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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갑은 중재자, 노무현은 마지막 실탄”

민주당 개혁파 문건 ‘大會戰을 준비하라’

“한화갑은 중재자, 노무현은 마지막 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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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세력으로서 동교동 구파의 이해

동교동 구파의 마술 주문 같은 짧은 두 마디, ‘야당 30년’이라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에서 나타나듯, 그들도 민주화 투쟁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 세력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동교동 구파에게서 자파 세력의 이해관계를 떠난 역사의식이나 진보 또는 개혁의 관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동교동 구파는 정치세력이다. 정치세력은 정권을 목표로 하지만, 그것이 어려울때에는 정치적 영향력의 보존과 확대를 의도한다. 더 말할 필요도 없이 동교동 구파는 자파 정권을 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대선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세력 속에 대선주자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특정 대선주자와 연대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것은 대선주자들의 눈에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일 만한 정치적 세력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얘기다. 그래서 그들은, DJ(김대중 대통령)의 힘을 등에 업고 민주당 내에서 끊임없이 자파세력을 확장해 왔으며, 또한 당의 주도권을 절대로 놓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대 또한 당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추진한다.

동교동 구파는 DJ에 예속된, 자기운동성이 없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뚜렷한 ‘정치세력’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16대 총선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16대 총선의 공천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비선조직을 장악하거나 담당함으로써 민주당내 대다수 의원들을 자신들의 영향력 안으로 끌어들여 묶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DJ의 힘을 배경으로 해서 가능했다. DJ가 없는 17대 총선에서도 이러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길은, DJ의 지원 없이도 자신들이 공천권에 대한 지대한 영향력을 계속 가지는 것뿐이다. 또한 공천권에 대한 영향력 유지는 자파세력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1차적으로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동교동 구파의 생존은 조금 복잡한 측면이 있다. 이들은 물론 1차적으로는 17대 총선에서 자신들이 공천을 받는 것과 일정한 정도 이상의 공천권 행사를 목적으로 하지만, DJ의 호남에서의 영향력 또는 호남지역 출신 유권자들에 대한 영향력이 지금과 같은 정도로 유지되지 않는 한 당선되기 어려운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이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이들이 생존하기 위한 조건은 ‘공천보장’을 위한 ‘당권’ 또는 그 정도의 당내 주도권 외에도, 지역대결 구도에서 자파세력이 호남 대표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필수적이다.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되지 않는 한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동교동 구파의 현주소다.

당권장악과 지역주의

따라서 동교동 구파의 과제순위 첫번째는 자파세력이 당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선 승리 여부에 앞서는 우선과제다. 즉,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자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당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국회의원의 숫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최악의 경우 호남지역당으로 전락해도 상관없는 일이다. 이러한 1차 과제가 충족되는 바탕에서 ‘재집권’을 통해 계속 ‘여당’으로 살아가는 것은, 혹시 달성되면 좋은, 2차적 과제다. 그리고, 2차적 과제달성을 위한 ‘대선’은 자파세력의 호남 대표성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지역대결구도’의 온존 또는 심화의 바탕 위에서 치러져야 한다.

좀더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대선에서 승리는 사실 크게 바랄 것도 못된다. 물론 자신들의 절대적 영향력 안에서 통제가능한 후보를 내세워 승리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상황은 갈수록 그러한 희망을 축소시키고 있다. 그래서 동교동 구파가 틈틈이 애드벌룬 작전을 펴보았던 이수성이니, 제3의 인물이니 하는 얘기도 자연스레 쑥 들어가 버렸다.

한편,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자파세력의 이해관계를 온전히 관철시키기에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아무리 현재 당권을 장악하고 있고 당권과 대권 분리를 부르짖고 당내 최대 계파로 군림하고 있다 해도, 일단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의 영향력을 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을만큼 바보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선에서의 경쟁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내 지분과 계파가 작고, 당내 영향력이 작은 사람이 선택의 주요 기준이 된다. 대선에서 패배하면 온전히 자신들의 당이 남게 될 것이고, 설혹 당선되더라도 자파세력과 연대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동교동 구파의 유일대안 IJ

이러한 기준에 따라 동교동 구파의 선택은 제3의 인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IJ(이인제)일 수밖에 없다. GT(김근태)나 NO(노무현)가 당선될 경우, 자파세력의 공천보장을 신뢰할 수 없고, 끊임없이 동교동계 약화를 시도할 것이기 때문에 GT나 NO는 제외된다. 더구나 NO의 경우는 지역대결구도를 완화·해소하는 카드이기 때문에 전혀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리고 GT나 NO를 내세웠다가 패배하는 경우, 대선 이후 여야구도가 보수 대 개혁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동교동계의 영향력과 세력이 자연스레 축소될 수밖에 없다. 결국 GT나 NO를 대선 후보로 내세워서 그들의 당내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은 어떤 면으로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 IJ는 충청지역의 차기 대표성을 지니는 지역주의 후보로서, 현재의 정국구도에서는 호남기반의 동교동계와 연대하지 않고는 대권을 꿈꿀 수 없는 후보다. IJ를 통한 대선은 ▲지역대결구도를 심화·확대함으로써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DJ와 동교동계의 호남 대표성을 유지시켜 주며, 이는 ▲대선에서 IJ가 승리하더라도 지역연합 정권의 한 축으로서의 동교동계의 지분을 인정받는 결과를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새로운 정권에 대립하는 지역(연합) 정당으로서의 생활력을 가진 야당을 여전히 자신들의 권력하에 고스란히 남기는 성과를 가져다 준다. 따라서 IJ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첫번째 과제이자 이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DJ와 동교동 구파간 利害의 일치와 그 틈새

이렇게 해서, DJ와 동교동계 구파는 정치세력으로서의 동교동계 생존을 제1의 과제로 설정하는 이해관계의 일치를 보았다. 그리고 그러한 양자간 일치된 이해를 동교동계 구파의 당권장악과 IJ를 대선 후보로 내세우는 것으로 관철시키려 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DJ와 동교동계 구파의 이해관계에는 차이점이 있다. 동교동 구파는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당권과 IJ후보’라는 정답을 이미 갖고 있다. 즉, 동교동 구파에게 ‘생존’의 길은 오직 ‘당권과 IJ후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차선의 길은 없다. 반면, DJ에게 ‘동교동 구파’는 최선책이며, ‘IJ후보’는 수세적 상황에서의 최선책이다. DJ는 차선의 카드도 빼어들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즉 ‘IJ 후보’는 대선승리가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최선의 카드이며, 승리의 가능성이 보일 때는 ‘최선’이 아닐 수 있다. IJ보다 더 경쟁력과 가능성이 있는 카드가 있다면, 그를 통한 후계 정권의 창출이 ‘최선’이 된다. 이 과정에서 얼마만큼 자신에 대한 ‘계승’을 약속받아 내는가가 핵심문제다. 또한 동교동 구파 전원의 차기 공천보장이나 그들의 당권 장악력 유지는 얼마든지 협상할 수 있는 문제가 된다. 동교동 신파로 대체할 수도 있고, 동교동 구파 일부의 생존만으로 타협할 수도 있다. 심하게는 정권의 계승과 그에 따른 업적평가와 퇴임 후 보장 여부에 대한 신뢰정도에 따라 DJ가 자신의 파트너십 자체를 전혀 새로운 세력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JP와의 공조파기로, DJ가 차기정권 창출을 위해 ‘힘’을 쓰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지만 DJ에게 여전히 ‘정권 재창출’은 생존을 위한 ‘방어적 전략’보다는 매력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DJ와 동교동 구파 사이에 존재하는 이해관계의 미묘한 차이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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