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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암 F1 그랑프리, 알고 보면 FUN FUN!

전남 영암 F1 그랑프리, 알고 보면 FUN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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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22~24일 ‘F1 그랑프리’가 한국에서 처음 열린다. 고막을 찢을 기세의 굉음,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무서운 속도, 이를 하나의 스포츠로 승화시키는 놀라운 기술이 벌써부터 F1 팬들을 설레게 한다. 더욱이 이번 대회는 슈퍼스타 미하엘 슈마허의 컴백 무대다.
  • F1을 전혀 모른다 해도 늦지 않았다. 천천히 읽고 상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전남 영암 F1 그랑프리, 알고 보면 FUN FUN!
1985년 어느 날이었다. 우연히 위성방송의 스포츠 채널을 틀었다가 재미있는 장면을 봤다. 바퀴가 툭 튀어나온 1인용 자동차가 트랙을 빙빙 돌고 있었다. 흥분한 아나운서는 기록이 나올 때마다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였고, 전광판에 숫자가 바뀔 때마다 관중석에 자리 잡은 수만 명의 인파는 열광했다. 모터스포츠를 전혀 몰랐던 어린 나에게 그것은 스포츠가 아니었다. 그냥 자동차들이 같은 길을 반복해서 달리는 지루한 일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중 눈길 끄는 장면 하나가 펼쳐졌다. 자동차 한 대가 중심을 잃고 뱅그르르 돌았고, 이 차를 피하려던 다른 차와 함께 트랙을 벗어나 잔디밭에 처박혔다. 그 뒤로 ‘또 언제 저런 멋진 장면이 펼쳐지나’, 사고가 나기를 바라며 경기를 집중해서 보게 됐다. 자동차를 전혀 몰랐던 필자에게 ‘포뮬러 원 그랑프리’(F1)는 그런 스포츠였다. 왜 수만 명이 운집했는지, 왜 경기장 아나운서가 흥분했는지,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뒤로 25년 가까이 지났다. 그 사이 F1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접했고, 경기장을 찾아 현장을 취재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 F1은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포츠는 아니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대다수의 한국인에게 F1은 프로야구나 WBC, 올림픽, 월드컵과 같이 ‘피부에 와 닿는’ 스포츠는 분명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 유럽, 미국인들이 주로 열광하는 스포츠라고 해서 한국인도 따라서 열광해야 할 이유도 없다. 이는 마치 ‘유럽인들은 크리켓이나 럭비에 열광하는데 무식한 한국인들은 이 게임의 진면모를 모른다’고 비난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F1과 프로야구

하지만 올해만큼은 다르다. 10월22~24일 사흘간 전남 영암에서는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열린다. F1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자국에서 펼쳐지는 특급 스포츠 이벤트를 강 건너 불구경한다면, 이는 개인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물론 경기 수개월 전부터 방송과 신문 잡지는 F1 관련 기사나 리포트로 할애된 시간과 지면을 ‘도배’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독자는 F1에 대해 본의 아니게 ‘주입식’으로 상당한 지식을 얻을 것이다. 축구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이런저런 스타들의 이름과 인상이 익숙해지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대회 기간에 임박해서야 스타플레이어의 진면모와 게임 보는 재미를 겨우 알게 된다면 대회 전부터 게임의 묘미를 알고 있던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손해 보는 ‘재미’의 양은 클 수밖에 없다. 더욱 절망적인 경우는 경기가 다 끝나고 나서야 뉴스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 맞다 저 사람이 있었지’ 뒷북치는 사람들. 개기일식,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못지않은 빅 이벤트. 고시공부 하듯 머리 싸매지 않고 F1을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F1을 즐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프로야구 보듯 F1을 감상하는 것이다. 한국의 프로야구, 미국의 메이저리그처럼 F1에는 선수가 있고 코칭스태프가 있고,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가 있다. F1드라이버 중에는 야구의 추신수·이승엽·박찬호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있으며, 레이스 도중 차량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정비하는 스태프들이 조범현·김인식 감독, 이만수 코치 같은 역할을 한다.

전남 영암 F1 그랑프리, 알고 보면 FUN FUN!

F1 슈퍼스타 미하엘 슈마허.

프로야구가 1년간 경기를 치른 뒤 승패와 승점을 따져 종합 순위를 정하듯 F1 역시 나라와 도시를 옮겨 다니며 18차례 경기를 치른 뒤 성적을 집계해 순위를 가린다. F1의 경우 레이스별로 등수별로 점수가 다르게 매겨진다. 한 해 대회를 모두 치른 뒤 매 대회에서 얻은 점수를 합산해 연말에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서울, 인천, 대구 등을 오가며 프로야구 페넌트 레이스가 열리듯, 올해 열리는 전남 영암 대회 역시 F1 ‘페넌트 레이스’의 한 경기로 보면 된다. 프로야구에 우승팀이 있고 홈런왕, 도루왕이 있듯이 F1에서는 우승 차종과 운전자를 따로 시상한다.

프로야구에는 나이키, 미즈노 등 운동용품 제작사가 경기에 필요한 용품을 제공하듯이 F1에는 페라리, 메르세데스 벤츠, 도요타, 브리지스톤과 같은 자동차 엔진과 차체, 타이어 제작회사가 뒤에 있다. 프로야구의 경우 어느 팀 소속의 어느 감독 밑에서 어느 선수가 어떤 기량을 발휘하며 리그에서 △전체 팀 순위 △홈런, 타율, 도루 등 선수 개인 성적 순위가 관심을 모으고, 부수적으로 이 선수가 착용하는 신발과 사용하는 글러브, 배트의 브랜드가 화제가 되기도 한다. F1도 똑같다. 어느 팀 소속의 어느 스태프와 함께하는 어떤 선수(드라이버)가 어느 정도의 기량을 발휘하는지, 이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량은 어느 회사 차량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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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엽│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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