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황제를 중심으로 동심원으로 퍼져가는 화이(華夷)질서에서 중심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문명적이고, 밖으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야만적이라는 아주 오랜 옛날 옛적의 서열의식이, 다른 나라에는 그 예가 없을 정도로 한국에는 고착돼 있다. 원래 북쪽 오랑캐로서 한국인이 멸시하고 있던 만주족이 중국의 중원을 빼앗아 청을 건국한 이래 한국인의 심리는 굴절됐다. 그 후 중화문명의 계승자는 한국이라는 ‘소중화의식’이 이 나라의 특징이 되어 힘으로 눌리면 눌리수록 다른 지역을 원망하는 심리적 파급효과를 일으켰다.…
이런 사실은 반도인의 짓눌린 심리와 중국본토 이상으로 중국 유교체제로 관료화된 전제국가를 500여 년에 걸쳐 형성해온 이(李)왕조의 체질과 연결됐다. 이 때문에 세계에서도 극히 유례가 없는 편향적이고 배타적인 한과 우월감이 섞인, 복잡하고 다루기 힘든 정신상태를 낳아 지금의 반일심리의 기초가 되었다.… 때마다 일본정부에 사죄를 요구하는 그들의 불합리도, 생각해 보면 뒤틀린 한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라고 일본인은 동정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다.”
“나는 일한병합 5년 후의 상황을 설명한 조선총독부 보고문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읽는 동안 서서히 당시의 일본인 관료에 대한 불쾌감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국가를 병합할 때는 땅이 인접해 있거나, 인종이 같거나, 풍속이 비슷하거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는 4가지 조건 중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지만 일본과 조선 사이에는 4조건이 거의 갖춰져 있으므로 하나의 가족이 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나는 일본인의 생각이 처음부터 잘못됐던 것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더욱 강해지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그를 위해 일본에서는 한국인과의 결혼을 장려하거나, 대만 및 그 밖의 지역과는 전혀 달리 한국만을 특별 취급하려고 혈연공동체를 계속 강조했다. 확실히 말해서 친절을 강매한 것이다. ‘일본인은 사람이 좋다’라는 말에 멍청하다는 형용사를 덧붙여야 할 것이다.”
저자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렇다.
“별로 득될 것도 없는 나라를 당시 국제정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병합했다. 그러나 일본은 최선을 다해 통치했으며 다른 열강들과는 달리 한국인을 평등하게 대우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도 한국인은 아직까지도 사죄만 요구하고 있다. 이는 옛날부터 한 수 아래로 여겨온 일본에 지배를 당했다는 자존심의 손상 때문이다.”
저자는 “세계사의 필연에 대해 우리는 아무것도 사과할 필요가 없다. 그 대신 좋은 일을 했다는 사실도 입이 찢어져도 해서는 안된다”고 결론짓고 있다.
백보를 양보해 저자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기술 속에는 식민지배에 따른 한국인의 고통이나 피해는 전혀 언급이 없다. 역사적 사실의 한 면만을 침소봉대해 마치 그것이 거의 전부인 양 강조하고 있다.
이런 자국 중심적인 역사인식은 이 책 전편에 흐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일본은 거의 전지전능한 국가라는 인상이 든다. 이 책의 내용 중 한국과 관련된 부분을 소개한다. 한국은 언제나 부정적으로 인용되고 있다.
부정적으로만 인용되는 한국역사
“신라는 중국의 율령 중에서 자국에 도움이 되는 내용만을 뽑아서 계승하고 스스로의 율령을 만들지는 않았다. 일본도 덴지(天智)시대 때 나온 일련의 법령들은 …백제나 신라와 마찬가지로 중국 율령을 불완전하게 계승한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임신(壬申)의 난’(672년)을 거치면서 일본은 독자적인 율령국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일본의 이 자각적인 자세는 신라가 당의 책봉을 받아들여 중국의 종속국이 되는데 만족했음에 비해서 일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데에 기인한다.”(1장-하나의 문명권으로서의 일본열도)
“동아시아에서 독자적인 길을 걸은 것은 일본뿐이었고 조선에서는 신라보다 고려, 고려보다 이조가 점점 중국 전제국가 체제에 경도되는 정도가 심해졌고 일본에 흡수당함으로써 결국 독립적인 문명권을 형성하는 파워는 갖지 못했다.”(위와 같음)
“문화는 동양과 서양이 대립하고 있고, 일본 문화는 그중에서도 동양문화의 한 부분에 속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서양문화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동양문화와도 대립하고 있다. 즉 양 문명을 합친 유라시아대륙 전체 문화와 일본문화가 서로 맞서고 있다고 생각된다.”(6장-신화와 역사)
“일본어를 ‘고립언어’(독립언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역사적 유래를 밝히는 것이 극히 곤란한 언어의 하나이며, 따라서 일본문화 그 자체가 유라시아 대륙으로부터 독립한, ‘영광의 고립’을 지킬 만한 정당한 근거를 갖고 있는 하나의 문명권이라는 것을 독자가 납득해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위와 같음)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