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호

롯데·효성 뒤흔든 신동주·조현문의 ‘욕망’

[심층분석] “회사·국민에 큰 피해… 반면교사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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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4-10-2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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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을 평생 괴롭히겠다”던 효성 조현문

    • 막대한 타격 입힌 신동주의 ‘프로젝트 L’

    • 회사 나간 후 자료 수집, 여론·소송전

    • 주식 매각 후 싱가포르行, ‘경영권 용병’도 닮은꼴

    • 辛 경영 복귀 ‘10전 10패’ vs 趙 ‘공익재단’ 설립

    • ‘우애’ 강조한 아버지 유언…효성가는 ‘갈등 봉합’ 수순

    • “미래 준비해야 할 소중한 시간 허비”

    2020년 1월 19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왼쪽)이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나서고 있다. 9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강요미수 혐의 공판에 출석하는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뉴스1, 각 사]

    2020년 1월 19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왼쪽)이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나서고 있다. 9월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강요미수 혐의 공판에 출석하는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뉴스1, 각 사]

    한때 ‘형제의 난’으로 언론에 오르내렸던 롯데, 효성이 최근 다시 회자되고 있다. ‘형제의 난’을 일으켰던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2022년 한국 롯데 상장사 지분을 정리한 뒤 한동안 잠잠했지만 여전히 경영 복귀를 노리고 있고, 아들 정열 씨는 롯데그룹 최정점인 광윤사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은 ‘아버지 유언’을 계기로 ‘형제의 난’은 휴전 양상이다. 10월 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이 세운 공익재단인 단빛재단(단빛은 ‘아침 해의 빛’이란 뜻)을 통해 아버지 고 조석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효성그룹 계열사 주식 844억 원어치를 매각한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7월 기자회견을 열고 상속받은 재산을 전액을 공익재단 설립에 출연해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신 회장은 지속적으로 ‘경영권 탈환’을 조준하고, 조 전 부사장은 ‘봉합’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는 오랜 기간 형제 간 갈등으로 큰 진통을 겪었고, 사업도 부침을 겪었다. 신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형제와 갈등을 빚은 끝에 회사를 떠났고, 이후 가족과 회사를 상대로 각종 소송을 제기하고 검찰 수사를 촉발한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회사 주식을 처분한 뒤 싱가포르에 사모펀드를 설립·운영하고 있는 것도 닮은꼴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신 회장은 회사에 의해 ‘해임’을 당했고, 조 전 부사장은 스스로 ‘퇴사’를 하고 싸웠다는 점이다. 다시 회자되는 두 인물을 통해 롯데·효성가의 분쟁 배경과 진행, 결과를 분석해본다.

    “형을 평생 괴롭히겠다”던 조현문

    갈등이 먼저 표출된 쪽은 효성가였다. 검찰이 2022년 11월 조 전 부사장을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한 공소장(2017년 조 전 부사장 형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고소한 사건)에 따르면, 2011년 8월 조 전 부사장은 효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주도한 뒤 “조현준 회장(당시 사장)이 계열사 간 부당 지원에 관여돼 있다”고 발표했고, 이러한 발표는 형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됐다.

    당시 아버지 조 명예회장은 둘째 아들 조 전 부사장에게 “가족 간 분란을 일으킨다”며 질책했고, 이때부터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2012년 말에는 조 전 부사장 배우자가 사내에서 외도를 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조 전 부사장은 이 소문은 조 회장이 그룹 홍보팀에 지시해 유포했다고 의심하면서 사태는 수습 불가 국면에 접어들었다. 결국 이듬해 조 전 부사장은 퇴사를 결심하고, 홍보대행사인 뉴스커뮤니케이션(뉴스컴)을 운영하던 박수환 대표와 소문 유포자 색출 및 언론 대응 등을 명목으로 용역계약을 맺는다.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퇴사 명분 쌓기’였다. 박 전 대표는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과 함께 조 명예회장의 비서실장을 만나 ‘조 전 부사장이 효성그룹에 근무하면서 중공업 부분의 수익 창출 및 효성에 크게 기여했다. 효성그룹은 그의 퇴사를 안타까워하면서 그의 미래에 축복을 기원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할 것을 요구했고, 동시에 “그룹에서 이 자료를 배포해 주지 않으면 조 회장의 비리 자료를 들고 ‘서초동’으로 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당시 조 명예회장은 “보도자료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를 거부했다.

    결국 그해 2월 조 전 부사장은 퇴사했고, 4월 조 회장을 압박해 자신의 그룹 내 비상장 부동산 계열사 지분을 고가에 사게 할 목적으로 박 전 대표와 추가 계약을 맺는다. 박 전 대표는 9월 1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조 회장을 만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비리를 밝히겠다. 하나씩 하나씩, 그리고 꾸준히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무슨 자료를 가지고 있는지 이번에 똑똑히 밝히겠다”라는 조 전 부사장의 말을 전하며 지분 정리를 요구했다.

    이 제안 역시 조 회장이 응하지 않자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7월 조 회장과 효성그룹 계열사 대표들을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이듬해 3월엔 아버지 조 명예회장을 찾아가 “저한테 부모라고 할 자격도 없다. 형(조 회장)을 평생 괴롭히겠다” 말해 형제 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다. 이러한 압박이 계속되자 조 회장은 2017년 조 전 부사장을 강요미수 혐의로 고소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2014년 동생 조 전 부사장이 형인 조 회장을 고발(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한 사건에서 조 회장은 2020년 2심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재계 관계자 A씨는 “공소장에 따르면, 효성그룹 ‘형제의 난’은 동생의 복수로 시작돼 서로에게 남긴 앙금이 컸다”며 “특히 당시는 조 명예회장이 병환(암) 중이던 시기여서 가족이 겪은 고통이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이 ‘제 발로’ 회사를 나갔다면 신 회장은 회사에서 축출된 케이스다. 신 회장 해임은 2011년 12월~2014년 9월 시행한 신사업 ‘풀리카(POOLIKA)’가 발단이었다. 풀리카 사업은 소매점포에서 상품 진열 상황을 무단으로 촬영한 화상을 마케팅에 유용한 정보로 데이터화한 후 판매하는, 일종의 ‘몰래카메라’ 기반 사업이었다.

    롯데 흔든 신동주의 ‘프로젝트 L’

    “점포 내 ‘도촬’은 소매업자와의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그룹 전체의 경영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임원들의 반대에도 신 회장은 사업을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사업을 반대하는 임원들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e메일 30여 건을 부정 취득하기도 했다. 결국 사업은 실패했고, 감사를 받은 후 2014년 12월~2015년 1월 사이 일본 롯데그룹 각사에서 해임되기에 이른다.

    이후 신 회장은 자신의 해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2018년 3월 29일 도쿄지방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전체 경영에 중대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풀리카 사업을 기획했고 실행한바, 해당 행위는 경영자로서 적격성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것으로 평가되므로 해임의 정당한 근거가 된다…(e메일 부정 취득과 관련) 롯데그룹 다른 임직원과의 신뢰 관계를 현저히 파괴하는 것이며, 롯데그룹 각 사는 e메일 서버를 공동 이용하고 있었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3년여 정도 장기간에 걸쳐 롯데그룹 전사에 부정하게 접근, 정보 누설의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롯데그룹에서 해임당한 뒤 신 회장은 2015년 9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현 사모펀드 ‘나무코프’ 회장)과 자문계약을 맺고 동생 신동빈 롯데 회장을 흔들기 위한 ‘프로젝트 L’을 공모했다.

    ‌‘프로젝트 L’은 △롯데면세점 특허 취득 방해 △호텔롯데 상장 무산 △경영비리 검찰 수사 유도 △신동빈 회장의 국적 논란을 조장하는 등의 내용이 핵심이다. 신 회장의 경영 복귀를 위해 신동빈 체제를 흔들기 위한 목적이 다분한데, 이러한 ‘프로젝트 L’은 민 전 행장이 신 회장을 상대로 자문료 지급 민사소송을 제기해 재판 과정에서 밝혀졌다(2020년 7월 8일 서울고법 판결문).

    공교롭게도 롯데그룹은 이후 ‘프로젝트 L’에 나온 사건들을 차례차례 겪어야 했다. 롯데그룹은 2016년 6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았고, 이 영향으로 당시 롯데의 최대 숙원 사업이던 호텔롯데 상장을 철회해야 했다. 예정돼 있던 국내외 투자 및 인수합병(M&A)건도 모두 취소되거나 지연되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대규모 투자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재계 관계자 B씨는 “2016년 당시 롯데그룹 해외사업 담당 임원은 해외 파트너사로부터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는데 논의 중인 사업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말을 자주 들었고, 실제 일부 사업은 논의 과정에서 접는 경우도 많았다”며 “신동주 회장 측에서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계획한 내용대로 롯데는 고스란히 고통을 겪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욕심이 회사·국민 모두에 피해”

    검찰 수사뿐만이 아니었다. 2017년 7월 감사원 감사 결과, 2015년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취득했어야 할 특허권이 관세청 점수 조작에 의해 다른 기업에 넘어간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직원 1300여 명이 졸지에 일터를 잃게 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기도 했다. 2018년 신 회장을 상대로 한 자문료 지급 소송에서 민 전 행장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 취득을 무산시킨 건 나의 공”이라고 주장해 롯데호텔·면세점 노조위원장들로부터 고발(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되기도 했다. 민 전 행장은 재판에서 자신의 공을 드러내 자문료를 받아내려는 심산이었지만 부메랑이 된 것이다.

    여기에 신 회장의 일본어 인터뷰나 아버지 신격호 명예회장과의 일본어 대화 녹취 등이 세간에 공개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롯데그룹이 ‘국적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일으킨 국적 논란으로 여전히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고, ‘프로젝트 L’로 인한 상처도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업이 이미지 제고를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을 들이는지 생각하면 그가 그룹에 끼친 손해는 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립대 법학전문대학원 B 교수(상법 전문)는 “한국 재계 특성상 오너 경영을 하는 회사가 많다. 오너 일가 간 분쟁으로 ‘오너 리스크’가 발생하면 사실상 ‘경영 공백’ 상태가 된다”며 “기업 경영의 장기적 관점에선 큰 타격을 받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롯데와 효성 두 기업은 한국 산업화 시절부터 국가경제의 일익을 담당해 온 기업인데, 오너 일가 개인의 욕심이 회사에 악영향을 미쳤으니 이는 결국 국민 모두에 피해를 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주식 매각 후 싱가포르行, ‘경영권 용병’도 닮은꼴

    신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회사를 상대하는 전략은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회계장부열람등사가처분신청을 통해 확보한 회계장부를 분석해 내부 자료를 확보하고, 이후 여론전과 소송전을 병행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롯데의 경우,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민 전 행장이 그룹의 약점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 전 롯데 직원 2명을 접촉해 내부 정보를 캐내도록 사주한 계약서가 지난해 8월 민 전 행장 재판(변호사법 위반 혐의) 과정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신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분쟁이 발생하면 상장사 주식을 매각해 현금화하고, 싱가포르에 거주지를 마련한 뒤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것도 닮은꼴이다. 주식 매각 규모는 신 전 부회장이 약 1조4000억 원, 조 전 부사장이 약 13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신동아’ 취재를 종합하면, 신 회장은 2021년 6월부터 싱가포르에서 S&C 펀드 등 여러 사모펀드사를 설립했고, 조 전 부사장은 2017년 1월 싱가포르에서 ‘인헤리턴스 엔터프라이즈’라는 법인 명의의 사모펀드 운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싱가포르를 사업지로 선택한 이유는 상속세와 법인세 면세 등 세금 혜택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8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대표 연임 청탁 혐의로 박수환 당시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2016년 8월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대표 연임 청탁 혐의로 박수환 당시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흥미로운 점은 이들을 도운 ‘조력자 집단’도 겹친다는 것이다.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와 민유성 전 행장이다.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멘토”라고 불리던 박 전 대표는 정재계의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마당발로 불렸다. 박 전 대표는 한때 롯데 신 회장의 ‘책사’였던 민 전 행장과도 연결되는데, 두 사람이 수면으로 불거진 것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사건’이 계기가 됐다.

    2018년 6월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2009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남 전 대표에게 민 전 행장(당시 산업은행장) 등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연임될 수 있게 힘을 써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를 빌미로 2009~2011년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홍보대행비와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21억3400만 원을 받았다. 이후 이들은 중국으로 골프 여행을 했고, 민 전 행장이 산업은행을 나와 차린 사모펀드 티스톤파트너스, 나무코프 홍보는 뉴스컴이 맡는 등 관계를 이어갔다. 이 사건으로 박 전 대표는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 및 추징금 21억3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한편 신 회장은 분쟁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을 변호하던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했는데, 해당 변호사는 민 전 행장의 경기고 동창이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경영권 분쟁에서는 오너 간 갈등을 부추겨 이익을 챙기는 집단이 있기 마련”이라며 “이들을 흔히 ‘경영권 용병’이라고 부르는데, 롯데·효성 사례에서 나타났듯 하는 수법이 비슷하다”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용병’은 자신들이 얻을 수수료, 수임료가 우선일 뿐이다. 분쟁이 심화되고 오래 지속될수록 ‘과실’이 많기에 기업의 경쟁력을 흔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롯데는 유통·석유화학, 효성은 섬유 등 주요 산업이 아직 ‘고전 산업’인데, 끊임없이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기업이 미래를 준비해야 할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꼴이 됐다.”

    재계 관계자 C씨는 “롯데그룹은 2차전지, 바이오 등 신사업을 추진하려던 시기와 신 회장이 촉발한 갈등 시기가 맞물렸고, 이에 회사로서는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수 없었다”며 “효성그룹 역시 ‘오너 리스크’가 확산하며 기업 이미지가 실추, 회복에 애를 먹는 등 그룹의 에너지를 온전히 혁신에 쏟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칼코마니’ 같던 신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행보는 최근 들어 엇갈리고 있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별세하며 남긴 유언장에서 ‘형제 간 우애’를 강조하면서다. 조 전 부사장은 7월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친의 유언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안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공익재단(단빛재단) 설립을 통한 사회 환원을 결심했다”며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형제 간 갈등을 종결하고 평화롭게 각자의 길을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공익재단 설립에 형제들이 합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래 준비해야 할 소중한 시간 허비”

    재단 설립이라는 둘째의 제안에 큰형(조 회장)과 막내 동생(조현상 부회장)도 동의하면서 효성가의 갈등은 일단 봉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의 ‘강요미수’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갈등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 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신동아’의 질의에 “아직 뭔가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반면 롯데그룹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신동주 회장은 지속적으로 경영 복귀를 노리고 있다. 신 회장은 6월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이사 선임,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이사 해임 등 경영 복귀를 위한 주주 제안에 나섰지만 모두 부결되면서 경영 복귀전 ‘10전 10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의 언론 대응을 맡고 있는 드림커뮤니케이션즈 관계자는 “신 회장이 경영권을 되찾으려고 한다기보다는 롯데홀딩스의 대주주 ‘광윤사’의 대표로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무능을 질타하는 것”이라고 했다. 민유성 전 행장과 ‘프로젝트 L’ 등과 관련해서는 “정황일 뿐 사실에 근거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 D씨는 “개인의 욕망과 조력자들의 공모는 재판정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고 불법성도 확인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이들이 불러온 혼란 속에서 롯데는 미래를 준비해야 할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됐고, 우리나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줬다. 신 회장이 동생(신동빈 회장)의 경영을 비판하는 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해괴한 논리”라고 말했다.

    박주근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 사정상 서구처럼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기란 쉽지 않다. 명확한 승계 원칙 없이는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지배구조가 취약해진다”며 “그렇게 되면 분쟁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는 세력이 끼어들기 쉬워지고, 다시 기업·국가 피해로 이어진다. 재계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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