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호

박물관 비밀 창고 열자 19만 관람객 열광했다

[명작의 비밀] 유물 하나하나가 주인공…개방 수장고의 매력

  • 이광표 서원대 휴머니티교양학부 교수 kpleedonga@hanmail.net

    입력2024-08-1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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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황남대총 특별전·2016년 신안 해저선 특별전 大인기

    • 관람객 호평 힘입어 ‘개방형 수장고’ 유행 시작

    • 수만 점 유물이 모여 만드는 別有天地

    • 큐레이팅 없이 날것의 유물 만나는 매력도

    6월 5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정소영 유물과학과장이 지하에 있는 제11 수장고에서 보관하고 있는 ‘이승당(貳丞堂)’, ‘보현당(寶賢堂)’ 현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아DB]

    6월 5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정소영 유물과학과장이 지하에 있는 제11 수장고에서 보관하고 있는 ‘이승당(貳丞堂)’, ‘보현당(寶賢堂)’ 현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아DB]

    서울 경복궁의 비밀스러운 지하공간이 언론에 공개됐다.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가 그 주인공. 국립고궁박물관은 경복궁 경내에 있다. 지금의 국립고궁박물관 건물은 애초 옛 중앙청(옛 조선총독부 청사)의 부속건물(후생관)이었다. 1995년부터는 조선총독부 청사(중앙청) 철거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됐고,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서울 용산으로 이전한 이후엔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사용해 오고 있다. 그 국립고궁박물관의 지하 수장고를 6월 5일 처음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의 수장고이니 국보와 보물 등 귀중한 유물이 참 많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지하 수장고의 특이한 내력이었다. 이 지하공간은 1962년 옛 중앙청의 비밀 벙커로 건립됐다. 지하 10m 깊이였다. 중앙청 건물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된 1983년부터 비밀 벙커는 유물 수장고로 개조됐다. 이후 국립고궁박물관은 보수공사를 거쳐 지하 공간에 16개의 수장고를 마련했다.

    중앙청 건물(옛 조선총독부)을 박물관으로 사용할 때는 수장고가 가까웠으나 부속건물(후생관)을 박물관으로 사용하면서부터 수장고까지 거리가 꽤 멀어졌다. 구불구불 약 400m나 된다.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수장고에 가려면 7~8단계의 보안 검색을 거쳐야 한다.

    박물관 수장고 하면 대체로 ‘보물 창고’ ‘금기의 공간’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보통 사람들은 수장고에 들어가기 어렵다. 박물관의 주요 운영자나 담당 큐레이터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 수장고는 금기의 공간이기에 더 들어가 보고 싶고, 그래서 더 매력적인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국립고궁박물관의 지하 수장고가 옛날 중앙청의 벙커였다는 소식은 관람객의 구미를 당겼다. 게다가 본건물에서 400m나 떨어져 있다고 하니, 비밀 보물 창고를 관람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한데 최근 들어 수장고는 ‘비밀’이라는 단어와 거리를 두고 있다. 수장고를 전면 개방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이른바 ‘개방형 수장고’다. 박물관들은 왜 금기의 공간을 개방하려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수장고에 들어가 보려는 것일까. 수방고 개방에는 어떤 매력과 의미가 있는 것일까.

    수장고 개방 전시의 시작, 2010년 황남대총 특별전

    2010년 국립경주박물관 ‘황남대총 유물 특별전’에 전시된 토기와 토기 조각, 금동 유물. [오세윤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

    2010년 국립경주박물관 ‘황남대총 유물 특별전’에 전시된 토기와 토기 조각, 금동 유물. [오세윤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

    2009년 10월 어느 날, 일본 규슈(九州) 동남쪽 미야자키(宮崎)현의 사이토(西都)라는 작은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곳엔 4~7세기에 조성된 고분 300여 기가 산재한다. 고분군 근처엔 사이토바루 고고박물관((西都原考古博物館)이 있다. 박물관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터널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입구가 신선했다. 선사시대 돌도끼 실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관람 동선(動線) 마지막에 위치한 수장고였다. 유리창 너머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개방형 수장고(보이는 수장고)였다.

    밖에서 볼 수 있는 대표 유물은 인골(人骨)이었다. 각각의 나무 상자 속에서 유리창 쪽을 향하고 있는 수많은 두개골. 1500여 년 전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두개골이 눈앞에 쫙 펼쳐져 있다니, 엄청난 충격이었다. 우리 눈엔 비슷해 보이지만 그들은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취향도, 고민도 달랐을 것이다. 유골들은 유리창 밖 관객에게 무슨 말을 전하고 싶었을까. 그때 그 충격은 나를 무한 상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내가 처음 만난 개방형 수장고는 이런 모습이었다. 2009년이라면 국내에서는 ‘수장고 개방’이란 용어조차 낯선 시절이었다.

    국내 수장고 개방은 다소 예상 밖의 지점에서 시작됐다. 2010년 12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황남대총-신라 王, 왕비와 함께 잠들다’란 특별전이 열렸다. 황남대총 출토 유물을 전시하는 자리였다. 5세기 신라 때 조성된 경주 황남대총은 국내에서 가장 큰 고분으로, 1973~1975년 발굴이 진행됐고 무려 5만84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2010년 전시엔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유물 5만8400여 점 가운데 5만2100여 점이 등장했다. 금관, 금제 허리띠, 황금 장신구, 수입 유리그릇 등 널리 알려진 대표 유물 수백여 점만 전시하던 기존의 관행을 완전히 뒤엎고 출토 유물 거의 전부를 전시에 내놓은 것이다.

    발굴 이후 35년 동안 수장고에 갇혀 있던 황남대총 유물을 거의 다 끌어냈으니, 파격적 반응이 이어졌다. 전문가는 물론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관람객들은 뜨겁게 호응했다. 국내 박물관 전시 역사상 출품 유물 5만2100여 점은 양적 면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았다. 전시가 열린 국립경주박물관 기획전시실은 수장고를 방불케 했다. 어지간한 박물관 10곳의 수장고를 모두 열어젖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파격에 힘입어 두 달도 안 되는 전시 기간에 관람객 12만5000여 명이 다녀갔다.

    6년 뒤인 2016년. 신안 해저선 발굴 시작 40주년이 되던 그해 국립중앙박물관은 특별전 ‘신안해저선에서 찾아낸 것들’을 개최했다. 신안 해저선 발굴은 1976~1984년까지 전남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서 총 11차례에 걸쳐 진행된 국내 최초의 수중 발굴이었다.

    발굴 조사 결과, 이 선박은 1323년 중국 닝보(寧波)를 출발해 일본 하카타(博多)와 교토(京都)로 가던 중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원(元)나라의 무역 범선(帆船)으로 확인됐다. 발굴 지역의 이름을 따 붙여진 이름은 ‘신안선’. 이 선박에서는 중국 도자기 2만여 점과 금속공예품, 자단목(紫檀木·붉은 박달나무), 동남아시아의 향신료와 후추, 차와 약재, 각종 과일 씨앗 등 다양한 무역품과 생활 유물 2만4000여 점과 28t에 달하는 동전(약 800만 개)이 발견됐다.

    2016년 8월 2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신안 해저선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바다에서 인양한 도자기를 감상하고 있다. 양옆으로 수백 점의 도자기를 진열해 마치 거대한 회랑을 걷는 느낌을 준다. [김재명 동아일보사 기자]

    2016년 8월 2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신안 해저선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바다에서 인양한 도자기를 감상하고 있다. 양옆으로 수백 점의 도자기를 진열해 마치 거대한 회랑을 걷는 느낌을 준다. [김재명 동아일보사 기자]

    ‌2016년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체 유물 2만4000여 점 가운데 2만여 점과 동전 1t을 전시장에 내놓았다. 전시실은 바닷속 보물 창고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특히 2만여 점의 도자기가 총출동했다. 관람객은 전시실 벽과 중앙 곳곳의 수납장을 가득 채운 2만여 점의 중국 도자기를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관람객들은 도자기 터널에서 사진을 찍어 열심히 블로그와 SNS에 올렸다. 언제 어디서 이렇게 많은 중국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게 수장고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전시의 인기는 엄청났다. 41일 동안 6만2500여 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수장고 개방 이어 ‘수장고형 미술관’도 등장

    2010년 황남대총 특별전과 2016년 신안 해저선 특별전은 내놓을 수 있는 유물을 최대한 내놓은 전시였다. 박물관 전시 공간은 기획전시실인지 수장고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관람객들은 전시실에서 수장고 분위기를 만끽했다. 금기의 공간, 보물 창고에 들어온 듯 행복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관람객들에게는 특별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후 이런 전시를 두고 ‘수장고형 전시’ ‘고밀도 전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수장고의 매력을 간접 경험한 관람객들은 수장고를 더욱 갈망하게 됐고, 박물관들은 수장고 개방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수장고 개방 현상은 그렇게 시작됐다.

    개방형 수장고는 1972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인류학박물관에 처음 선보인 이래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2000년대 들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온전한 형태의 개방형 수장고는 2013년 국립나주박물관에 처음 등장했다. 이어 2016년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2018년 서울 성북선잠박물관, 2018년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2019년 국립경주박물관 영남권 수장고, 2021년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과 국립공주박물관 충청권 수장고, 2022년 안산산업역사박물관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 수장고를 개방하는 것은 물론 새로 짓는 박물관과 미술관에도 개방형 수장고를 들여놓고 있다. 박물관의 규모가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상황에 맞게 수장고를 개방형으로 꾸미는 추세다. 개방형 수장고는 ‘열린 수장고(open storage)’와 ‘보이는 수장고(visible storage)’로 나뉜다. 열린 수장고는 직접 안으로 들어가 보관 상태의 유물을 감상할 수 있는 수장고이고, 보이는 수장고는 유리창으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수장고다.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린 사례는 2018년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수장고형 미술관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개관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청주관에는 ‘열린 수장고’ ‘보이는 수장고’ ‘보이는 보존과학실’ 등이 마련돼 있다. 특히 1층 열린 수장고에는 근현대 조각과 공예품 170여 점이 보관·전시돼 있다. 교과서에서 보던 근현대 조각의 걸작들이 수납장에 가득 차 있어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개방형 수장고 덕분에 청주관은 개관과 함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고, 청주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2000년 전 별유천지 속에서 황홀경에 빠지다

    관람객은 수장고 개방을 왜 이렇게 열렬히 환영하는 것일까. 우선, 압도적인 전시품 양을 들어야 할 것이다. 압도적인 양에 관람객이 압도되는 셈이다. 2010년 황남대총 특별전과 2016년 신안 해저선 특별전이 대표적 예다. 5만2100여 점의 고분 유물과 2만여 점의 중국 도자기를 어디서 볼 수 있단 말인가. 수장고에 가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2019년 개관한 국립경주박물관 영남권 수장고와 2021년 개관한 국립공주박물관 충청권 수장고에서 이런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다. 국립경주박물관 영남권 수장고는 영남권 국립박물관(국립경주박물관, 국립대구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의 출토 유물을 옮겨와 보관하는 공간이다. 총 10개 수장고가 있고 이 가운데 한 곳을 관람객에게 개방하고 있다.

    수장고는 경주 지역의 여러 사찰과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로 가득 차 있다. 개방형 수장고에 있는 유물은 4000여 점. 경주 지역의 여러 사찰과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 토기와 기와 등을 촘촘히 전시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켜켜이 쌓여 있거나 촘촘히 놓여 있는 와당, 토기, 금속 유물에 압도당한다.



    국립공주박물관 충청권 개방형 수장고.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토기가 전시돼 있다. [이광표]

    국립공주박물관 충청권 개방형 수장고.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토기가 전시돼 있다. [이광표]

    ‌국립공주박물관 충청권 수장고는 충청권 국립박물관(국립공주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의 발굴 유물을 한데 모아 보관하는 공간이다. 6개의 수장고 가운데 4개를 개방형 수장고로 운영한다. 개방형 수장고와 별도로 신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토기와 도기를 집중적으로 전시하는 공간도 있다. 이곳의 개방형 수장고에는 모두 2만1000여 점의 유물이 있다. 수장고를 거닐면서 엄청난 양의 토기를 올려다보고 또 내려다보면 마치 1500~2000년 전 별유천지(別有天地) 속으로 들어온 듯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사실 엄청난 양의 유물은 우리에게 매우 낯선 풍경이다. 그런데 그 낯섦이 매우 매력적이다. 무언가 새로운 발견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시, 2010년 황남대총 특별전을 떠올려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고분인 황남대총, 그 거대한 고분에선 금관을 포함해 5만8400여 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 5만8400여 점이 함께 어우러져 거대하고 위대한 고분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도 2010년 이전까지 황남대총 전시는 금관을 중심으로 수백여 점만 전시했다. 많다고 해야 1000~2000점이었다. 황남대총 금관은 다른 출토 유물들과 떨어져 홀로 독립된 진열장에 전시되면서 고고한 자태를 뽐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은 황남대총 금관 하나의 화려함은 느낄 수 있었지만, 황남대총 전체의 의미와 맥락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2010년 황남대총 특별전은 이러한 관습과 타성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황남대총 출토 유물의 의미를 완전히 새롭게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 박물관의 수장고를 개방하고 수장고 속으로 들어가 유물 더미를 관람한다는 것도 이와 흡사한 의미를 지닌다. 지극히 평범한 유물의 존재 의미를 다시 만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박물관의 상설전이나 특별전은 통상적으로 큐레이터의 기획에 따라 이뤄진다. 관람객들은 큐레이터가 의도한 주제와 동선에 따라, 큐레이터가 선정한 작품을 감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선정한 출품작은 대체로 수백 점 내외다.

    그러나 수장고를 개방한다는 것은 그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거의 모든 유물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는 방식이다. 개방형 수장고 유물들은 특정 전시 주제에 따른 것이 아니라 수장고 자체의 분류 체계 속에서 관람객들을 만나게 된다.

    날것의 아름다움, 군집의 힘

    수장고에서는 대부분 물질별 장르별 유형별 출토지별로 분류해 보관한다. 큐레이터들이 전시를 위해 재분류하기 이전의 상태로 보관 진열된다. 개방형 수장고에서 만나는 유물은 대부분 큐레이터의 의도가 반영되기 이전 상태다.

    최대한 많이 보여준다는 것은 선택과 배제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큐레이터의 개입은 최소화하며 관람객이 스스로 경험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진다. 따라서 수장고 개방은 공급자가 아니라 수요자 중심의 전시인 셈이다.

    수장고에서 만나는 유물은 관람객에게 시각적 새로움을 제공한다. 잘 포장된 전시품이 아니라 날것의 분위기를 전해 준다. 유명한 대표 유물만이 아니라 이름 없는 소소한 유물들도 함께 만나게 된다.

    이를 달리 말하면 군집의 힘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영남권 수장고와 국립공주박물관 충청권 수장고에 들어서면 군집의 아름다움을 금세 느낄 수 있다. 하나하나 따로 떼놓고 보면 지극히 평범한 와당이고 토기다. 관람객이 눈길조차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유물을 한데 모아놓으니 묘한 매력이 생긴다. 2010년 황남대총 특별전도 그랬고, 2016년 신안 해저선 특별전도 그랬다. 열어젖힌 수장고는 그래서 그 자체로 아름답다. 유명하고 화려한 유물이든 그렇지 않은 유물이든, 모여 있으니 무척이나 아름답다.

    개방형 수장고에 가면 이름 없는 무수한 유물이 “나 여기 있소”라고 외치는 것 같다. 금관이나 황금 유물이 아니라고 해도, 그것이 국보나 보물이 아니라고 해도, 지극히 평범한 저 수많은 유물 하나하나가 당당한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수장고에서 만나는 날것의 아름다움, 군집의 힘이다.

    이광표
    ‌● 1965년 충남 예산 출생
    ●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졸업
    ● 고려대 대학원 문화유산학협동과정 졸업(박사)
    ● 前 동아일보 논설위원
    ● 저서 : ‘그림에 나를 담다’ ‘손 안의 박물관’ ‘한국의 국보’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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