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낸 사람은 그렇다치고 한국에 초청되어 교육을 받고, 모국으로 돌아간 외국 연수생들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습니까?
“현재 국제협력단은 사후관리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연수생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연수생 동창회장 또는 대표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고, 사후관리 훈련프로그램을 실시합니다. 이런 지원과는 별도로 돌아간 연수생들이 자발적인 모임도 만듭니다. 현재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돌아간 전세계 154개 연수 참여국 중 동창회가 결성된 나라는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네팔, 폴란드, 태국, 에티오피아, 이집트, 파라과이 등 8개국입니다. 폴란드의 경우, 동창회 조직이 매우 체계적입니다. 매년 정기총회를 두 번 정도 열어 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폴란드 동창회는 KOICA 연수 참가자가 회원이지만, 모임의 목적을 친목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정의하고, 한국과 폴란드의 협력과 친선을 위해서 각종 사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필리핀, 몽골, 방글라데시,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6개국도 임시모임을 가지면서 동창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제협력단의 해외봉사단 활동이 미국의 평화봉사단 활동과 어떤 점이 다릅니까?
“한국의 해외 봉사활동은 선진국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은 모두 자국의 이익과 관련된 봉사활동을 합니다. 일본은 주로 동남아에 집중합니다. 유럽은 아프리카에 집중합니다. 이에 비해 우리의 봉사활동은 경제개발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개도국에게 전수하는 것입니다. 개도국들은 최근 30~40년 만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의 경험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은 일본 같은 선진국의 경험보다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가 급속하게 성장한 한국의 경험을 알고 싶어합니다.”
한국형 협력모델
─그것이 얼마 전에 민총재께서 말한 한국형 협력모델입니까?
“예, 바로 그 내용입니다. 그 핵심은 인적 자원 개발입니다. 오늘날 한국이 이만큼 성장한 것은 인적 자원을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과거를 생각해봅시다. 시골에 있는 부모가 논밭을 팔아서 자식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그 동력으로 지금만한 인재들이 길러진 게 아닙니까. 시골에서 자란 저도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했습니다.
또 한국형 협력모델에는 국가간의 지식격차를 줄이기 위한 사업이 들어 있습니다. 최근에 정보통신 분야를 통해 지식기반사회가 형성된다는데 지식에서 차이가 나면 빈부 격차가 더 커집니다. 한 나라 안에서도 그렇지만 , 국가 사이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커집니다.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국제협력단 내에 정보통신 추진반을 만들었어요. 말하자면 개도국에 정보통신 기기를 공급하고 개도국 기술자를 서울에 데려다가 훈련하고, 우리 전문가가 나서서 교육하겠다는 것입니다.”
─IMF 이후에 국제협력단 예산이 줄었다가, 총재님이 새로 발령받아 오면서 최근에 늘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라도 있었습니까?
“(하하 웃으면서) 그것이 아닙니다. IMF를 맞은 1997년에 국제협력단 예산이 최고조에 올라 5600만 달러였습니다. 그러다가 경제위기로 대폭 축소되었습니다. 제가 1999년에 국제협력단에 처음 발령받아 오니까 1년 예산이 미화 3000만 달러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에 조금 회복해서 3500만 달러, 금년에는 4600만 달러로 늘었습니다. 우리는 개도국에게 원조하다가, IMF를 계기로 원조 규모를 줄였습니다. 그러다 최근에는 IMF를 벗어났다고 선언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원조 규모를 회복하지 않으면 대외신인도에 문제가 생깁니다. 국제협력단 사업은 앞으로 계속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유엔이나 OECD에서 권고하는 사안입니다. 유엔은 국민총생산의 0.7%를 대외원조에 쓰라고 권고하며, OECD는 0.24%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1999년에 0.079%를 썼습니다. 우리 경제가 확대된 만큼 그에 걸맞은 대외 원조를 해야 합니다. 대외 원조는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회비와 같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이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대외원조는 국제사회의 회비
─총재께서는 취임한 이래 1년 반 동안 국제협력단을 강도 높게 구조조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저는 취임한 이래 국제협력단을 규모보다 질적 수준과 내용을 키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우선 대외원조정책의 기본 방향을 세우고, 원조 지원방식을 다변화해서 내실화했습니다. 특히 무상원조 물품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도록 한 것은 예산을 절약하고 행정 낭비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획기적인 제도 개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병역법을 개정해서 국제협력요원제를 부활했습니다. 이 제도에 따라 우수한 인력을 공익요원으로 뽑아 군복무 대신 해외에 파견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렸습니다.
하지만 직원을 그 동안 너무 줄이다 보니 문제도 생겼습니다. KOICA 직원은 IMF를 겪으면서 지금 171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래서 사업을 이끌 만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외국연수생을 1999년까지 연간 1400명 정도 데려왔는데 2000년에는 2050명을 초청했습니다. 금년에는 2300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이렇게 확대되니까, 우리 직원 부담이 과하게 늘어났습니다. 또 해외에 내보내는 우리 봉사단원도 해마다 100명 규모였는데 금년부터는 18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180명이 해외에서 활동하려면 이 사람들 봉급도 챙겨주어야 하고, 현지 숙소도 마련해야 하는 등 뒷바라지가 예삿일이 아닙니다.”
─이제 새로운 10년을 내다보고 출발하는 시점에서 현재를 평가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한다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우리나라의 대외원조는 많은 경험을 가진 선진국에 비해 역사도 짧고 규모도 영세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겨우 유년기를 지나 소년기에 접어들었다고나 할까요? 그러나 우리의 대외원조는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어차피 국력에 비례하여 원조는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장기 비전과 발전계획을 세우고,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형 국제협력 모델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또 예산과 사업규모를 확대하고, 국민 호응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양하고 효율적인 원조지원방식도 개발하고, 우리의 장점과 특성을 살린 비교우위 분야를 발굴해서 내실을 기할 것입니다. 이 모든 사업은 국민 세금으로 진행되는 국가사업이므로 이들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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