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호

벤처 사장의 6가지 생존 전략

  • 라도삼 언론학 박사

    입력2006-11-03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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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년, 당시 일리노이대학 학생이던 마크 안드레센. ‘내셔널 슈퍼 컴퓨팅 애플리케이션 센터(NCSA)’에서 일하던 그는, 자신과 동료들이 개발한 ‘모자익’이라는 프로그램을 놓고 연구소장 래리 스마르가 모든 공(功)을 가로채려 하자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 서부 실리콘밸리로 갔다.

    애송이 프로그래머에 불과했던 안드레센에게 청년 실업가로 도약할 기회를 준 이는 짐 클라크였다. 스탠퍼드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실리콘 그래픽스’를 설립했던 클라크는 이미 안정 궤도에 오른 회사를 떠나 새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안드레센을 만났고, 그의 뛰어난 프로그래밍 능력에 자신의 경험, 자금, 인맥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세계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한 ‘넷스케이프’의 신화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인터넷 벤처 열풍이 불고 있다. 안드레센처럼 겁없는 대학생부터 짐 클라크처럼 나이 지긋한 교수에 이르기까지. 성공하면 떼돈을 벌지만 실패하면 ‘알몸’이 되고 마는 위험한 도박. 그럼에도 연봉 100억원을 받는 전문경영인의 등장, 코스닥 시장의 활황은 ‘안정적인 월급쟁이 생활’에 만족했던 보통 사람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서고 있다.

    사정은 외국도 마찬가지다. 인도의 방갈로르, 대만의 신주 단지,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등 세계 곳곳에 주목받는 벤처타운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성공적인 모델은 실리콘밸리. 업계 순위 1, 2위를 다투는 다국적 기업들도 인터넷 사업을 하지 않는 이상 하버드, 예일, MIT 등 명문대 출신 신입사원을 맞아들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젊은이들이 꿈꾸는 것은 대그룹이 아니라 오직 실리콘밸리의 ‘돈벼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처 창업이 곧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짐 클라크의 신화는 매우 드문 예일 뿐이다. 대다수 창업자들은 기회를 잡기보다 오히려 전재산을 날릴 가능성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디지털 경제의 특성상 돈, 명예, 그리고 자아 실현을 위한 고급 노동의 기회는 상위 5%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95%의 실패와 5%의 성공 가능성. 그럼에도 인터넷 비즈니스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미래요 희망이다. 디지털 격차가 곧 빈부격차로 전이되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에서 도태는 더 이상 ‘현상유지’가 아니라 ‘추락’을 뜻하기 때문이다. 떨려나지 않으려면 악착같이 따라붙는 수밖에 없다. 인터넷 창업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리는 이유도 바로 그것일 게다.

    벤처 창업, 디지털 경제의 숙명

    벤처 세상을 이끄는 화두는 인터넷과 디지털이다. 디지털은 0과 1이라는 이진법의 부호, 즉 비트로부터 출발한다. 사물은 이제 연속적인 흐름보다 0과 1이라는 두 숫자의 불연속적인 단절일 뿐이다. 쉽게 말해 디지털 세계에서 연속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얘기다.

    어제 0(nothing)을 가지고 있었다 할지라도 오늘 1, 즉 전부(all)를 가질 수 있는 것이 디지털 세상이다. 모든 게 순간적으로 변하고, 일정한 흐름과 정형화한 틀이 없는 세계. 그렇기에 디지털은 벤처를 요구한다.

    다른 한편 디지털은 각각의 형질에 이진법의 부호를 입력한 것이다. 이 부호를 통해 지금껏 숨겨왔던 경제, 사회의 이면들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그러므로 디지털 세계에는 이면의 것, 숨은 것이 없다. 오직 드러난 것만이 진실이며, 보이는 것만이 믿을 수 있는 것이다. 나이도, 성별도, 권위도 권력도 있을 수 없다. 있는 건 오직 내가 가진 지식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일 뿐. 그렇기에 디지털 세상에서는 모든 것을 자신이 결정하고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조직이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을 떠맡았던 아날로그 경제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세계다.

    디지털은 인터넷을 통해 하나의 네트워크로 결합한다. 세계는 이미 공동체, 시장과 경제를 공유하는 거대한 전자 공동체가 돼 버렸다. 지금 그 공동체의 주도권을 놓고 세계가 대립하고 있다. 사람들은 ‘전부인 하나’를 놓고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인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싸움은 거세진다.

    한 예를 들어 보자. 누군가 인터넷에 포도주 소개 및 판매 전문 사이트를 개설했다. 사이트는 네티즌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끌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비슷한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것이다.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들락거리며 순간순간 새로운 아이템과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다. 그들의 눈에 이문 쏠쏠한 이 사이트가 발각되지 않을 리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경쟁 상대가 생기는 셈인데, 문제는 처음 것이 나중 것보다 더 유리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웹 서핑이 쉽고 제공하는 포도주의 품질이 좋은 쪽이 무조건 이긴다. 인터넷 시장은 안정적이지 않다. 독점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날로그 시장과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이다.

    기회는 발견하는 것

    경매 사이트를 예로 들 수도 있다. 이-베이(e-bay)가 생겨나자 그와 유사한 경매 사이트가 수없이 생겨났다. 이-베이는 경매라는 똑같은 사업 아이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로 인해 취급 물품과 수익 모델은 수없이 바뀌었다. 일상적인 경쟁의 스트레스를 즐길 수 없다면 인터넷 창업은 당신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다.

    포털(Portal)이나 보털(Vortal), 허브(Herb) 등은 그와 같은 시장위험으로부터 안정적인 시장을 구성하기 위한 네트워크 전략 중 하나다. 곧 다양한 시장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통합 경영하는 다양한 방식 중 하나다. 문제는 아날로그 사회의 독점과는 달리 이 모델은 독점이 아닌 단순한 네트워크 모델로서 짧게는 5개월, 길어야 1년 이상 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터넷 사업 모델은 그만큼 생명 주기가 짧다.

    디지털 경제는 이렇듯 전지구적 경쟁과 대립, 기회와 상실이 공존하는 세계다. 그러니만큼 모든 경제활동, 심지어 개인의 활동까지도 초점은 바로 ‘경쟁’이다. 아날로그 세계에서는 큰 선택이란 직장을 고를 때, 새 사업을 시작할 때 등 몇 차례에 불과하다. 오늘은 어제의 연속이고 내일은 또 오늘의 연속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에선 어제는 어제이고 오늘은 오늘이다. 내일은 또 분명 오늘과 다를 것이다. 그렇기에 디지털 세계에서 경제적 선택은 곧 일상이다. 세상은 역시 벤처로 나아가고 있다.

    미국의 경영과학자 피터 드러커는 “21세기 경영자가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은 미래예측”이라고 말했다. 미래예측을 통한 기회의 발견 및 제공이야말로 기업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최고의 무형 자산이기 때문이다.

    산업 사회의 경영자는 문제가 발생한 후에 이를 인지하고 해결하면 됐지만,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 속에서 경쟁하는 디지털 경제 속에선 발생할 문제와 다가올 기회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대비할 줄 아는 경영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 미래를 위해 현재를 변화시킬 줄 아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인터넷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을 할 것인가(know what)’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결정은 시장에 대한 오랜 경험(know-how), 시장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실험(know-where)으로부터 나온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인터넷 벤처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창업자가 디지털 경제에 대한 명확한 현실 인식과 치밀한 계획하에 사업을 시작하는 것일까.

    벤처는 마치 주식시장과 같다. 수많은 변수와 변인이 있고, 하루 아침에 거부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빈털터리가 될 수도 있다. 벤처는 벤처, 말 그대로 모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업자들은 종종 이 사실을 잊는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오늘날 테헤란로의 흥청거림은 엄밀히 말해 벤처 기업들이 뚜렷한 시장성과를 보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엄청나게 부푼 창업 자본 때문이라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렇게 넘치는 자금만 믿고 어설프게 출발한 ‘사이비 벤처’는 시장원리에 따라 도태될 수밖에 없다. 살 길은 하나. 몸과 마음의 운동 법칙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리세팅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지식경영 능력을 갖춘 인터넷 벤처 사업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까.

    먼저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 하면 무조건 ‘어렵다’는 생각부터 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인터넷이야말로 지금까지 발명된 그 어떤 것보다 쉽고 간편한 네트워킹 기술이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초보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니 먼저 흥미를 갖고 즐기는 자세로 인터넷에 접근할 일이다. 실제로 인터넷은 재미있다. 나이와 상관 없는 즐거움을 준다.

    둘째, 경쟁에 대한 개방적 자세다. 오랫동안 ‘아날로그 직장인’으로 살아온 사람들은 권위에 눌리고 권위를 행사하는 일에 능숙하다. 반면 새로운 것은 무조건 두려워하고 무시하거나 나이를 핑계로 도전조차 하지 않으려 몸을 뺀다.

    그러나 나이가 많다는 것은 결코 변명거리가 되지 못한다. 현재 실리콘밸리를 이끌어 가고 있는 ‘로열 패밀리’들은 대부분 짐 클라크와 같은 40대 이상의 고연령층이다. 이른바 ‘실리콘밸리 마인드’의 창안자인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 교수 프레드릭 터먼(1900년생)이 그렇고, 가상공동체의 기수 하워드 라인골드도 그렇다. 미래학의 포문을 열었던 다니엘 벨은 1919년생이며, 현대 경영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며 유명 컨설팅 그룹 ‘드러커 재단’을 이끌고 있는 피터 드러커 역시 1909년 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벤처 경제의 핵심은 스스로 자신을 경영하는 자기경영이다. 조직, 국가, 그 누구도 자신을 보호해주지 못한다. 자신의 꿈, 능력, 비전에 대한 확고한 신뢰와 자신감이 없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새롭지 않으면 실패한다

    자기 혁신의 자세가 갖춰졌다면 이제 창업에 도전할 차례다. 일단 비즈니스 세계에 뛰어든 이후에는 ‘망할 각오’부터 해야 한다. 실리콘밸리의 유명 강사나 컨설턴트들은 성공한 경험보다 실패의 경험이 있는 이들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실패의 경험으로부터 성공 비결을 찾아내자는 것, 다른 하나는 벤처 그 자체가 성공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뜻이다. 언제 어떤 경쟁 상대가 나타날지 모르는 냉혹한 경제원리 속에서 성공과 실패는 동전의 양면처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망할 각오로 도전하고, 또 망해도 다시 일어서는 의지 없이는 결코 창업에 성공할 수 없다.

    그렇다면 창업에 성공하는 조건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뚜렷한 컨셉(concept)이 필요하다.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며, 어제는 예상 못했던 수많은 아이템이 바로 오늘 사업화하는 역동의 세계다. 따라서 뚜렷한 컨셉 없이는 시장 접근조차 불가능함을 알아야 한다.

    컨셉 확정을 위해서는 틈새시장(niche market)에 대한 정확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지금 있는 것이 아닌, 지금과는 뭔가 다른, 지금 것을 다른 차원으로 변이시킨 무엇인가를 새롭게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시장 참여 전에 각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정확한 컨설팅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확고한 시장 접근 전략이 있어야 한다. 흔히 인터넷에는 국가도, 국경도 없다고 한다. 이는 인터넷 세상에선 근대국가가 설정해 놓은 계약방식, 표준화된 규범체계, 국민을 기본으로 한 시장 등이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뜻이다. 시장이 불확실하니만큼 접근은 뚜렷한 전략에 기초해야 한다. 물 흐르듯 유연한 비즈니스 흐름과 즉각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구성, 경영자의 과감한 결단력이 필수다.

    셋째, 적절한 인력과 조직을 갖추어야 한다. 디지털 경제는 지식에 기초한 복합 노동, 곧 각각의 성원이 자신의 업무를 총괄하는 ‘자기경영(self-management)’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우수한 인력의 확보야말로 벤처기업의 생명이다.

    경영자는 이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창출해야 한다. 스톡옵션 제도나 자유로운 근무 형태, 연공서열에 얽매이지 않는 수평적 네트워크 건설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느슨하고 구심점 없는 조직은 바람직하지 않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 대안으로 탄력조직(flex film) 이론을 제시한다. 탄력조직이란 평상시에는 적절한 위계질서를 갖고 있는 반면,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엔 구성원 각자가 나름의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형태를 말한다. 그러므로 경영자는 각 성원이 가지고 있는 개성·창의성·결정력을 확보해주는 동시에 그들을 하나의 공동 목표로 묶을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겸비하고 있어야 한다.

    디지털 세상은 두려움 많고 변신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는 광속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안주는 곧 퇴보를 의미한다. 미래는 도전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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