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콘서트홀, 부산 문화적 위상 끌어올릴 앵커 시설
‘최고의 공연 환경’을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정명훈 예술감독, 부산에 클래식 음악 뿌리내릴 것
문화가 있는 삶=품격 있는 삶…문화정책, 주거정책만큼 중요
‘글로벌 허브 도시’ 되려면 궁극적으로 문화도시 돼야
한국에 ‘서울 못지않은 도시’ 여럿 생겨야…부산이 선두에 설 것

박형준 부산시장이 5월 29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집무실에서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부산시
박형준(65) 부산시장이 5월 29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집무실에서 진행한 ‘신동아’ 인터뷰에서 부산콘서트홀 개관의 의의를 이같이 설명했다. 박 시장은 매일 새벽 클래식을 들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할 정도로 클래식 애호가다. “부산을 ‘문화관광 매력도시’로 만들겠다”는 시정 철학 역시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는 데 문화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가능했다. 부산콘서트홀 건립 등 다양한 부산시 문화정책은 이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박 시장은 “문화적 매력은 곧 도시의 경쟁력이며, 이는 시민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6월 20일 개관하는 부산콘서트홀은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 홀로 시설은 물론 관리 및 감독 인력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 운영을 총괄하는 클래식부산의 예술감독은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이다. 박 시장은 “정명훈 예술감독은 부산과 세계를 잇는 예술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역 클래식 생태계의 비약적 발전을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부산콘서트홀, 부산 문화적 위상 끌어올릴 앵커 시설
드디어 부산에 클래식 전용 홀이 생겼다.“설렘과 동시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부산에 클래식 전용 공연장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부산콘서트홀 건립으로 세계 수준의 클래식 공연을 직접 유치하고 개최할 수 있는 하이엔드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부산콘서트홀은 부산의 문화적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앵커 시설이다. 부산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부산 시민 모두가 일상에서 예술을 누리도록 돕는 공간이다. 2027년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문을 열면 부산은 서울과 더불어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클래식 음악 거점도시가 될 것이다.”
부산콘서트홀 건립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
“‘최고의 공연 환경’과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 조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다. 음향, 시야, 관람 편의 등 모든 요소에서 공연장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빈야드(vinyard·포도밭) 형태의 객석 구조를 도입했다. 덕분에 어느 좌석에서나 가림 없이 무대를 볼 수 있고,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 역시 좁힐 수 있었다. 비수도권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을 갖췄다는 점 역시 의의가 크다. 이외에도 부산콘서트홀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열린 문화공간이 되도록 신경 썼다. 부산시민공원 한가운데 짓는 등 조경과 휴식공간, 접근성 등 다방면에서 이를 고려해 설계했다.”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이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을 맡아 화제가 됐다.
“콘서트홀의 시설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 어떤 콘텐츠를 선보일지’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뛰어난 예술감독이 필요한 이유다. 향후 정명훈 예술감독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 예술감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음악인으로 경륜과 글로벌 네트워크 등 다방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삼고초려 끝에 힘들게 모셨다. 정 예술감독은 ‘지역자치단체 등과 협업할 때 지자체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부산시장을 계속하는 조건으로 클래식부산의 예술감독을 맡기로 했다(웃음).”
정 예술감독은 5월 1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됐다. 라 스칼라 극장은 1778년 개관한 세계 최고 권위의 오페라극장으로, 아시아인 가운데 이곳의 음악감독을 맡는 사람은 정 예술감독이 처음이다. 그는 2월 17일 부산콘서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한국이 가난한 나라에서 잘사는 나라가 됐는데, 이제 훌륭한 나라가 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돈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으며, 문화예술이 발전해야 다른 사람들과 나누면서 살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정명훈 예술감독은 ‘부산을 아시아 음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분명한 비전 아래, 세계 정상급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음악교육 등 다각적 활동을 통해 변화를 주도하고 있기도 하다. 정 예술감독은 ‘부산에 클래식 음악의 뿌리를 내리고 음악을 통해 시민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을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이러한 의지는 지역 예술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시정 철학에서 문화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큰 것 같다.
“문화는 도시 발전의 핵심축이며 21세기 도시경쟁력을 좌우하는 필수 자산이다. 세계 유수의 도시들을 보면 풍부한 문화인프라와 고유의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문화관광 매력도시’를 6대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생을 대상으로 공연 관람을 지원하는 ‘어릴적예(藝)’, 장애 예술인 창작 공간 ‘온그루’ 등 부산시는 누구나 일상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삶’이 곧 ‘품격 있는 삶’임을 믿는다. 문화정책을 복지나 주거정책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문화가 필수적이다.”
문화가 있는 삶=품격 있는 삶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보나.“우리 삶은 크게 세 가지 차원으로 구성된다. 경제와 이익을 중시하는 ‘합리적 차원’, 공동체와 규범을 중요시하는 ‘윤리적 차원’, 삶의 질과 아름다움을 중시하는 ‘심미적 차원’이다. 행복한 도시 혹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 차원이 고루 충족돼야 하며, 특히 심미적 차원에 대한 충족이 그 종착지다.”
부산콘서트홀 역시 세 가지 차원을 모두 염두에 두고 설계됐나.
“그렇다. 이번에 개관하는 부산콘서트홀은 세 영역 모두에서 고유의 역할을 할 것이다. 부산콘서트홀을 통해 문화 및 관광산업이 활성화될 전망이며 이는 합리적 차원의 충족과 맞닿아 있다. 또한 많은 사람이 모여 각종 문화예술 활동을 즐기면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데, 이는 윤리적 차원과 연결된다.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은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소통의 장을 만들고,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게다가 관련 경험을 통해 개개인의 문화 수준이 높아지는 등 심미적 차원도 고양할 수 있다. 부산시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다.”
앞으로 부산이 어떤 도시로 기억되길 원하나.
“서울과 수도권만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감당하기에 벅차다. 부산·남부권은 서울·수도권과 함께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두 축이 돼야 한다’는 것이 평소 지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부산이 싱가포르나 홍콩, 두바이 같은 글로벌 허브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사람과 기업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문화와 관광이 꽃피우는 그런 도시 말이다. 오늘날 한국은 인구 집중과 저출생 등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대로라면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 대한민국에 서울 못지않은 살기 좋은 도시가 여럿 생겼으면 한다. 부산이 그 선두에 서겠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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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