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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년을 유람하는 섬 강화도·석모도

갯벌로 돈대로 마니산으로 발길마다 스미는 역사의 薰氣

4000년을 유람하는 섬 강화도·석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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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화에 발길이 닿는 순간 4000여년의 세월을 유람하는 타임머신에 오른다. 차마 눈 감지 못하고 떠도는 숱한 사연과 조우할 차례다. 시조(始祖)의 탄생 신화부터 외세 침탈의 상흔까지.
  • 선연한 역사의 풍모와 원시의 생태를 간직한 강화도·석모도와의 만남엔 가슴 아린 감동이 있다.
4000년을 유람하는 섬  강화도·석모도

오후 4시, 강화도 동막리를 찾은 가족 여행객들이 해안선을 따라 드넓게 펼쳐진 갯벌을 걷고 있다. 강화도의 갯벌은 물떼새, 도요새, 저어새 등이 찾아오는 철새도래지다.

초가을 햇살이 아찔하게 비춰온다. 강화섬의 초입에 들어선 나그네를 반기는 건 유난히 청명한 하늘과 짭조름한 바다내음. 서울에서 김포를 지나 48번 국도를 타고 강화대교를 넘으면 살아 숨쉬는 ‘과거’가 눈앞에 펼쳐진다. 서울에서 불과 두 시간 거리지만 어느새 수만 년 세월의 간극을 넘었다.

강화여행의 출발지는 갑곶이다. 한 구석이 부서져나간 돈대(墩臺)의 물결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돈대는 외적의 침입을 막고 적을 관찰할 목적으로 쌓은 방어시설.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부터 경술국치까지 질곡의 역사를 감내해온 이 땅은 내딛는 발걸음마다 왠지 서럽다.

갑곶 돈대는 고려가 강화로 도읍을 옮긴 뒤(고려 고종 19년·1232년) 몽골과 싸움에서 강화해협을 지켜낸 수문장이다. 갑곶을 지나 남쪽으로 뻗은 해안순환도로를 달리면 해안선을 따라 돈대와 철조망의 행렬이 이어진다. 용당돈대, 화도돈대, 오두돈대,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 조선 말기, 미국과 프랑스를 상대로 신미양요와 병인양요를 치러낸 피비린내 나는 격전지는 고요한 산책길로 변했다.

죽음의 흔적과 태동하는 생명은 기이하게 맞닿아 있다. 돈대에 올라 눈을 돌리면 초지리에서 동막리까지 끝도 없이 펼쳐진 싱싱한 날것의 갯벌과 마주하게 된다. 갯벌 속엔 꿈틀대는 생명이 신선한 숨을 몰아쉰다. 바지를 걷어붙이고 갯벌에 한 걸음 내디뎌본다. 발가락을 간질이는 갯지렁이와 농게. 아스라이 검은 뻘에 반사된 은빛 햇살. 발이 쑥쑥 빠지는 갯벌을 손 꼭 잡고 걷는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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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사진·김성남 차장 photo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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