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예산 728조…가파르게 상승해 10년 새 2배
트럼프 압박·자영업 괴멸·고령화로 ‘퍽퍽한 미래’ 앞둬
‘지원 확대’ 당연시? ‘세출 비중 조정’할 때 다가와!
日, ‘잃어버린 30년’ 후 세계 2→4위…韓 어떨까

3월 2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급식소 앞에 어르신들이 길게 줄을 서 식사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트럼프 압박·자영업 괴멸·고령화로 ‘퍽퍽한 미래’ 앞둬
문제는 속도다. 최근 10년간 정부의 지출 증가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2010년 이후 2017년까지 5% 이내의 증가 폭을 유지하던 총지출은 문재인 정부가 예산을 수립한 2018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매년 거의 10%에 육박하는 지출 증가를 기록했다.당연히 부채도 증가했다. 201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3.9%이던 국가채무는 2022년 45.9%까지 상승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지출증가율을 3% 수준으로 낮췄지만 국가채무는 2025년 GDP 대비 49.1%를 기록하면서 50%에 육박하고 있다. GDP 대비 100%를 훌쩍 넘는 프랑스나 일본 등과 비교하면 건전하다고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앞으로의 추세가 만만치 않다는 점에 있다.
빠른 속도로 예산을 늘린 것은 세수가 뒷받침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 때문이었다. 실제로 2018년 결산 기준으로 285조 원을 기록한 국세 수입은 2022년 385조 원까지 증가했다. 소득세, 법인세, 부가세로 대표되는 상위 3개 세목의 수입이 계속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2년의 경우 소득세 128조 원, 법인세 103조 원을 기록하면서 100조 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소득세 및 법인세 징수 실적은 급속히 감소했다. 소득세의 경우 2024년 117조 원으로 감소했으며, 법인세의 경우 62조 원으로 감소해 2022년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났다. 대기업의 수출 환경 악화와 더불어 자영업 붕괴의 가속화, 부동산 침체 등으로 인해 큰 폭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 탓이다. 어떤 이들은 이제 정권이 교체됐으니 다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한다.
미래는 어둡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로 인해 국제 교역은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중국의 경쟁력이 급속히 상승하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은 당분간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향후 4년 동안 미국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산업 공동화 및 투자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기록하던 석유화학 부문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고, 정유산업 역시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일반화된 온라인 쇼핑 및 배달 문화 그리고 회식 기피 등이 겹치면서 소매업 및 요식업을 중심으로 한 자영업은 괴멸적 타격을 받고 있다. 세수 복구는커녕 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지원이 확대돼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계부채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경기부양 목적의 부동산 분야 활용도 여의치 않다.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퇴직, 고령화 추세의 가속화로 인한 연금·의료 등 복지 분야의 지출 확대는 불가피하다. 한마디로 돈 들어올 곳은 없는데 돈 나갈 일만 많은 ‘퍽퍽한 미래’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2016년 30% 미만이던 사회복지 분야는 2026년 예산안에서는 35.5%로 확대됐는데, 앞으로 이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 확실하다. 앞으로 대략 한 세대, 약 30년 동안에는 고령화하는 사람들을 감당하는 데 상당한 재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2월 5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트럼프 2.0 시대 핵심 수출기업의 고민을 듣는다 : 종합토론’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지원 확대’ 당연시? ‘세출 비중 조정’할 때 다가와!
가계에서는 돈 쓸 곳은 많아지는데 수입이 줄어들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국가 예산과 관련한 상황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더 많은 지원과 예산 확대를 당연시하고 정부의 지원 확대를 주문처럼 외우고 다닌다.농업계는 현재 전체 예산의 2.75% 수준인 농업 예산을 5% 이상으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도 예산의 5%를 과학기술 분야에 할당할 것을 요구하면서 입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계는 고등교육 예산을 GDP 대비 1%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국방비의 경우 미국의 압력으로 인해 GDP 대비 2.5% 수준에서 3.5%까지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총액이 정해진 상황에서 이쪽 예산을 늘리면 나머지 영역의 감소가 필연적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런 말은 하지 않는다. 지난 30년 동안 일단 정부 예산에 어떻게든 자신들이 요구하는 것을 포함하면 수십억 원에서 시작한 지원이 시간이 가면서 수천억 원, 수조 원대로 늘어난 것을 지켜봤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성장하고, 대기업들의 실적이 좋았고, 부동산 실적이 좋아서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제 앞으로도 이렇게 할 수는 없다. 세수 증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세출의 비중을 크게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예산과 지출의 한계는 명확하지만 모두 이를 외면하고 더 많은 지원을 전제로 한 정책을 쏟아낸다. 듣기 좋고 바람직해 보이지만 그 돈을 어디에서,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공공주택을 확대해 주거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이야기는 정의롭고 올바르게 들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땅장사 하지 말고 주거복지에 전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당연하게 들린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국내 공공임대주택 상당수는 LH가 공급하고 있다. 투입한 비용만큼의 임대료를 징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LH는 임대주택을 늘릴수록 적자를 보고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LH가 토지분양을 통한 수익과 분양 수익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소요 비용의 큰 몫을 감당하고 있지만 LH가 분양하지 못하도록 할 경우 과연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는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과거 영국과 독일을 비롯한 국가들이 오랫동안 유지해 오던 임대주택을 어느 순간 거주자에게 저렴하게 분양한 순간이 있었다. 이에 대해 “신자유주의로 인한 무자비한 조치”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사실은 거창한 이념 때문이 아니었다. 재정 한계에 도달한 지방정부들이 주거복지 정책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털어버린 것이다. 그나마 영국에서는 원래 살던 사람들에게 시가의 절반 수준으로 싸게 판매했다. 과연 우리가 그런 상황이 닥칠 경우 비슷한 여유를 부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과학기술과 관련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GDP 대비로 따지면 세계 2위 수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도 투자 대비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투입만 증가시킨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50년 넘게 계속 새로운 기관과 시설이 만들어졌고, 인력이 채용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관과 시설 가운데 지금까지 없어지거나 역할이 축소된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번 만들어진 기관은 생존을 위해 더 많은 연구를 이야기하고 더 많은 예산을 요구한다. 과연 그런 연구가 국가 차원에서 진짜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기관의 생존을 위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지만 누구도 이런 말을 꺼내지 않는다.
위축돼 가는 지방을 살린다는 것도 좋은 이야기다.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은 국가 전체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1970년대 이래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 균형발전을 추진해 온 나라다. 하지만 그 성과는 모호하다. 노력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방향 자체가 틀렸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지만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 균형발전이라는 당위에 거스르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공론장에서 발언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사람들의 입을 막고 있다.
섬과 육지를 연결하면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로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결과는 오히려 인구 감소였다. 교통이 좋아지니 섬을 나와 거주 여건이 좋은 곳으로 이동했다. 한쪽에서는 고속열차 확대를 요구하고 다른 쪽에서는 공항 건설을 주장한다. 고속도로와 고속철도가 들어서는 순간 공항 수요가 급감한다는 것을 우리는 1990년대부터 여러 차례 봤다. 수요가 없는 공항이 어떻게 변하는지는 우리는 울진, 양양에서 봤지만 모두가 외면한다.
日, ‘잃어버린 30년’ 후 세계 2→4위…韓 어떨까
교육 현장에서는 예산이 남아돌아 돈 쓸 아이디어에 목말라 있지만 누구도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내국세의 20.79%로 정해진 교육교부금은 그대로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예산이 늘어나면 자동으로 교육 예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효율성과 효과는 누구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모든 학생에게 태블릿을 지급했지만 구형이라 사용을 꺼리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지방대와 인문학을 살리기 위해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곳의 교육 현실에 대한 언급하는 이는 거의 없다.농업·과학·교육 등 많은 곳에서 과거의 관성에 따라 매해 더 많은 예산을 요구하고, 전체 예산 대비 또는 GDP 대비 특정 수준의 예산을 바라며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1990년대 농업과 교육 분야에서 이런 방식의 요구를 통해 성과는 거뒀다. 단순한 기준 제시를 통해 이슈를 예산의 문제로 만들어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불가능하다. 무엇을 더 하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체계적 후퇴와 수습, 조정과 축소를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이 코앞에 닥쳐오고 있는데 다들 과거의 행복했던 시절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만 생각한다.
사실 이런 일은 누구도 하기 싫어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 각자의 요구를 조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의 영역이다. 대화와 타협은 이럴 때 써야 할 수단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권은 누구도 쓴 약을 먹을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 장밋빛 미래만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 이런 일을 담당하던 관료들은 정권교체기마다 반복되는 수사와 감사로 인해 입을 열지 않는다. 모두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이야기하면 정말 그렇게 될 것으로 여기는 것 같은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2025년 우리의 현실이다.
외면과 무시는 잠시 현실을 잊게 해주지만 현실은 금방 돌아온다. 한정된 재원으로 무엇을 먼저 해야 하고 불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골라내야 하는 고통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가 최우선 과제가 되는 순간이 멀지 않았다. 커지는 경제에 기반한 늘어나는 예산으로 모두를 그럭저럭 만족시키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우리는 종종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을 비웃고 만만하게 바라본다. 하지만 침체와 축소의 터널에 들어선 그 순간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었다. 30년 동안 만신창이가 돼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2025년 일본은 세계 4위의 경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가 그런 시기를 겪는다면 최소한 현상 유지라도 할 수 있을까.
미래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만큼 어둡지 않을 수 있다. 예상치 못한 기술 발전과 국제 정세 변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운에 우리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 미루고 늦추면 결국 더 큰 피해와 고통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불편하지만 충분한 논의와 타협을 통해 미리 적응한다면 고통은 줄어들 수 있다. 행복한 과거는 잊고 씁쓸한 미래를 준비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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