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한테 ‘그분’이 오셨습니다. 부처나 예수가 아닙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예요. 이제부터 여러분 앞에서 노래하는 사람은 중 무상이 아니라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입니다.”
삭발하고 승복을 입었지만, 이쯤 되면 가수라 해도 틀리지 않을 듯하다. 법문에 들어선 지 20년이 된 중견 스님이 내놓고 가수가 된 이유는 뭘까. 그는 “불교를 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난해 초 법명선원 주지로 임명됐어요. 하루 종일 목탁 치며 절을 지켜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더군요. 일단 절 문턱을 낮춰야겠다 싶어 요사채에서 콘서트를 열었어요.”
출가 전 대학 노래 동아리에서 활동한 덕에 노래 실력만큼은 자신 있었다. 이웃 주민들을 초대한 뒤 직접 통기타를 메고 노래를 불렀다. 관객 대부분이 개신교인이거나 무신론자인 걸 감안해 레퍼토리는 올드 팝으로 정했다.
“평소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지역이라 그런지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어요. 그때부터 매달 마지막 토요일마다 절 안에서 ‘야단법석’음악회를 열고 있죠. 평소 알고 지내던 예술가들이 도움을 줘서 요즘은 서도 창, 오카리나 독주 등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집니다. 물론 저도 늘 노래를 하고요.”
스님이 팝송을 부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공연 요청이 오기 시작했다. 그는 ‘노래로 불교를 알리는 것이 내 소임인가보다’는 생각으로 뜻이 좋고 시간이 맞는 행사에는 참석한다고 했다.
“공연에서 교리를 얘기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사람들이 저를 보며 불교를 떠올리고, 조금이라도 가깝게 생각하게 된다면 그것으로 제 역할을 다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