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호

“화합물반도체는 국가 성장 이끌 전략 자산…정부 전폭 지원 시급”

[인터뷰] 한국 화합물반도체 연구의 권위자,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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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5-10-0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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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분야의 전기화로 화합물반도체 중요성 커져

    •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전략물자의 소재, 소자로

    • 연구·개발할 기술력 있지만 산업화할 시스템 미비한 실정

    • 미국처럼 정부의 연구비 지원, 제품 구매로 생태계 발전시켜야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화합물반도체가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끌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영철 기자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화합물반도체가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끌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영철 기자

    20세기 최고의 발명으로 꼽히는 트랜지스터는 지금도 많은 가전제품과 다양한 기술에 사용된다. 1947년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벨연구소의 세 과학자 윌리엄 쇼클리, 존 바딘, 월터 브래튼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56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후 인류의 문명은 반도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분야에서 반도체가 핵심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를 ‘산업의 쌀’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20세기의 정보기술(IT) 혁명은 반도체가 있기에 가능했다. 예전에는 이론적으로만 구현할 수 있었던 인공지능(AI)이 현대인의 생활 속에 뿌리내린 것도 반도체 성능의 비약적 향상으로 대용량 데이터의 초고속 연산이 가능한 그래픽처리장치(GPU·Graphic Processing Unit)와 고대역폭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가 개발된 덕분이다. 이 모든 혁명은 실리콘반도체가 주도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실리콘반도체가 집적도와 속도·주파수 등에서 한계를 드러내면서 화합물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화합물반도체는 2개 이상의 원소로 이뤄진 반도체로 갈륨비소(GaAs), 질화갈륨(GaN), 탄화규소(SiC) 등이 있다. 실리콘반도체보다 훨씬 높은 온도와 전압을 견딜 수 있고, 전기에너지를 빛에너지로 바꾸기 용이한 것이 대표적 장점으로 꼽힌다. 전기자동차,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에 쓰이며, 날로 고성능을 요구하는 방위산업 분야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소재로 통한다. 

    최근 ‘신동아’와 인터뷰한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화합물반도체 연구개발에 국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화합물반도체의 우수한 전자적·광학적 성능을 실리콘반도체로는 구현할 수 없다. 특히 레이더, 레이저, 위성통신 소자, 적외선 감지 소자 등은 화합물반도체로만 구현할 수 있어 방위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유럽과 미국, 중국, 일본, 대만에서는 화합물반도체 연구개발이 오래전부터 이뤄졌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연구개발에 힘써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먹거리이자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성장 동력이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화합물반도체 분야 권위자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금속공학 석사학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자재료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교수로 28년간 재직하며 연구처장 및 산학협력단장,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대한금속재료학회 부회장, 한국LED광전자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그에게 화합물반도체의 현주소와 비전에 대해 물었다. 

    대체 불가한 화합물반도체의 고성능 

    21세기 들어 화합물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진 이유는 무엇인가. 

    “화합물반도체는 한 가지 원소로 만들어진 실리콘반도체와는 다른 독특하고 우수한 물리적 특성이 있다. 첫째, 실리콘보다 전자의 이동 속도가 훨씬 빨라 고주파 통신 및 고속 스위칭에 유리하다. 둘째, 실리콘보다 더 높은 전압과 전류를 견딜 수 있으며,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 고전력 및 고효율 전력반도체의 소재로 적합하다. 셋째, 높은 열전도성으로 발열 관리가 중요한 고성능 소자에서 열을 효과적으로 방출해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다. 넷째, 광전 변환 효율이 뛰어나 빛을 더 효율적으로 내거나 감지할 수 있어 광통신 및 광전자 소자(LED, 레이저 다이오드)에 필수적이다. 다만 실리콘반도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다 보니 일반 가전제품에 굳이 화합물반도체를 쓸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적 탄소 감축 노력과 배터리 성능의 비약적 발전으로 전기자동차 수요가 급증했다. 또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같은 재생에너지산업이 발달하고, 교통·건물·산업 전 분야에 걸쳐 급속한 전기화(Electrification)가 일어나고 있다. SiC, GaN 같은 화합물반도체로 만든 전력 소자는 전기를 효율적으로 쓰는 데 훨씬 유리해 모든 전력기기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나아가 화합물반도체는 방위산업, 위성통신, 우주항공 산업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화합물반도체 소자는 그 소자가 포함된 제품의 품질 경쟁력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SiC 전력 소자가 장착된 전기차, 휴머노이드 로봇은 일정 배터리 용량으로 주행거리가 늘고, 더 오래 동작할 수 있다. GaN 소자로 만든 ‘에이사(AESA·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는 전투기의 성능을 끌어올렸다. 화합물반도체는 기후변화 대응과 국가안보 차원에서 우리가 반드시 확보해야 할 기술이다.”

    한국형 전투기(KF-21)에 탑재한 핵심 장비인 에이사(AESA) 레이더. 방위사업청

    한국형 전투기(KF-21)에 탑재한 핵심 장비인 에이사(AESA) 레이더. 방위사업청

    5월 20일 화합물반도체기술협의회(CSTA) 발족식 축사에서 “화합물반도체는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국가 방위전략 차원에서 반드시 육성해야 하는 전략적 자산”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였나.

    “그렇다. 화합물반도체 기술은 현대 및 미래 전장의 핵심 장비 성능을 좌우하며 국가 방위력 강화, 기술 주권 확보와도 직결된다. GaN을 기반으로 하는 고출력 RF(Radio Frequency·무선주파수) 소자는 레이더의 탐지 거리와 해상도를 높이고, 전자전(EW·Electronic Warfare) 장비의 전파 방해 능력을 강화해 적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한다. 이 소자는 전장 감시, 조기 경보, 미사일방어시스템의 핵심 요소다. 한국형 차세대전투기 ‘KF-21’이나 중거리 지대용 유도무기 ‘천궁’에 들어가는 에이사(AESA) 레이더가 대표적 산물이다. 이 소자는 화합물반도체의 고주파, 고출력 특성을 활용해 안전하고 빠른 군용 통신을 가능하게 하며, 미사일 및 정밀유도무기의 핵심 부품으로 정밀도와 신뢰성을 높인다. 또한 위성통신, 위성항법시스템(GPS), 우주탐사 장비 등 우주 자산에 필수적인 고신뢰성, 고성능 소자로 사용돼 우주 안보를 확보하고 우주탐사 역량을 강화한다.” 

    5월 20일 열린 화합물반도체기술협의회(CSTA) 발족식. 홍중식 기자

    5월 20일 열린 화합물반도체기술협의회(CSTA) 발족식. 홍중식 기자

    국방력 증강과 우주개발의 핵심 기술 같다.

    “그렇다. 화합물반도체는 이처럼 군사 및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전략 물자다. 해외 의존도가 높을 경우, 국제 정세 변화나 특정 국가의 수출 규제로 인해 심각한 안보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 국산화를 통해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고 외부 위협으로부터 자주적 방어 능력을 갖춰야 하며, 국가의 전폭 지원과 인재 육성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차세대전투기에 필요한 에이사 레이더, 유도무기에 필요한 적외선 센서, 군용 위성통신에 필요한 RF 소자 등은 기술 보유국이 기술이전은 물론 판매도 통제하는 전략 부품 및 시스템이다. 핵심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 없이는 전투기, 유도무기와 군용위성의 국산화가 불가능하다. K-방산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이 시점에 국가 차원의 화합물반도체 기술 투자 및 생태계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전략 부품과 시스템을 내재화함으로써 수출에 유리한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도 있다.”

    우주항공 및 국방 분야의 핵심 소자

    국내에서는 화합물반도체 공급망은 물론 연구 인력조차 부족한 실정이라고 들었다.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한국은 실리콘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화합물반도체 분야에서는 선두 그룹을 추격하는 단계여서 공급망과 인력 측면에서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화합물반도체 공급망은 미국·일본·유럽 등에 비해 해외 의존도가 높고, 특히 핵심 기판인 SiC와 GaN 웨이퍼는 기술 격차가 크다. 질화알루미늄(AlN) 및 산화갈륨(Ga2O3) 등 차세대 화합물반도체 소재 역시 선진국 대비 기술 격차가 커서 해외 의존도가 높다. 국내 화합물반도체 산업은 중소·중견 기업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돼 산업 및 기술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있다. 물론 대기업의 투자가 시작되고 있지만, 밸류체인 강화가 필요하다. 한국은 화합물반도체 분야에서 특정 기술력은 보유하고 있으나, 핵심 소재를 포함한 공급망의 자립도가 낮고, 산업생태계가 영세하다. 질적·양적으로 충분한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점에서 선진국 대비 열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 인재 양성 시스템 혁신, 산학연 협력을 통한 생태계 강화 노력이 더욱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

    美·EU·日·中 수조 원 투자 아끼지 않아 

    화합물반도체에 대한 다른 나라의 R&D 투자 실정은 어떤가. 

    “주요 국가들은 화합물반도체 분야에 수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다. 이는 화합물반도체가 5G/6G, 전기차, AI 등 미래 핵심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전략적 기술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및 R&D 역량 강화를 위해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이하 CHIPS법)’을 통해 대규모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화합물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반도체 기술에 상당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반도체 기업 울프스피드(Wolfspeed)는 2024년 10월 CHIPS법에 따라 미국 상무부로부터 SiC웨이퍼 및 전력반도체 생산을 위한 최대 7억5000만 달러(약 1조 원)의 자금 지원을 제안받았으며, 아폴로(Apollo) 등 투자자 컨소시엄으로부터 동일한 규모인 7억5000만 달러의 외부 투자도 유치했다. 유럽연합(EU)은 유럽반도체법(European Chips Act)을 통해 2030년까지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R&D 투자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텔이 향후 10년간 유럽에 880억 달러(약 120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러한 흐름의 일환이며, 이 안에는 화합물반도체 관련 파운드리(위탁생산) 및 R&D 센터 설립 계획이 포함돼 있다.”

    전력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탄화규소(SiC) 웨이퍼. Gettyimage

    전력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탄화규소(SiC) 웨이퍼. Gettyimage

    아시아 국가들은 어떤 상황인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자동차 부품 기업 덴소와 반도체 기업 후지전기가 경제산업성으로부터 705억 엔(약 4억700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받아 SiC 전력반도체 대량생산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부터 도요타 등 자동차기업에서 오랜 기간 SiC 전력 소자를 개발해 왔고, 일본 정부도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4년 아카사키 교수와 아마노 교수가 GaN LED 연구·개발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뒤 2018년부터 총리실 주관으로 GaN 전력 소자에 대한 대형 전략 혁신 과제도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뒤늦게 반도체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음에도 국가 차원의 반도체 산업정책을 지속적·전략적으로 추진해 현재의 ‘반도체 굴기’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첨단 반도체 수출 제한에 대응해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산업 육성 정책과 생산설비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SiC 및 GaN과 같은 차세대 전력반도체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특히 화합물반도체를 ‘3세대 반도체’라고 부르며, 화합물반도체로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목표 아래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미국과 패권 경쟁 중인 중국으로서는 국방, 우주항공에 꼭 필요한 화합물반도체 기술개발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수조 원 규모의 투자는 화합물반도체 제조 시설 구축, 핵심 소재 자립화, 인력 양성, 그리고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국가전략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원 방법도 구체적이어야 할 듯한데, 어떤 식인지 궁금하다. 

    “미국의 경우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국립과학재단(NSF) 등 연구비 지원 기관이 대학에 화합물반도체 센터를 집중적·장기적으로 지원해 이 분야의 첨단 연구를 선도하고, 고급 인력을 양성한다. 센터의 연구 결과와 인력 양성은 창업으로 이어지고, 미국 정부는 자금 조달을 통해 화합물반도체 벤처기업이 혁신 기술을 내놓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런 벤처기업을 시장에 그냥 두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정부의 개입으로 미래 국가가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적극 나선다면 우리나라 화합물반도체도 실리콘반도체, 조선, 철강, 자동차처럼 국가 성장 동력이 될 거 같은데. 

    “옳은 지적이다. 그런 산업들의 시작도 미미했다. 정부의 산업정책, 기업인, 연구자 등이 혼연일체가 돼 노력한 결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수출 주도의 산업화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발전을 견인해 왔다. 화합물반도체 분야도 실리콘반도체 산업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독보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집중 지원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화합물반도체를 꾸준히 연구해 온 수많은 연구자가 있다. 나 역시 30년 동안 화합물반도체 연구를 지속해 왔다. 이제라도 정부가 화합물반도체 산업의 국가전략적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전기화 시대 새로운 성장 동력, 국가가 육성해야 

    현재 우리나라는 화합물반도체를 개발할 기술력은 있지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인가.

    “우리나라는 그동안 정부 기초연구 과제, 산업화를 위한 기업체 연구과제 등을 수행하며 일정 수준의 연구 인력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SiC 및 GaN 전력 소자, GaN 계열 LED 소자, 광통신용 송수신 모듈 등을 연구·개발·생산하고 있다. 다만 실리콘반도체에 비해 시장규모가 크지 않고, 전략적 중요성이 주목받지 못해 대규모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뒷받침해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시스템이 미비하다. 화합물반도체는 현재 전기차, 휴머노이드, 스마트그리드로 대변되는 전기화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물자로 주목받고 있지 않나. 실리콘반도체의 뒤를 이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정부가 시스템 마련에 나서야 한다.” 

    우리 정부가 어떤 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최근 국제 정세를 보면, 미국은 AI의 급격한 발전으로 반도체산업이 국가안보와 직결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고사양 GPU·HBM 등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으며, 한국·대만·일본 기업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미국 내에 구축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대학에 거점 연구센터를 구축해 선행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을 하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화합물반도체를 연구·개발하기 위해서는 웨이퍼 제작에 사용되는 유기금속화학증착(MOCVD) 장비 등은 물론이고 다양한 공정 장비가 필요하다. 이 장비는 너무 고가여서 연구자가 개별적으로 구비하기 어렵다. 정부는 한국나노기술원, 한국광기술원 등과 같은 화합물반도체 전문 연구소에 상용화를 위한 제조, 분석 및 특성 평가 인프라를 구축해 화합물반도체 전문기업이 같이 사용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 화합물반도체 전문 기업이 지속적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미국의 DARPA식 연구비 지원은 물론 정부조달을 통한 제품 구매로 화합물반도체 생태계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 구실을 해야 한다. 특히 국가가 국방 분야의 수요를 진작해 화합물반도체 기업을 육성하는 미국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화합물반도체는 국방 반도체이자 방산의 핵심 소재이므로 국방비를 화합물반도체 기술개발에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렇다. 화합물반도체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전략적 소재, 소자이므로 국방비 예산에서 이 분야의 R&D에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 GPS처럼 군에서 시작한 연구가 민간으로 이전돼 상업화하는 경우도 많다. 국방 R&D를 국방만을 위한 R&D로 여기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민·군 겸용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화합물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책·산업·기술계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제언한다면. 

    “화합물반도체 산업은 정책 입안자, 산업인, 기술인이 함께해야 한다. 실리콘반도체 산업과 같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지 못한 상황이므로 화합물반도체 전문 기업이 충분한 역량을 보유할 때까지 국가가 수요를 제기하는 임무 중심형 R&D 프로그램으로 장기 육성해야 한다. 

    미국의 SiC 전문기업 울프스피드도 초기에는 대학에 지원한 국방 R&D 프로그램으로 연구를 시작했고, 창업 이후 꾸준한 국방 R&D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 정부가 연구비뿐 아니라 전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해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진국 국방 R&D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서 소재·소자·시스템 생태계를 긴 호흡으로 구축하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다.” 

    [알아두면 좋아요]
    화합물반도체, 어디에 쓰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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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합물반도체는 극한 환경과 고성능 요구 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소자에 활용된다. 주요 적용 분야와 핵심 소자는 다음과 같다. 

    가장 대표적인 고출력 RF 소자는 레이더, 전자전 장비, 군용 통신시스템, 위성통신, 유도무기 시스템 등에 사용된다. 높은 주파수 대역에서 강력한 신호를 송·수신하고 증폭하는 데 필수적이다. 핵심 소재로 GaN과 GaAs 기반의 MMIC(Monolithic Microwave Integrated Circuit) 또는 RF 전력 증폭기(Power Amplifier)가 주로 사용된다. MMIC는 각종 개별 소자를 고집적화한 단일칩 고주파 집적 회로로, 통신기기를 소형화할 수 있는 통신 부품이다. GaN은 고출력·고주파, GaAs는 고주파·저잡음 특성이 뛰어나다. 고출력 RF 소자는 고온, 고전압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높은 주파수에서 효율적 전력 변환과 증폭이 가능해 시스템의 크기와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전력반도체(Power Semiconductor)는 위성 전원공급장치, 항공기 전력관리시스템, 고출력 레이저 시스템, 군용 차량의 전력 변환 및 제어 장치 등 전력 효율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 SiC 및 GaN 기반 전력반도체가 대표적이다. SiC는 항복전압(Breakdown Voltage)이 높고 고온 안정성이 뛰어나다. GaN은 고속 스위칭 특성이 우수하다. 극한의 온도 변화와 진동, 방사선 등에 강해 우주 및 국방 분야에 많이 쓰인다. 이러한 특징은 통신시스템 효율 개선과 소형화에 필수적이다. 

    센서 소자는 군사 감시 및 정찰, 미사일 탐지, 위성영상 장비, 우주선 내부 환경 모니터링 등에 쓰이는 다양한 센서에 활용된다. 수은카드뮴텔루륨(HgCdTe), 인듐갈륨비소(InGaAs) 등의 물질이 사용되며 적외선/원적외선 센서, 자외선 센서, 기타 특수 환경 센서에 적용된다. 특정 파장의 빛을 효율적으로 감지하거나 열을 측정하는 데 유리하다. 높은 감도와 넓은 작동 온도 범위를 자랑하며, 소형화가 가능해 정밀 감지 및 이미지 처리 기능을 구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광전자 소자는 위성 간 광통신, 군사 통신시스템, 레이저 유도 시스템, 디스플레이 및 광원 등에 쓰인다. GaAs, GaN, 인듐인(InP) 등이 사용되며, LED, 레이저 다이오드(Laser Diode), 포토다이오드(Photodiode) 등에서 빛을 효율적으로 생성하거나 감지한다. 고속 데이터 전송 및 정밀한 광학 제어가 가능해 통신 보안 및 정밀 타기팅 시스템의 성능을 향상시킨다.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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