넘어 쉰 살까지의 남녀 8명의 잡담 몇 마디를 기준 삼아 연 2조원 규모(정기간행물·가정학습지 제외)라는 거대 시장의 현실을 넘겨짚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게다. 그렇더라도 그날 모임에서 오간 대화는, 또 일주일에 한두 번은 찾게 되는 대형서점의 이런저런 풍경들은 ‘뭔가 달라지고 있음’에 대한 사례로 활용할 만큼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으며, 그 변화는 우리 출판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연말이 되면 각 신문은 한 해의 출판 동향을 정리하는 기사를 싣는다. 2001년도 어김없이 ‘불황’ ‘고전’ 등의 단어들이 대다수 기사의 전면을 장식했다. 한발 더 나아가 ‘시장 붕괴’라는 섬뜩한 용어를 사용한 곳도 있었다.

그 근거는 이렇다. 먼저 전국 중·소형 서점들이 급감(-11.7%)했다. 한 해 동안 500개나 되는 동네서점이 문을 닫은 것이다. 일부 유통업체가 부도를 맞기도 했다. 책 반품률이 증가했으며, 컴퓨터 학습물 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장사’가 된다는 아동서·경영서 쪽으로만 출판사의 관심이 쏠렸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내놓은 통계자료에 따르면, 아동(17.0%)과 어학(7.7%)을 뺀 전 분야의 신간 발행 종수가 줄어들었다. 전통적으로 출판 통계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온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매출성장률이 3.3%에 불과하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1990년대 이후 연평균 10% 수준의 성장을 해온 데 비하면 확실히 저조한 기록이다. 단행본 판매량만 두고보면 2000년보다 아예 4.4%가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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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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