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호

”21세기는 왼쪽 이마 발달한 얼굴형이 뜬다”

  • 안영배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입력2007-01-11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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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수 단군혈통은 없다. 선사시대 한반도에는 북방계인과 남방계인이 공존했다.
    • 현대 한국인의 얼굴은 6~7세기 삼국통일 이후 남·북방계의 혼혈 작품.
    • 북방계는 우뇌 우세, 남방계는 좌뇌 우세. 현대 한국인의 70%는 우뇌형이어서 사회가 불안정하다.
    • 21세기에는 좌뇌 발달한 남방계가 주목받는다.
    새 밀레니엄을 꼭 한 달 남겨둔 12월 초, ‘21세기에 한국인의 얼굴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며, 바람직한 얼굴상은 어떤 것인지?’라는 화두(話頭)를 들고 서울교육대 미술과 조용진(趙鏞珍) 교수를 찾아갔다. 한반도 신석기시대 및 청동기시대의 얼굴부터 현대 한국인의 얼굴까지 시대상을 반영한 듯한 얼굴 석고상들이 창가에 줄지어 전시된 방에 들어서니, 조교수가 반갑게 맞으며 의자를 권했다.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얼굴 전문가’로 평가받는 조교수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대뜸 의자에 앉히더니 그의 성실한 ‘직업관’을 발휘했다. 그는 기자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몸을 여러 각도에서 관찰한 뒤 이렇게 관상 평을 했다.

    “전형적인 북방계 얼굴인데요. 전체적으로 얼굴이 긴 편이고, 머리카락이 가늘고 직모형인데다 가르마가 시계방향으로 나 있구요. 이마는 측면에서 볼 때 뒤로 경사진 삿갓이마형을 하고 있고, 헤어라인이 둥근 편입니다. 눈썹은 짧고 흐린 편에다가 쌍꺼풀이 없는 작은 눈이며, 코는 길면서 코끝이 뾰족하지만 콧방울이 발달되지 않았고요. 입술이 얇고 입은 작습니다. 귓불은 크지 않으나 귀문이 넓은 편입니다. 키에 비해 몸통이 긴 편이고, 다리 전체 길이에 비해 허벅지가 짧은 편입니다. 안기자는 북방계 중에서도 시베리아 서쪽 지역에서 주로 출현하는 ‘서부시베리아형(알타이형) 북방계’의 전형적인 얼굴이에요. 말하자면 유럽인적인 인자가 개입된 북방계라는 뜻이에요(조교수는 유럽인종적인 유전자가 섞여 있다는 말을 혹여 기자가 불쾌하게 생각할까봐 매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제 얼굴을 보세요. 얼굴의 기본 구성 형태는 안기자와 비슷하지만 중안(中顔)이 짧고 얼굴이 둥근 편입니다. 코는 약간 짧아진 대신 넓은 편이지요? 이런 얼굴은 ‘동부시베리아형 북방계’입니다. 기본은 북방계 얼굴인데 일찌감치 남방계적 영향을 다소 받은 결과지요.”

    조교수는 북방계 얼굴과 반대되는 것이 남방계 얼굴이라고 설명한다. 즉 남방계는 동그랗거나 넓적한 얼굴, M자형 헤어라인, 짙은 눈썹과 많은 털, 쌍꺼풀이 있는 큰 눈, 높고 넓은 코, 두툼한 입술, 커다란 귀를 특징으로 한다는 것. 옷로비 사건으로 구속된 김태정 전법무장관이 바로 전형적인 남방계 얼굴 특징을 하고 있다 한다.



    얼굴은 DNA 광고판

    한반도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사는 사람들이 그나마 북방계와 남방계로 얼굴형이 나뉜다? 이는 우리 민족이 단군(檀君)의 자손으로 단일 혈통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일반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매우 충격적인 주장이다. 기자는 오늘의 인터뷰 화두(話頭)는 잠시 뒤로 미뤄두고, 조교수의 북방계·남방계 설부터 따져 물어보기로 했다.

    ―과연 사람의 얼굴만 가지고 북방계니 남방계니 하고 혈통을 가린다는 게 가능한 일입니까?

    “얼굴은 그 사람의 체표에 드러난 ‘DNA 광고판’이라고 할 수 있어요. 8만 개를 헤아리는 사람의 유전자 중에 얼굴 등 외모의 특징을 결정하는 유전자 수는 극히 적은 데다가 의외로 복잡하거나 다양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눈썹이 진하거나 흐리거나, 쌍꺼풀이 있거나 없거나, 콧방울이 크거나 작거나 하는 등 서로 대립되는 유전 형질의 조합으로 단순하게 얼굴이 구성되지요.

    우리 한국인들이 저마다 다른 생김새를 하고 있어도, 얼굴을 구성하는 요소는 이처럼 두 개의 대립되는 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두 형태소가 한쪽으로만 강하게 치우친 양 극단형(전형적인 북방계와 남방계)과 그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형이 있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북방계와 남방계적 특징을 정확히 50대 50으로 섞어놓은 얼굴이에요. 재미있는 점은 중간형의 경우 유전 형질이 모자이크식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눈썹이 흐린 아버지와 눈썹이 진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은 눈썹이 진하지도 흐리지도 않은 중간형이 아니라, 눈과 눈썹은 아버지를 닮고 입과 입술 등 다른 부위는 어머니를 닮는 식으로 유전된다는 거지요.”

    조교수는 나아가 비교적 뚜렷하게 대립되는 유전 형질의 출현빈도를 조사하면 인구 집단과 집단 간의 유연(類緣) 관계에 대한 단서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 지도에 동심원을 그려 북방계의 특징인 흐린 눈썹의 분포 밀도를 표시해보면, 바이칼호에서 시작해 만주-평안도 내륙-충북-경북 내륙-김해-일본 규슈(九州) 북안까지 대각선으로 이어진다. 말하자면 이들 지역에서 흐린 눈썹을 가진 사람들은 유전적 유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남방계의 특징인 진한 눈썹의 분포 밀도는 주로 한반도의 바닷가나 강가에 밀도가 높고, 중국의 산둥반도-양쯔강 남쪽-태국 쪽으로 이어지면서 유전적 유연성을 가진다. 결국 이런 사실에서 한민족의 이동과 형성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조교수의 주장.

    1400여년 전 백제 귀족부부는 알타이형 북방계

    얼굴만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채는 사람, 그래서 “관상 선생이냐?”는 놀림도 자주 듣는 조교수는 한국인의 얼굴 특성을 찾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나러 돌아다니기도 했다. 세계 각국인과 비교하면 한국인의 얼굴 특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86년부터 중국, 일본, 태국, 중앙아시아를 비롯해 멀리 이집트, 영국, 이탈리아까지 세계 각곳의 20세 전후 남녀 3000여명의 얼굴 사진을 찍으면서 비교 연구해오고 있다. 이는 182cm 거리에서 105mm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로 정면·측면·사면을 동시에 촬영한 뒤 한 얼굴의 70군데를 재서 실측치로 환산하는 일에다, 등고선 사진까지 곁들여 얼굴의 3차 곡면상을 기록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얼굴 연구 자료를 모아 얼마 전에 ‘얼굴, 한국인의 낯’(사계절)이란 책도 출간했다.

    조교수의 본업은 화가다. 그런 그가 얼굴 연구에 매달리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어려서부터 화가가 되기를 꿈꾸어온 조교수는 초등학교 3학년 시절 “화가는 해부학도 알아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이 가슴에 칼날처럼 와닿아 ‘그림과 해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