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호

시간 여행지 모로코 페스 재래시장

  • 사진·글/최상운(여행작가, goodluckchoi@naver.com)

    입력2010-02-03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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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여행지 모로코 페스 재래시장

    천년을 이어온 옛 방식으로 가죽을 염색하는 유명한 염색공장.

    시장 여행을 하다보면 때로 ‘시장’이 아닌 ‘시간’을 만날 때도 있다. 모로코 페스(Fez)의 시장, 중동과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에서 수크(Souk)라고 부르는 재래시장이 그중 하나다. 수크의 역사는 천년 세월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물론 시장터가 있던 역사만 따진다면야 우리에게도 내세울 곳은 많다. 하지만 페스의 수크에는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그 옛날 모습이 지금까지 잘 남아있다는 점,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역사책의 죽은 활자로만 남거나 박물관에나 곱게 모셔져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도 날것이 되어 펄펄 살아있는 시장을 만난, ‘파괴된 시장’에서 온 여행자는 그저 부끄럽다.

    페스의 수크를 남다르게 하는 또 하나는 골목이다. 어떤 이는 그 수가 8000개라 하고 어떤 이는 9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상상이 가지 않는다. 상상을 확인하기 위해 막상 가보아도 실감이 안 나기는 마찬가지다. 그저 한쪽 귀퉁이에서 뺑뺑 돌고 있다는 느낌만 들 뿐이다. 수백도 아찔한데 수천이라니, 아니 만개의 골목이라니. 인체의 게놈 지도나 슈퍼컴퓨터의 회로에 견줄 수 있을까?

    이 복잡한 시장 안에 또 그만큼 복잡한 활동이 있다. 물건을 만들고 운반하고 상품으로 내놓고 돈을 받고 판다. 이렇게 말하면 참 간단하다. 노동의 구체성은 그저 증발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땀은 시장 안에서 바로 눈앞에 흐른다. 염색하는 양가죽 위에 떨어지고 원색의 스카프를 더 눈부시게 한다. 어린 여행가이드가 집으로 사가는 빵 안에 촉촉이 스며든다.

    페스의 수크에서 얼마나 다양한 물건이 사고 팔리는지를 말하려면 막막하기만 하다. 내가 본 것이라고 해봐야 바닷가의 모래 한줌 정도밖에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렇게 말하고 싶다. 페스의 시장에는 만개의 골목이 있고 수십만의 사람이 있으며 수백만점의 물건이 있다고.



    시간 여행지 모로코 페스 재래시장
    1 형형색색의 가죽신발 지와니가 쌓여 있는 가게.

    2 강렬한 원색을 뽐내며 눈을 유혹하는 스카프들.

    3 수크 주변을 둘러싼 성벽 주위에 옷시장이 열렸다.

    시간 여행지 모로코 페스 재래시장

    수많은 공방이 시장 구경을 더 즐겁게 만들어준다.

    시간 여행지 모로코 페스 재래시장
    1 각종 빵을 파는 가게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2 시장 한구석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노인의 눈길에 가슴이 시려온다.

    3 시장 안의 도자기 가게는 온갖 색깔과 문양이 춤을 추는 듯하다.

    4 구시가 중심에서 약간 벗어난 골목은 현지인들의 생활 시장이다.

    5 향수를 간직한 시장 안 이발소는 인심도 넉넉하다.

    6 마법사의 옷 같은 전통복장인 질레바를 입은 노부부.

    7 주인을 따라 장에 나온 당나귀와 노새들이 한가롭게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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