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룡(朴洙龍·50) 화백이 서울 광장동 아차산성의 흙을 소재로 고구려를 주제로 한 회화 작품을 완성했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경종을 울리고, 호방한 기개와 문화적 감수성을 간직한 고구려인의 얼을 기리기 위함이다. 박 화백은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세 편의 작품 등으로 곧 개인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평소 부조(浮彫)를 연상시킬 정도로 요철이 심한 특유의 회화법을 고집해온 그는, 이번 작업에서 아차산 흙을 캔버스 위에 발라 고구려 이미지를 되살려냈다. 어쩌면 이 흙 속에 고구려인의 부식된 유물이 그대로 남아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말을 타고 아차산을 달리는 고구려인의 형상이 금방이라도 그림에서 튀어나올 듯 생동감 넘친다. 특히 주인공의 손에 들려 있는 새 한 마리가 인상 깊다.
그는 “그림의 주인공이 두 마리의 새 중 한 마리만 사냥한 것은 자연을 아낄 줄 아는 고구려인의 인간미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화백의 작업은 병마를 딛고 이루어진 것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그는 지난 2년간 급성간경화로 간이식을 받는 등 대수술과 투병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병마도 그의 예술혼을 막지는 못했다. 그는 고구려를 주제로 한 100호짜리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해가고 있다.
“죽음의 문턱을 겪고 나서 내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됐습니다. ‘살려만 주시면 뭐든지 하겠다’고 기도하던 그 간절함으로 화폭에 사랑과 고마움을 담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