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뱃세-종토세 맞교환’, 지방자치 박살내자는 것
-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주택거래 신고제는 사유재산권 침해
- 종합부동산세 신설은 지자체 쪽박마저 깨는 행위
- 중앙정부? 제발 기초단체 도와준다 말고 가만히만 있어라
- 강남 부동산 문제의 유일 대안은 재건축
- 단언컨대 강남에 가격폭등 없었다
- 강남 정서? 그런 건 없다
●1943년 서울 출생 ●경기고, 연세대 행정학과 졸업 ●1967년 제4회 고등고시 행정과 합격 ●1967∼74년 국무총리실 기획조정실 사무관 ●1984년 서울시 투자관리관 ●1990년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장 ●1991년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1급) ●1993년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부이사장 ●1995∼2004년 서울시 강남구청장(1∼3대)
세목교환의 취지는 서울 강남·북간 지역격차 해소 및 강북지역 개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즉 각 자치구별로 편차가 큰 종토세를 내년부터는 자치구세에서 서울시세로, 편차가 작은 담뱃세는 서울시세에서 자치구세로 맞바꾸자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한 지방세법 개정안은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8월5일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도입 추진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과세자주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기초단체장들이 이처럼 정치권과 중앙정부를 향해 일제히 ‘반기(反旗)’를 든 건 흔치 않은 일. 더욱이 지방분권을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참여정부가 아닌가.
이런 일련의 흐름 가운데 최중심에 버티고 선 사람이 권문용(權文勇·61) 서울 강남구청장이다. 1995년 초대 민선 구청장에 당선된 후 내리 3선(選)에 성공, 10년째 강남구 구정(區政)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지난 7월부터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은 물론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각 임기 1년, 연임 가능)까지 맡아 기초단체장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1996년 7월 결성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시·군·구간 협력을 증진하고 지방자치의 건전한 발전에 공헌하기 위함을 창립취지로 한 기초단체장들의 모임이다.
한국사회에서 ‘강남’은 단순한 지명(地名)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더욱이 ‘강남 중 강남’인 강남구의 수장(首長)으로서 전국 기초단체장을 대표하는 입장에 있는 권 구청장에겐 중앙정부나 정치권을 향해 못다한 쓴소리가 많을 것은 당연지사. 강북에 사는 기자로서는 그가 ‘대한민국 특별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매우 궁금한 부분이다.
명함 대신 건넨 네잎 클로버
9월9일 서울 삼성동 구(舊)강남청사내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이하 협의회)장 사무실에서 권 구청장을 만났다. 그는 명함 대신 비닐 코팅을 한 네잎 클로버 하나를 건넸다. 자신의 재임기간 중 2∼3급수의 자연생태하천으로 되살려낸 양재천변에서 채취한 것이라는 그의 설명에서 3선 민선 구청장의 자부심이 묻어났다.
권 구청장은 인터뷰 내내 격앙된 어조를 이어갔다. 자세한 답변이 필요한 질문이다 싶으면 사무실내 화이트보드에 도표까지 직접 그려가며 보충설명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강남구청장이란 위상 덕분에 대표회장이 되기 전부터 협의회에서 발언권이 꽤 셌을 법한데요.
“자치구는 행정자치부와 서울시로부터 교부금을 받지 않아 비교적 이런저런 눈치 안 보고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입장에 있죠. 그래서 기초단체장들 사이에 강남구청장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줬으면 하는 분위기가 없지는 않습니다. 실제 그렇게 한 적도 있고요.”
-세목교환 이야기부터 하죠. 서울시구청장협의회가 최근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한 구체적 배경은 뭡니까.
“실익이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한 결과입니다. 지역 구석구석 사정을 꿰뚫고 있는 이들이 바로 구청장입니다. 구민이 낸 세금으로 어떻게 지역을 발전시킬까 궁리하는 분들입니다. 구청장들이 반대한 근본이유는 서울대 행정대학원 용역분석에서 나온 결과 때문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시세인 담뱃세가 자치구세인 종토세보다 세수가 높았어요. 그런데 내년의 경우 서울시 전체 종토세가 1조246억원인데 비해 담뱃세는 5375억원으로, 만일 세목을 교환하면 구청들이 4872억원이나 손실을 보게 됩니다.
2010년엔 두 세목간 격차가 1조원에 육박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세목교환을 하라는 건 우악스런 일입니다. 맞교환하면 자치구 세수가 대폭 줄어 재정이 갈수록 악화될 게 뻔해요.”
권 구청장의 말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지난 8월 서울의 각 구청 재무국이 공동으로 담뱃세-종토세 세목교환 문제에 관해 서울대 행정대학원 이달곤 교수(정책학)팀에 용역의뢰한 결과를 보면, 세목교환이 이뤄지면 2005년에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20개가 세수에 손실을 보게 된다.
이를테면 강남구의 손실 폭은 1519억원, 서초구는 968억원, 송파구 579억원 등이다. 강북지역에서도 중구가 599억원, 종로구가 298억원, 용산구가 184억원, 강서구가 102억원, 마포구가 77억원 등으로 손실을 보지 않는 구는 중랑·도봉·노원·금천·관악구 등 5개 구뿐이다.
지난해 서울시 전체의 담뱃세와 종토세 규모는 각각 5521억원과 5414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세목교환이 되면 자치구들은 우선 내년에만 4872억원의 손실을, 거의 모든 자치구의 종토세가 담뱃세를 추월하는 2010년엔 무려 9415억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그렇더라도 세목교환 취지가 자치구간 재정격차를 해소하자는 긍정적 내용 아닙니까.
“각 구의 재정을 평준화하자는 논리 자체가 기본적으로 문젭니다. 송파구와 비슷한 인구를 갖고 바로 이웃한 성남시를 예로 듭시다. 성남시 연간 세수가 1조원입니다. 송파구는 2000억원이에요. 왜 이런가 하면 성남시의 경우 담뱃세 등이 세수에 포함되거든요. 그런데 서울에선 담뱃세가 기초단체의 세금이 아닌 서울시세여서 몽땅 서울시로 들어갑니다.
지자체간 재정격차가 이래서 생깁니다. 왜 이렇게 됐냐 하면, 1990년대 초반 당시 임명직 구청장들이 세목을 정하면서 이러나저러나 다 서울시로 가는 게 좋다고 하고는 별 신경을 안 써서 그래요.
세목교환 문제는 1995년부터 몇 차례나 명분 없는 논쟁거리가 돼왔어요. 정치인들은 소모전을 벌일 게 아니라 세목교환이 진정 누구를 위한 건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방자주재정에 대한 공부부터 해야 합니다. 진심으로 자치구 재원을 걱정해준다면 차라리 담뱃세를 자치구세로 내려주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돼요. 자치구 재정을 정상화하는 조치를 선행한 후에 재정격차 문제를 따져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종토세는 지역에 고착된 토지에 부과하는 자치구 세금입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다 그래요. 인위적으로 평준화할 게 아니라, 그냥 각 지역들이 자유롭게 잘살기 경쟁을 열심히 하다보면 땅값도 올라가고 그만큼 종토세 등 세수도 느는 겁니다.”
“평준화 대신 자유경쟁으로 세수 늘려야”
-참살이(웰빙) 열풍으로 금연인구가 늘고 있으니 담뱃세가 줄어드는 게 당연하긴 합니다만….
“그렇죠. 게다가 담뱃세는 부도덕한 세금입니다. 한때 강남구 남자고등학생 18.7%가 담배를 피웠어요. 그래서 2002년 10월부터 청소년 대상 금연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더니, 2년 후엔 12.7%로 6%나 줄었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종토세를 담뱃세와 맞교환해버리면 내가 구청 직원 월급 주기 위해서라도 구민들한테 ‘담배 좀 많이 피우십시오’라고 권해야 할 처지밖에 더 됩니까. 세목교환은 가뜩이나 절절 매는 지방자치를 아예 박살내자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애초엔 강북지역 자치구들이 세목교환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지 않았습니까.
“지난번에 광진구청장이 이런 얘기를 합디다. 자기네 구에 손해가 몇 십억 나서 이것저것 면밀히 계산해보니 올해까진 담뱃세가 더 많은데 내년부터는 역전돼서 종토세가 더 많아진다고요. 구청장들이 당초엔 세목교환 취지가 좋다고만 하고는 이해득실을 꼼꼼히 챙겨보지 않았던 거죠. 그러다 막상 계산해보니 종토세는 갈수록 오르는데 담뱃세는 떨어지는 추세니 답이 뻔히 나오잖아요? 그래서 돌아선 거죠.”
세목교환에 반대한 구청장은 서울 전체 25명 가운데 22명이다. 8월25일 서울시구청장협의회에 참석한 20명의 구청장 중 19명이 세목교환에 반대했고, 불참한 6명 중 3명은 추후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관악·노원·성동구청장은 여기에 동참하지 않았다.
-3개 구청이 반대입장을 보이지 않은 까닭은 뭡니까.
“정치적 성향 때문에 그런 건 아닙니다. 그들 중엔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도 있어요. 다만 해당 구청장들도 개인적으론 종토세를 뺏기면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같은 지역 국회의원들이 세목교환을 관철해야 한다고 방방 뜨니까 이런저런 문제를 고려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거라 봅니다.”
-서울시도 세목교환에 반대한다고 들었는데, 서울시측과 이 문제를 협의해본 적은 있습니까.
“자치구 세수 중 50∼60%가 종토세입니다. 그런데 이걸 시세로 바꾸라는 데 대해 서울시도 종토세를 빼내가면 세원 평준화의 의미는 있지만, 자칫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우려하는 입장이죠. 서울시 재무국장이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해 재정이 약한 지자체를 선별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언론에 밝힌 적도 있어요. 서울시 세제과장 의견은 현행 기초단체 대부분이 세원부족으로 고통받는 상황인데, 세목교환을 해버리면 지방재정 확보라는 지방자치 이념에도 맞지 않는다는 거고….”
“중앙정부는 지방분권에 역행하고 있다”
-세목교환과 관련해 여론조사는 해봤습니까.
“2001년 12월에 서울시민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72.6%가 세목교환에 반대했어요. 올해 9월4∼6일 다시 해봤더니 70.3%가 반대했습니다. 강남구가 가장 심하게 반대할 것 같죠? 아닙니다. 노원구가 가장 반대해요. 반대의견이 89%입니다. 강남구는 70%로 평균에 속합니다. 시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정책을 입안하는 당사자들이 알려고 하지를 않아요. 세목교환의 이해당사자인 서울시와 자치구, 서울시민이 모두 반대한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권문용 강남구청장은 화이트보드에 통계수치까지 일일이 적어가며 현 조세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 중앙정부 정책들에 대해 왜 지방에서 아우성치는지 깊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이 모든 정책들이 부동산 투기 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하지만 부동산은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가격이 올라가고 떨어지고 합니다. 이것이 곧 시장경제 아닙니까. 각종 세제개편으로 과중한 세금을 한꺼번에 매기면 투기를 하지 않는 선량한 대다수 부동산 소유자는 피해를 봅니다.
지난 7월에 부과된 부동산 보유세인 재산세를 봅시다. 자기 집 한 채 달랑 가지고 10년, 20년씩 살고 있는 소유자에게 갑자기 지난해의 두세 배나 되는 재산세가 부과된 고지서가 날아오니 황당할 것 아닙니까. 우리 구는 다행히 구의회에서 과중한 세 부담을 인식해 30% 인하세율을 적용한 덕분에 납세 구민들이 인상분을 감수하고 세금을 냈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군·구는 조세저항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재산세를 추가로 조정해서 환급해주는 소동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주택거래 신고제와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때문에 주택거래와 재건축 추진이 멈춘 상태입니다. 이러니 주택공급이 안 되고 건설경기가 없으니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아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나타나는 겁니다. 우리 구는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에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민간의 개발이익을 정부가 직접 환수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습니다.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겁니다. 부동산투기 때문에 한꺼번에 세제를 개편해서 압박하면 시장에선 거래를 안 하고 투자도 중지하고 있을 뿐이지 투기가 잡혔다고 믿는 것은 잘못된 판단입니다.”
-종합부동산세의 국세 신설 추진과 관련해 협의회가 8월5일에도 반대성명을 냈는데, 이런 조직적인 반대 행동을 계속할 생각인가요?
“뭐, 요즘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정책들이 터져나오니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아무튼 전국 234개 시·군·구는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종합부동산세의 국세 도입을 근본적으로 반대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실시하지 않고서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이행된 국가가 없습니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에 있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배분원칙이 50대 50인데도 우리는 국세가 80, 지방세가 20인 기형적인 지방세 구조를 갖고 있어요. 독일 미국 일본에선 중앙과 지방이 세금을 반씩 나눠 씁니다. 우리는 전체 세금 134조원 중 77%를 중앙에서 쓰고 나머지 23% 중에서 5%만 234개 시·군·구가 나눠 쓰는 형편입니다. 이 5% 중에서도 종토세 비중이 가장 큽니다.
이런 세금구조인데도 세목교환을 추진하고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려는 건 지자체를 도와주진 못할망정 쪽박을 깨려는 거나 다름없어요. 올해 입법을 추진중인 종합부동산세는 토지에 대한 지방세인 기존 종토세에다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재차 부과하는 것인 만큼 중복과세로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없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큰 혼란이 옵니다.”
-이런 사안들에 대한 강남구 민심은 어떤가요? 조세저항 여론이 만만찮을 듯한데….
“특정 투기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하지도 않고 투기하지도 않는 선량한 주민들에게 건물세, 토지세, 종합부동산세 등 이중적인 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라고 봅니다.”
-참여정부의 핵심정책 중 하나가 지방분권인데, 의외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부딪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앙정부는 겉으론 지방분권을 외치지만, 세제 면에서는 정반대로 가고 있어요. 재산세 파동에서 보듯, 앞으로도 지역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중앙부처 일부 공무원들이 일방적으로 입안한 내용을 강행한다면 강력한 조세저항에 부딪힐 겁니다.”
-현 정부가 외치는 지방분권과 실제 정책 수립 사이에 모순이 많다고 생각하나요?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조치들 가운데 가장 큰 반발을 불러오는 게 재정과 관련한 중앙의 지방에 대한 통제나 개입입니다. 종합부동산세 신설도 국세를 거둬들여 지방에 배분함으로써 지방통제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방분권 중에서도 최우선해야 하는 게 바로 재정분권입니다.
중앙정부에선 지자체가 지방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다고 보는 왜곡된 시각이 있어요. 사정이 이러니 지방 어느 군에서 다리 하나 놓으려 해도 예산이 없어 군 공무원들이 서울까지 와서 며칠을 머물며 국비로 예산을 따갑니다. 건설교통부에 가서 군 예산담당과장과 직원이 사업설명을 하고, 다음엔 기획예산처에 가서 다시 설명한 뒤 지역 국회의원은 관련 예산이 국회예산심의에서 통과되도록 힘쓰는 관행이 지방자치를 실시한 지 9년이 넘는데도 여전합니다.
지방분권 하자고 해놓고 지방 사람들이 수시로 서울을 찾을 수밖에 없도록 하는 이런 중앙의존 행태가 잔존하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이렇게 각 사업별,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예산을 지방재정으로 넘겨주면, 지방단체장이 사업의 우선순위를 따져 적기에 투자해 최대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도 아직 행정제도는 변한 게 없습니다.
이렇게 하지 말고 선진국처럼 국세-지방세 비율이 50대50이 되도록 중앙에서 지방으로 과감히 세원을 이동해야 합니다. 종합부동산세는 지방분권을 완전히 거꾸로 뒤집는 겁니다. 민주화 대장정의 마지막 코스는 지방자치의 실현이에요.”
-그렇다면 이런 차이가 왜 생긴다고 봅니까.
“청와대나 정치권에선 지방분권의 당위성을 외치지만, 그 아래 실무층에선 그런 고려를 좀처럼 하지 않는 거죠. 회계에 소양 없는 일부 공무원들이 종토세와 담뱃세를 맞바꾸겠다고 그러는 것처럼…. 특정 정책이 시행되면 주민들한테 어떤 부담이 얼마나 갈 것인지 사전에 면밀히 고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고려할 능력이 없는 건지, 의도가 없는 건지….”
“기초단체들 가랑이 찢어진다”
-그래도 정책을 입안하는 실무자들이 시뮬레이션 정도는 해볼 것 아닙니까.
“했는지 안 했는지 (구청장들로서는) 모르죠. 세목교환과 관련해서 우리가 직접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앞서 말한 것과 같은 결과가 나왔잖아요. 기초단체장들의 주장은 민감한 정책을 내놓을 때는 관료든 정치인이든 제발 시뮬레이션을 한번이라도 해보고 그 근거를 제시해달라는 겁니다. 또한 반드시 지자체들과 협의를 거친 뒤 정책을 입안해줬으면 합니다. 그 두 가지만 제대로 해줘도 중앙정부를 원망할 이유가 없어요. 또 그렇게 하는 게 민주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제발 도와준다 그러지 말고 가만있기만 해주라’는 심정이죠. 일선 자치구의 사정을 중앙에선 몰라요. 그러니 기초단체들은 가랑이가 찢어져요. 걸어다니려면 두 다리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종토세란 다리는 정치권에서 가져가려 하고 종합부동산세라는 다른 다리는 중앙정부가 가져가겠다고 그러는 거예요.
거기에다 정책을 입안하는 자기네들끼리도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돼요. 기초단체와 협의 한번 안 해보고 지방분권 한다고 할 수 있습니까.”
“중앙정부 향한 대립각은 방어개념”
-어쨌든 정부가 추진하는 여러 정책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다보니 강남이 분배와 균형발전을 강조하는 참여정부와 정면충돌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습니다.
“정면충돌이 아니라 우리가 옳은 거죠. 조세정책이나 부동산정책이 시행되면 당하는 쪽은 우린데 건설교통부, 재정경제부, 행정자치부 등이 당하는 쪽의 입장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따져보냐 이겁니다. 언론도 좀처럼 이런 문제를 지적하지 않아요. 따라서 기초단체장들이 대립각을 세우는 건 ‘우리라도 지방자치를 살려야겠다’는 일종의 방어개념입니다.
예전엔 중앙정부의 지시·명령이 먹혀들었지만, 이젠 지방정부가 나라를 이끌어야 합니다. 21세기의 경쟁력은 국가경쟁력이 아니라 도시경쟁력입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와 강남구 청담동이 경쟁하는 것이고, 울산과 미국 디트로이트가 경쟁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경제를 이끄는 시대는 지났어요.
중앙정부가 가만 놔두면 세계 톱(top)이 될 만한 기초단체의 아이템들도 적지 않아요. 우리 구만 해도 IT분야에선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얼마 전엔 PDA로 민원서류를 신청해 필요한 곳에서 출력할 수 있는 ‘강남 U(유비쿼터스)-민원발급시스템’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시간·장소·장치에 제약받지 않는 민원 서비스죠.
이런 강남구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2000년부터 세계 50여개국 관계자들이 방문했어요. 공무원도 오고 장·차관도 와요. 구청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면 민간기업보다 더 열심히 합니다.”
-정부가 추진중인 여러 정책들에 사전예측기능이 미비하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관련 자료를 달라 이겁니다. 그러면 나도 구민들한테 구체적으로 설명도 하고 그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런 건 하나도 없고, 하루아침에 불쑥 언론에 발표해버리니…. 다른 건 몰라도 세목교환 추진과 종합부동산세 신설은 강남 등 여러 지자체를 불구로 만드는 행위입니다.”
서울지역 구청장 25명 가운데 23명은 한나라당 소속이다.
권문용 강남구청장은 녹지율을 높인 고층아파트 건설로 강남의 모습을 바꿔갈 계획이다. 사진은 녹지공간을 대폭 확보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경.
“말도 안 됩니다. 오히려 구청장들은 제발 정당 공천에서 배제해달라고 하는 형편입니다. 구청장들에겐 정치적 성향이 거의 없어요. 언론이 그렇게 쓰기 좋아하는 거지….”
-일부 지자체장 사이에서 8월5일의 종합부동산세 관련 성명 발표 때 협의회 지도부만의 시각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는 비판도 일었습니다. 권 구청장이 협의회 대표가 된 뒤부터 그런 경향이 생겨났다는데요.
“기초단체장들에게 이메일로 ‘협의회가 이런 성명을 내기로 했습니다’ 하고 초안을 보내고 ‘의견이 있으면 언제까지 제출해주십시오’ 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칩니다.”
-강남은 부동산가격 급등의 진원지로 꼽힙니다. 현 정부가 분배정의 차원에서 재산세를 중과하는 등 부동산시장 규제정책을 강력히 펴오고 있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각종 부동산 정책들의 목표는 하나같이 부동산 가격안정에 있을 겁니다. 주택에 대한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거죠. 투기는 마땅히 근절돼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정책은 시장친화적이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금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1998년 가계대출금리가 15%의 고율이던 것이 2001년 이후 6∼7%대 저금리로 유지되면서 생겨난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확대, 부동자금의 통화팽창 등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택공급 부족에 큰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강남구의 경우 주택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해 최근 2∼3년간 주택가격이 많이 오르긴 했습니다. 하지만 주민의 95%가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보유한 1가구 1주택자들입니다. 보유자의 20%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에요. 입주자들 중엔 서비스업 종사원 같은 단기 거주자들도 많습니다. 500만∼600만원씩 보증금 내고 40만∼50만원씩 월세 냅니다. 이들이 투기꾼입니까. 그러니 초과수요에 부응하는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데, 강남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재건축밖에 없어요.
그런데도 정부와 서울시는 재건축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고 계속 시장에 역행하는 조치만 강구합니다. 재건축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충분한 주택공급이 이뤄지는 시장친화적 정책을 구사하면 정책목표는 달성됩니다. 정부가 부동산투기 억제책으로 세제를 강화하겠다는 건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는 발상일 뿐입니다. 근본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또 다른 문제가 반드시 생겨납니다.”
-강남지역이 투기지역이고, 강남 집값이 부동산투기 때문에 올랐다고 보는 시각이 잘못이라는 건가요?
“재산세가 어느 정도까지 점진적으로 현실화돼야 한다고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주장한 사람이 바로 납니다, 강남구청장으로서. 갑자기 인상하는 게 아니라 한 10년쯤에 걸쳐 점진적으로 올리면 부동산투기가 잡힐 수 있다고 봅니다. 내가 한때 맡았던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장이란 자리가 정부 각 부처 정책들을 코디네이션하는 역할입니다. 그런 시각에서 봤을 때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그런 코디네이션이 안 된 대표적 케이스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난 3∼4년간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상승이 수도권 전체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건 객관적 사실 아닙니까.
“…(권 구청장은 10여초 가량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요. 그건 제대로 따져봐야 할 문젭니다. 재건축 아파트가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왜 10여평형대 아파트가 5억원씩 하느냐는 기사들이 한때 쏟아졌는데 그건 진짜 게으른 기자가 쓴 기사이자 잘못된 기사입니다.
정밀하게 분석해보면 그 아파트들은 건물값을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땅 지분 자체가 시세로 5억원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한 가구당 땅 지분이 22∼23평이에요. 강남에선 땅 한평이 2000만원 정도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언론에서 이걸 가지고 투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갔다고 매도하면 안 되는 거죠. 이거 분개할 일 아닙니까. 단언컨대, 강남에 가격폭등은 없었습니다.”
“市場 이기는 정부 없다”
-강남 집값 상승이 주택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어서 생긴 문제라고 본다면, 그 해결책은 갖고 있습니까.
“전국의 과밀화지역에서 건폐율을 유지하면서 지상 30층 이상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축을 유도하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현재 10평, 11평짜리 연탄 때는 5층짜리 낡은 아파트에 조속히 재건축을 허용하되 실수요자들이 보편적으로 원하는 30평형대의 중형 고층아파트로 허가를 내주면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범(汎)강남권에 10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어요. 시장기능에 따라 재건축을 해서 공급을 확대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게 확실한 부동산투기 억제책입니다. 나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강남 집값이 금방 해결될 문제 같지는 않은데요. 공급을 확대하면 또 다시 수요를 창출해 가격을 상승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강남지역이기에 강남만의 특수성이 있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오늘만 해도 언론엔 ‘정부의 초강력 규제대책에도 아랑곳없이 강남 집값이 10가구 중 8가구꼴로 1년 전에 비해 올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아까 얘기한 대로 재건축을 해서 5억짜리 아파트 10만 가구가 공급된다고 칩시다. 이런 아파트를 구입할 여력을 가진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많지 않습니다. 강북지역 뉴타운도 이런 방식으로 개발해보세요. 그러면 강남으로 몰리는 수요를 강북에서 감당해낼 수 있어요. 부산·대구·대전·광주 등 지방의 과밀화지역도 마찬가집니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계획 권한을 지자체에 대폭 이양하면 지역균형발전은 깔끔하게 이뤄집니다.”
-스스로 시장경제의 신봉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난 분명한 시장주의자입니다.”
“강남에 대한 고정관념은 잘못”
강남구 면적은 39.55㎢로 서울의 25개 자치구 가운데 세 번째로 넓다. 26개의 행정동이 있고, 인구는 9월 현재 55만7533명으로 3위. 등록차량 대수는 19만6717대로 1위다. 단란주점이 828개소, 유흥주점이 352개소에 이르는 등 자본과 부유층의 집중에 따라 서비스산업의 규모도 엄청나다. 자치구 중 재정규모도 가장 커 3108억원에 달한다. 재정자립도는 91.4%로 중구(92.7%)와 수위를 다툰다.
-흔히 강남이라고 하면 우리 사회에선 ‘특별구’ 또는 ‘강남공화국’쯤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강남 정서’라는 것이 특별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까.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언급한 대로 1가구 1주택자가 95%입니다. 그리고 강남구는 전국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제일 잘하는 곳입니다. 농·수·축산물 직거래 장터라도 열라치면 농촌을 돕자며 구민들이 앞다퉈 물건을 사줍니다. 지난 3년 동안 50여 억원어치를 샀습니다.
강남구엔 대략 300개 정도 후보사업이 있는데 구청이 이것을 주민들에게 인터넷으로 설문조사합니다. ‘이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한 가지만 뽑으시오’ 하고…. 1, 2위를 하는 사업들이 어떤 건지 아세요? 주차공간을 늘려달라, 뭐 이런 게 아닙니다. 독거노인을 돕자, 장애인을 도웁시다, 이런 게 나옵니다. 매번 이래요. 압구정동 부자동네부터 수서동까지 다 똑같아요.
구청장으로서 감동할 때가 많습니다. 강남 주민들은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해 성공한 성실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강남에 대한 고정관념은 잘못된 겁니다.”
-구청장 말씀으로 보자면, 다른 지역 사람들이 강남 사람들에 대해 갖는 정서가 일종의 편견일 수밖에 없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그 편견은 대체 어디서 비롯했다고 봅니까.
“그런 모르겠는데…. 강남구도 강남 이외 지역을 위해 무척 노력합니다. 일례로 지난 6월부터 인터넷 수능방송을 실시해 전국의 학생들이 강남 대치동 최고강사들의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3개월여 만에 전국에서 6만여명이 이 방송을 보기 위해 회원으로 가입할 정돕니다. 이건 우리가 전국 청소년들을 위해 20억원의 시설비를 투자한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8월20일 “서울에서 매일 서울의 이익을 생각하는 강남 사람과 아침을 먹고, 차 마시면서 나온 정책이 분권적 균형발전 정책이 될 수 없다”고 한 말이 ‘강남 폄하 발언’으로 보도된 적이 있는데요. 대통령이 강남지역에 대해 가진 시각이 어떻다고 봅니까.
“청와대가 그건 오해라고 밝혔잖아요. 처음 그 보도를 접했을 때도 나는 ‘설마’ 했어요. 언론을 다 믿지는 않거든요.”
-이번 소득세 인하-특소세 폐지 조치에 대한 강남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뭐 별로 새로울 게 없어요. 특소세 폐지 품목들을 이미 다 사놨거든.”
강남구엔 다른 구에 비해 유명인사들이 수두룩하다. 보안사항이라 일일이 명단을 열거할 수는 없지만, 현재 강남구에 거주하는 전현직 장·차관급 인사만 해도 80명 이상이다.
-‘돈 있고 똑똑하고 힘센 사람’이 널린 동네에서 구청장 노릇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상식적으로 보면 그런 고충이 있을 것 같죠? 실제론 그렇지 않습니다. 강남 주민들은 구청의 애로사항을 알아줍니다. 주민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반응하기 때문에 힘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구청장인 나는 행복합니다. 주민들과 애정관계가 성립돼 있습니다. 며칠 전엔 어떤 분이 송덕비를 만들어주겠다길래 고사한 일까지 있습니다.”
-정부나 정치권의 고위인사들 가운데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모교인 경기고 출신들도 많을 테고…. 어떤 사람들과 교유(交遊)하나요?
“개인적인 만남을 갖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도 알아서 자제를 합니다. 건축민원 하나 갖고도 부탁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어요. 건축허가가 난 후에 고맙다는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은 이따금씩 있어도 사전에 이걸 부탁하거나 압력을 넣는 사람은 없습니다.”
“수도권 과밀, 권한이양하면 해결”
-행정수도 이전이 정부의 주장대로 수도권 과밀억제와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이라 전망합니까.
“지난번에 한나라당 당사에 관계자들이 모였는데 행정수도 이전 규모를 과천 수준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 하는 말들이 오갔어요. 내 소신을 말하자면, 수도권 과밀억제는 지방분권을 하면 자연히 해결된다는 겁니다. 지자체에 권한만 이양해주면 됩니다. 간단한 겁니다.”
-지역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선 그 말씀이 옳은데, 제 질문은 그것보다는 수도 이전에 찬성하냐 반대하냐 하는 개인적 입장을 묻고 싶은 겁니다.
“수도 이전과 관련해서 서울이 베이징이나 멕시코시티보다 못하다는 최근의 논쟁과 자기비하적인 국정홍보처 광고에 대해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그러나 ‘잘못했다’거나 ‘틀렸다’는 소모적인 입씨름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내 개인의견은 물론이고 서울시 구청장 25명의 의견은 서울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만들자는 것뿐입니다.”
-강남구 정도라면 각종 공사나 사업의 이권과 관련해 구청장에게 로비가 시도됐을 가능성도 다분한데요.
“그런 유혹을 받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3선까지 했으니 이제 연임제한에 걸리게 되는데, 향후 거취는 어떻게 정할 생각입니까. 서울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그런 이야기를 이런 데서 하긴 그렇고…소주 한잔하면서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하하.”
강남구청장과 강북 기자의 맞대면이 끝났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권 구청장이 건넨 네잎 클로버가 생각났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네잎 클로버가 강남에도 필요한 것일까. 부질없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