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이든 한동훈이든 지들 힘들 때만 대구 온다 아입니까”

[르포 | 2026 民心은 어디로…] 혼돈의 대구, “우리가 보수의 심장?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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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6-03-19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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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들끼리 배신자라 싸우지만 대구 시민에겐 국힘이 배신자라”

    • “민주당 후보 찍든지, 아예 기권하든지 둘 중 하나”

    • “대구서 尹 좋아하는 사람 극소순데 왜 안 놔주노”

    • 핵심 변수 ①TK 통합 ②국힘 쇄신 ③김부겸 출마

    • “‘민주당 대구시장’ 이르지만, 국힘 마음 놓을 상황 아냐”

    • “공당 대표가 유튜버랑…누가 후보 되든 張 지원 겁날 것”

    3월 9일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6·3 지방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에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최진렬 기자

    3월 9일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6·3 지방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에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최진렬 기자

    “장동혁이든 한동훈이든 지 힘들 때만 꼭 대구로 온다 아입니까. 멀리서 왔다 카니 일단 환영은 해주지요. 근데 속마음이야 누가 압니까. 언론에서는 맨날 ‘보수의 심장’이라 카는데 심장은 무슨, 우리는 피해자라. 힘들다 캐서 도와주면 선거 끝나고는 또 배신이라. 지들끼리 배신자라며 싸우는데, 대구 사람 입장에서는 국민의힘 자체가 배신자라. 대구 민심 안 바뀐다 카는데 솔직히 이 정도면 바뀌어야지. 조금씩 바뀌는 것 같기도 하고.”

    3월 9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조모(75) 씨는 6·3지방선거 이야기가 나오자 손사래부터 쳤다. “지방선거 민심을 듣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내가 정치에 대해 뭘 알겠느냐”던 그는 쌓인 게 많았는지 이내 말을 쏟아냈다. 40년 넘게 이곳 가게를 지켜온 조 씨는 선거 때마다 보수정당에 표를 던졌다고 했다. 그는 대구 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에 마음을 완전히 연 것은 아니라면서도 예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했다. 조 씨는 “‘이번에는 민주당이 돼야 한다’ 카는 말도 들린다”며 “김부겸이 나온다 카니까 또 모르지”라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 찍든지, 아예 기권하든지 둘 중 하나”

    겉으로만 보면 대구시장 선거판은 여전히 국민의힘 중심이다. 최근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 공모에는 5명의 현역의원을 포함해 9명이 몰렸다(사진 참조).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수준으로, 후보 찾기에 애를 먹는 수도권과는 대조적 풍경이다. 이날 찾은 국민의힘 대구시당 사무실 한편에서는 한 대구시장 예비후보가 보좌진과 둘러앉아 선거 전략을 고민하고 있었다. “지금 상태로는 안 된다” “더 사로잡는 얘기가 나와야지” 등의 발언이 오갔고, 점차 목소리가 높아지며 질책에 가까운 말도 이어졌다.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긴장감이 팽팽했다.

    하지만 시장 바닥에서 들리는 민심은 달랐다.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서문시장 안 상인들에게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 9명의 이름을 하나씩 물어봤지만 돌아온 답은 비슷했다. “누가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딱히 마음 가는 사람이 없다”는 반응이 먼저였다. 심지어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름이 먼저 거론될 정도였다. 서문시장에서 옷감을 파는 이모(51)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이 씨는 “윗세대는 생각이 다를지 몰라도 내 또래만 해도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친구들이랑 술 한잔하면 맨날 그 말만 나온다. ‘이번에는 국민의힘 사람 안 뽑아야 하는 거 아이가, 하는 게 뭐 있노’ 칸다. 대구·경북(TK) 통합만 해도 결과가 어찌 되든 간에 한번 제대로 싸우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파이팅 넘치는 사람이 안 보인다. 다들 ‘공천만 받으면 된다’ 생각하니까 공천에만 매달리는 기라. 내도 대구 토박이지만 이번에는 국민의힘 후보 안 찍을 거다. 민주당 후보 찍든지, 아예 기권하든지 둘 중 하나다. 당 이름은 국민의힘이라 카는데 국민 위하는 사람은 한 명도 안 보인다.”



    “尹 좋아하는 사람 극소순데 왜 안 놔주노”

    이 같은 분위기는 여론조사에서도 감지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3월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TK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9%로 국민의힘(25%)을 앞섰다(95% 신뢰수준 ±3.1%포인트, 전화 면접 조사.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다만 이 수치만으로 대구 민심이 민주당으로 이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장 많은 응답을 받은 항목은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38%)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는 대구시장 선거가 국민의힘 대응에 달려 있다고 봤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하긴 했지만 30% 중반까지 간 것은 아닌 만큼 국민의힘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선거를 주도하려면 무엇보다 ‘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지역 민생 문제만으로 선거를 끌고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른바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_ 주호영 의원·윤재옥 의원·추경호 의원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_ 주호영 의원·윤재옥 의원·추경호 의원

    유영하 의원·최은석 의원·김한구 전 현대차 노조 대의원

    유영하 의원·최은석 의원·김한구 전 현대차 노조 대의원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홍석준 전 의원_ ※현역의원은 선수 기준, 이후 가나다 순. 뉴스1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홍석준 전 의원_ ※현역의원은 선수 기준, 이후 가나다 순. 뉴스1

    실제로 절윤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중구에 거주하는 김모(75) 씨는 윤 전 대통령 이야기가 나오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식도 없고, 공직 생활만 했으니 ‘그래도 도둑질은 안 하겠지’ 싶어 뽑아줬는데, 끝이 이래버리니 참….” 잠시 말을 멈춘 그는 이내 손을 내저으며 말을 덧붙였다. “지금 윤석열이 좋아하는 사람은 대구에서도 극소수라. 근데 장동혁이는 왜 계속 끌고 오노. 이제 좀 놔줘야 하는 거 아이가.” 

    젊은 층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직장인 박모(39) 씨는 “12·3비상계엄은 내란이라고 생각한다”며 “계엄도 계엄이지만 이후 당의 수습 과정 역시 전반적으로 납득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최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징계 사건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며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마음 가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불신을 이야기하던 시민들은 종종 홍준표 전 대구시장 이야기를 꺼냈다. 홍 전 시장이 대선 도전을 이유로 시장직을 내려놓은 뒤 보여준 행보가 지역 유권자들에게 적지 않은 허탈감을 남겼다는 것이다. 단순히 정치인 한 명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 그간 국민의힘이 대구를 대해온 방식에 대한 불만에 가까웠다. 대구 동구에 거주하는 성모(36) 씨는 “알다시피 대구는 지금 시장이 없는 상황”이라며 입을 열었다. 

    “대선 나간다고 시장 자리 내려놓고 간 것도 솔직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러려니 했다. 근데 경선에서 떨어지고 하와이 갔다는 소식을 듣고는 ‘도대체 뭐 하는 짓이고’ 싶더라. ‘대구는 그냥 발판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니까. 대구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참…. 그 뒤로는 정치 뉴스도 일부러 잘 안 본다. 이번 선거도 크게 관심은 없다. 대구는 맨날 중앙 정치권에서 이름값 있는 사람 하나 내려보내 놓고 이런 식이다.”

    “공당 대표가 유튜버랑…누가 후보 되든 張 지원 겁날 것”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역시 국민의힘 입장에선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지만, 대통령 개인에 대한 평가는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 앞선 NBS 조사에서 TK 주민 가운데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56%로 과반을 기록했다. 주요 정책별 평가에서도 대북정책(42%)을 제외한 △외교정책(55%) △복지정책(54%) △물가·일자리 등 경제정책(53%) △부동산정책(52%) 등 대부분 항목에서 긍정 평가가 과반을 넘었다. 전통적 보수 강세 지역인 TK에서 나온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수치다.

    다만 이날 거리에서 만난 대구 시민들의 반응은 일방적 지지라기보다는 신중론에 가까웠다. “아직 집권한 지 얼마 안 됐으니 더 두고 봐야 한다” “잘한다는 말은 들리지만 전임자인 윤 전 대통령이 워낙 못해서 상대적으로 좋아 보이는 것 아니겠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한 시민은 “이 대통령은 나쁘게 말하면 약아빠졌고 좋게 말하면 노련하다”며 “막상 살림살이가 더 나아지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어디를 가려워하는지는 귀신같이 짚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25년 2월 24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동아DB

    2025년 2월 24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동아DB

    선거를 앞두고 지역 주민 사이에서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핵심 변수로 세 가지를 꼽았다. 장우영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금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세 가지 핵심 변수가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바로 ①TK 통합 단체장 선거가 실제로 치러지느냐 ②국민의힘이 쇄신하느냐 ③김부겸 전 총리가 출마하느냐다. 국민의힘 쇄신의 경우 연일 지도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납득할 정도의 변화가 이뤄지느냐가 중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교수는 “대구시장 선거만 놓고 보면 중요도는 ①-②-③ 순”이라며 “③의 경우 앞선 두 변수가 민주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때 본격적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경우 김 전 총리의 실제 출마 가능성도 있고, 당선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여야 간 의견 불일치로 지방선거 이전 TK 통합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고, 국민의힘의 쇄신 역시 뚜렷한 방향이 잡히지 않으면서 김 전 총리 출마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황이다.

    다만 사상 최초의 ‘민주당 출신 대구시장’ 탄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은 이르다는 분위기가 많았다. 성 씨는 “그래도 어르신들은 여전히 보수정당 지지가 단단하다”며 “실망은 많이 했겠지만 당장 이변이 나타날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지역 정치 지형이 단기간에 뒤집히기보다는 서서히 변화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것이다. 동구 주민 김모(61) 씨는 “교체 가능성에는 회의적이지만 국민의힘이 예전처럼 마음 놓고 있을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국민의힘 후보라고 마음 못 놓을 텐데? 기자님 같으면 국민의힘 찍고 싶겠나. 솔직히 하는 거 보면 공당(公黨)이라 하기도 좀 그렇다 아이가. 도대체 뭐 하는 곳인가 싶다. 장동혁 대표는 공당 대표라는 사람이 극단적 유튜버들과 어울리면 우짜노. 서문시장 왔을 때도 분위기 냉랭했다 아이가. 누가 대구시장 후보로 나오든 선거운동할 때 장 대표가 도와준다고 오면 겁날 기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주간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재미없지만 재미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1인분의 몫을 하는 사람이 되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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