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동아 만평 ‘안마봉’은 과거 ‘신동아’와 ‘동아일보’에 실린 만평(동아로 보는 ‘카툰 100년’)에서 영감을 얻어 같은 그림체로 오늘날의 세태를 풍자한 만평입니다.

ⓒ정승혜
2025년 7월 발표한 ‘2024년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만 10세 이상 국민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8시간 4분으로 5년 전보다 8분(8시간 12분) 줄었다. 1999년 통계 작성 이래 수면 시간이 준 건 처음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수면 시간이 줄었다. 연령별 수면 시간은 10대가 8시간 37분으로 가장 길고, 50대가 7시간 40분으로 가장 짧았다
국민은 하루 평균 여가 시간(5시간 8분) 중 절반을 이상(2시간 43분)을 영상 콘텐츠 시청이나 SNS 등 ‘미디어 이용’에 쓰는데,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ICT 기기를 활용한 여가 활동 시간은 1시간 8분으로 5년 전(36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10대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10월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5’ 보고서는 10~19세의 42.6%를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한다. 2016년에는 30.6%였다. 청소년 10명 중 4명은 사용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는 게 어렵고, 이로 인해 신체·심리 문제가 나타나는 상태라는 것이다. 이로 인한 독서량 감소도 문제다. 13~19세 청소년의 1년 평균 독서 권수는 11.7권으로, 2011년(22.2권)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2025 사회조사’).
93년 전 지식인들이 담배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색의 도구라고 했다면, 오늘날 현대인에게 사색의 도구는 스마트폰인 것 같다. 그러나 사색과 성찰보다는 즉각적 사고와 반응을 강요당하며 주변과의 연결은 차단한 채 외로움은 더욱 증폭시키는 현대적 고립의 상징일지도 모르겠다.
동아로 보는 ‘카툰 100년’
1932년
연기 속에 비친 근대의 얼굴

- ‘신동아’ 1932년 12월호
감상적 인물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이 夫婦同居(부부동거)의 이치. 그들에게서 담배를 빼앗는 것은 破鏡(파경)과 같으니 이들을 칭컨대 煙狂(연광)이라고.
조선에서 담배는 오래전부터 생활 속 깊이 스며 있었다. 17세기 초 일본·류큐를 통해 전래된 뒤 18세기에 재배·유통 되면서 곰방대는 취향과 신분을 드러내는 도구가 됐다. 한 모금의 짧은 여유는 문인의 사색과 결합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일상적 기호로 기능했다. ‘신동아’ 만평에서 ‘부부관계’에 비유한 것도 이런 감정적 전통을 가볍게 비튼 것이다.
그러나 식민지 시기로 넘어오면서 담배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띠었다. 1921년 연초 전매제가 시행되자 담배는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식민 재정의 중요한 자원이 됐다. 가격은 꾸준히 올랐지만 경제난과 장시간 노동이 겹친 1930년대 조선에서 담배 소비는 줄지 않았다. ‘연기 나는 자극’은 근대의 피로를 견디게 하는 값싼 도피처였다.
지식인에게 담배는 사색과 고독의 도구였다. 다방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며 세계사를 논하던 청년들, 원고지 앞에서 연기와 한숨을 함께 내뿜던 작가들은 담배를 통해 근대적 자의식과 불안을 표현했다.
일본은 이러한 소비와 감정 구조를 통치 전략에 활용했다. 전매 수익이 늘수록 이익을 얻는 구조에서 일본은 오히려 궐련 소비를 장려했고, 곰방대는 빠르게 쇠퇴했다. 화려한 포장과 광고는 담배에 ‘근대성’과 ‘문명’ 이미지를 부여했지만, 그 기반에는 식민지적 예속이 자리했다.
결국 만평 속 남자는 감상적 인물이 아니라, 근대적 욕망과 식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던 조선인의 모습이다. 1932년의 짧은 풍자는 이 모순된 시대의 아이러니를 가장 가볍고 정확하게 포착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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