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디자이너는 최고의 아티스트다. 살아 움직이는 예술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마늘이 다 으깨질 정도로 삶아지면 인삼과 대추, 밤, 세송이버섯 등을 넣고 익힌 후 마지막으로 미리 (30∼40분 이상) 불려놓은 찹쌀을 넣는다. 이때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밥알이 푹 퍼질 때까지 주걱으로 잘 저어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삶은 닭을 꺼내 뼈에서 살을 발라내고 닭국물에 쌀을 넣어 죽을 쑤는 데 반해 ‘박준표 닭죽’은 닭을 통째로 함께 삶는다. 닭은 충분히 삶아지면 찜통 안에서 거의 부서진다. 간은 마지막 단계에서 소금과 설탕을 조금씩 넣어 조절하거나 나중에 취향에 따라 조절해 먹어도 된다.
특유의 마늘 향과 구수한 국물에 담백한 찹쌀이 어우러진 닭죽의 맛은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에 딱 맞다. 뜨거운 복날 땀에 흠뻑 젖으며 한 그릇 비우고 나면 금세 원기가 회복되는 것만 같다.
박준씨도 그 덕에 2년 반 정도의 유학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유학생활에서 그가 체험하고 배운 것은 무척 많다. 국내에서 최고의 헤어디자이너로 손꼽히던 그가 영국 현지 미용실에서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밑바닥부터 직접 체험하고 느꼈다. 그는 프로였다.
유명 헤어아카데미에서 강좌를 듣고, 3개월 정도 런던 시내 미용실에 취직해 직접 영국 사람들의 머리를 손질하면서 실내청소까지 도맡아했다. 30여 년 전 그가 미용실에서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을까.

박씨의 요리솜씨를 지켜보고 있는 한기철, 구남희씨 부부. 모두 한 가족처럼 지낸다고.
그에게도 실패는 있었다. 헤어디자이너로 성공한 이후 웨딩드레스 전문점을 열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아야 했던 것.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여기에서 그는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 제 분야가 아니면 외도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도전을 좋아하다 보니 전문분야가 아닌 것에도 많은 유혹을 느끼고,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이제는 무모한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의 꿈도 새롭게 세웠다. 지금까지는 헤어디자이너 양성과 재교육을 위한 ‘헤어디자이너 전문대학’을 세우는 것이 인생 목표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박준’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딴 두발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것이 그의 새로운 꿈이다. 세계적인 헤어디자이너 비달 사순이나 폴 미첼, 토이 앤 가이처럼.
“저는 모방을 좋아합니다. 창조력은 조금 떨어지거든요”라며 환하게 웃는 얼굴에 겸손함과 소탈함이 진하게 묻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