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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자본 ‘한국점령’명세서

생리대회사에서 첨단빌딩까지

해외자본 ‘한국점령’명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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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자본의 공격이 거세다. 금융, 부동산, 제조업 가릴 것 없이 전 분야에 걸쳐 외국계 자본의 파상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외국자본의 공세를 견뎌내고 국부를 지키기 위해 힘을 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경제의 최대 화두(話頭)는 미국이다.” 연초에 한국은행 고위임원이 한 말이다. 기업·금융 구조조정, 반도체값, 유가 등 국내외 여러 경제변수가 중요하나, 무엇보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가 올해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실제로 올해 상황은 그대로 돌아갔다. 기업인이나 펀드매니저, 주식투자자 등 국내 경제주체들은 미국 경제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미국경제 동향에 따라 투자전략 등을 수시로 수정하고 있다. 주식투자자들의 경우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TV를 켜거나 인터넷에 들어가 간밤에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어떻게 됐는가를 확인한 뒤 그날의 투자전략을 정하고 있다. 이렇게 시청자의 욕구가 크다 보니 3개 공중파 TV방송사도 아침방송을 시작하자마자 6시 뉴스시간대에 아예 월가의 주가동향을 고정메뉴로 선정, 뉴욕 현지특파원 등을 동원해 최우선으로 보도하고 있다. 우리가 아침에 눈뜨고 가장 먼저 접하는 게 미국의 경제동향인 셈이다.

경제부처나 중앙은행 등 정부부문도 마찬가지다. 미국 경제동향을 현지 파견 공관원 등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수시로 모니터링한다. 또 외국인투자자들의 한국에 대한 시각이 어떠하며 그들의 요구조건이 무엇인가를 점검하기 위해 외국계 펀드매니저들과 빈번히 접촉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은 이제 좋든 싫든 우리와는 ‘경제 공동운명체’가 돼 버렸다. 이런 현상은 탈냉전 후 미국 주도로 본격화된 글로벌리제이션(세계화)의 결과 나타난 전세계적 현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목격되는 특수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일각에서 “이럴 바에야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자”는 역설적인 반발이 제기될 정도로 최근 그 정도가 부쩍 심해진 것도 사실이다. 이런 종속현상은 외환위기 후 급속히 심화된 우리 경제에 대한 미국 등 외국자본의 경제지배력 심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현재 외국자본의 경제지배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문은 금융분야다. IMF사태 이후인 지난 98년에서 2000년까지 3년간 외국인들의 총투자자금 유입규모는 직접투자 401억 달러, 주식·채권 등 간접투자 219억 달러 등 도합 620억 달러에 달한다. 이중에서 주식시장의 경우, 2001년 3월 말 현재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보유액수는 시가 기준으로 63조원에 달한다. 이는 시가총액 208조7000억원의 30.2%에 달하는 금액이며, IMF사태 발발 전인 97년 말의 14.6%보다 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특히 우량기업 주식에 집중투자하고 있어, 시가기준으로는 전체의 30.2%, 주식 수 기준으로는 총주식 수 193억7000만주의 13.9%에 해당하는 26억9000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핵심 우량기업 주식만 중점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의미이자, 핵심 기간사업에 대한 외국인의 지배력이 그만큼 강화됐다는 이야기다.

이런 외국계의 금융지배력 강화는 금융시장의 헤게모니를 외국계가 쥐락펴락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비근한 예로 지난해 10월 이래 국내 거래소지수는 400대, 코스닥지수는 50대까지 급락, ‘제2 경제위기설’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기도 했다. 그 원인은 하나였다. 외국인 주식투자가들이 이 기간 중 순매도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투신권 위축으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여력이 없고 개인투자자들도 큰 손실로 시장참여 의지가 사라진 시점에서 그 동안 유일한 순매수 세력으로 주가 버팀목 구실을 해온 외국계 투자가들이 손을 털려는 조짐을 보이자 비상벨이 울린 것이다. 그러자 대통령이 그 동안의 경제운영 실패를 사과하고 경제팀 개편을 시사하는 등 경제비상사태 분위기가 조성됐다.

외국인이 쥐락펴락하는 주식시장

그러나 1월 들어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선제적 금리인하 등으로 위기감이 일부 해소되면서 외국인 투자가들이 기존의 투자전략을 바꾸어 한 달 동안 2조5000억 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자, 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핑크빛으로 반전되며 거래소지수가 600선까지 일시 회복되는 ‘1월 랠리’가 가능했다. 그러자 이에 비례해 개각이 거의 기정사실화됐던 현 경제팀이 그대로 유임되는 등 집권층의 위기감도 완화됐다. 한마디로 외국계가 국정 운영까지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되풀이해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말 국내 최대 민간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가 ‘외자 경영의 빛과 그늘’이라는 시의적절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외환위기 이후 3년간 외국계의 한국경제 지배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부문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을 중심축으로 하는 외국계의 지배력이 가장 커진 산업부문은 주식시장 외에 금융업으로, 특히 은행업 부문에 끼치는 영향력이 두드러지게 증대했다. 제일(뉴브릿지 51% 보유), 한미(칼라일·JP 모건 컨소시엄 40.7%, BOA 9.98%), 주택(ING그룹 10%, 뉴욕은행 13.1%), 국민(골드만삭스 11.1%), 외환(코메르츠방크 32.5%), 하나(알리안츠그룹 12.5%, 국제금융공사 2.8%), 신한(재일동포 27%) 등 대다수 우량은행의 대주주 자리를 외국계가 차지했다. 특히 제일, 한미, 외환, 하나, 국민 등 5개 은행의 경우 1대 주주 자리를 외국계가 차지했고, 이들의 시장점유율도 41.7%에 달했다.

증권업계도 외환위기 전인 97년 말 3.9%였던 외국계 증권사의 시장점유율이 2000년 말에는 10.7%로 높아졌고, 21세기 황금산업으로 불리는 생명보험업계의 외국사 시장점유율도 97년 말 1.3%에서 2000년 말에는 9.3%로 급상승했다.

제조업 부문에서의 영향력도 금융업종 못지않게 커져 자동차, 전자, 정보통신, 중공업, 석유화학 등 기간산업을 비롯해 신문용지, 종자, 식품 등 각 부문에서 외국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화하고 있다. 자동차 부문의 경우 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현대자동차 지분 15% 매입에 이어 대우자동차도 GM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이미 외국계 독무대로 바뀌어 미국의 델파이 등 세계적 자동차부품업체들이 만도기계 등 30여 개의 국내 핵심부품업체를 인수한 상태다. 전자 부문은 LG그룹의 핵심사업인 LCD부문의 지분 50%가 필립스로 넘어갔고,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구 현대전자), 아남반도체 등 반도체 3사의 지분 50% 이상이 외국인 소유로 바뀌었다. 정보통신의 경우 SK텔레콤의 지분 15%가 일본 NTT도코모에 매각될 예정이고, 쌍용정보통신은 통째로 뉴브리지캐피털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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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견 < 경제 애널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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