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가 급변하는 이유는 이처럼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새로운 대안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민주당에서 이러한 정치변동이 촉발되었을까? 민주당에서 정당개혁이 시작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김대중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다. 또한 김대통령이 총재직 사퇴라는 승부수를 둘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민주당이 지난해 10·25재보선에서 참패했기 때문이다.
과거 같으면 이러한 참패가 총재직의 사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는 총재가 초강수를 두지 않을 수 없도록 지속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던 정풍운동이 있었다. 2000년 총선에서 ‘바꿔’ 바람을 타고 국회에 진입한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은 침묵할 수 없을 만큼의 큰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러면 왜 한나라당 초재선 의원들은 이런 역할을 하지 못했을까? 김대중 정부의 실정으로 이회창 총재는 대세론을 타고 있었고, 만일 이회창 총재가 정권교체에 성공한다면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운신의 폭이 좁았던 것이다. 반면 김대중 대통령이 다음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아는 민주당 의원들은 당의 지지를 높이기 위한 정풍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은 정풍운동에 나서야 다음 번 선거에서 당선이 보장된다는 것을 알았다는 점에서 비교적 여론을 정확히 읽었다고 할 수 있다.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한 결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가고 소위 노풍이 불면서 한나라당도 개혁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정풍운동에 나선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대부분 수도권의 경쟁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그러한 측면도 있다.
정당 내부의 개혁도 기업가 정신을 가진 정치인에 의해 주도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의원이 유일하게 이회창 총재에게 맞설 수 있었던 것은 공천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의 독자적인 지지세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권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 모험을 걸어볼 만한 동기도 충분히 갖고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의 탈당은 한나라당의 위기감을 고조시켰고, 이에 한나라당도 미래연대를 중심으로 초재선 의원들이 당의 개혁을 외치고 나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결국 민주당이 먼저 정당개혁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패자의 입장에 있었기 때문이며, 위치가 역전되자 한나라당도 개혁에 동참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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