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호

“잘못 드러나면 구속하고 대통령은 대국민사과하라”

지식인·정치인 19명이 말하는 ‘대통령의 세 아들’ 처리

  • 특별취재팀

    입력2004-09-03 12:1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홍’트리오, 김현철보다 더 나빠
    • 권력기관 상호감시기능 마비가 화를 키웠다
    • DJ의 온정주의가 화근
    • 대통령에 대한 조사요구는 정치공세
    • 며느리 자살시킨 장제스에게 배워라
    • 대통령 결단 못하면 청문회로도 해결 안돼
    • 뿌리깊은 ‘완장문화’도 비극의 원인
    • YS와의 진정한 경쟁은 아들문제 처리 차별화로
    ‘신동아’는 최근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 비리의혹과 관련해 지식인·정치인 19명에게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개별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는 각계 지식인 12명과 여야 대선후보군을 포함한 정치인 7명 등 모두 19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김대중 대통령의 결단과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고, 구속수사와 특검제 도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대통령의 의지부족을 질타하는 한편 사정기관의 직무유기와 권력기관 상호감시기능의 마비를 지적했다. 반면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답변은 이름의 가나다순으로 정리했다.

    ▼ 고원정 (소설가)

    대통령 아들이라도 국회의원과 같은 선출직은 괜찮다. 미국에서는 2대에 걸쳐 대통령도 하지 않은가. 그런데 아태재단은 성격이 불분명한 단체다. 아태재단에 아들을 부이사장으로 앉힌 것은 잘못이다. 직계가족을 자신이 만든 재단에 일하게 함으로써 파리떼를 불러들였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는 검찰 잘못이 크다. 검찰의 특정인맥과 특정지역 출신은 오랫동안 차별을 받아왔다. 그런데 정권이 바뀐 뒤 차별을 받은 사람들이 보여준 행동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특검제가 남발돼선 곤란하다. 아들 수사는 일단 검찰에 맡기는 것이 옳다. 죄가 드러나면 구속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을 조사하는 모습은 좋지 않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현 정권은 동아리 모임처럼 끼리끼리 해먹었다. 과거정권에 비해 비리규모가 줄어든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 대형비리는 줄어들었지만 작은 비리가 늘어난 것이다. 죄의식, 죄책감 없이 치부했을 수도 있다. 패거리문화가 주원인이다.

    김대통령은 냉정해져야 한다. ‘아들을 불러 물어보니 사실이 아니더라’는 식의 행동을 보여서는 안된다. 대통령의 아들은 공인이다. 대통령이 철저히 관리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 특정인맥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지도자를 기대해 본다.

    대통령 아들이라도 정치·사회활동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권한이 워낙 막강하다보니 그 연장선에서 자식의 힘도 커지는 게 문제다. 검찰 등 사정기관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현 상황에서 특검제 요구는 현실성이 없다. 특검법 제정과 여야 합의과정, 수사 준비기간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한 달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미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고 실제로 많은 부분이 검찰수사에 의해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므로 야당의 특검제 요구는 정치공세로 볼 수밖에 없다.

    자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아버지에게 검찰 조사를 받으라는 건 말이 안 된다. 대통령에게는 헌법에 명시된 면책특권이 있다. 다만 아들들의 비리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치·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검찰 등 사정기관이 할 일을 제대로 안한 책임이 큰데, 이것은 DJ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지역연고나 충성심을 기준으로 삼아 사정기관 인사를 한 탓이다.

    대통령 자식의 문제는 현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랜 독재권력체제의 부산물이다. 대통령 자신과 자식들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고 절대권력에 기대면 안 될 게 없다는 사회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사정기관이 정치적으로 독립하면 이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다.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확보하기 전까지 특검제 상설화가 불가피하다.

    사정기관 정치적 독립이 열쇠

    아들 문제를 레임덕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 아들과 아들 주변을 엄격히 다스리지 못한 대통령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 정도 상황이면 아들들 스스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 받도록 해야 한다. 뚜렷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홍일씨와 달리 홍업·홍걸씨는 ‘돈’이 나온 이상 당연히 수사 받아야 한다. 비리사실이 드러나면 법대로 처리하면 된다.

    대통령 자식과 관련된 사건은 특별검사의 전형적인 수사대상이다. 검찰의 독립성에 대한 신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시적인 특별검사제가 불가피하다. 야당이 대통령의 가족문제를 일정 한도에서 정치공세의 재료로 삼는 것은 막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것을 빌미로 하야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대통령이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면 대통령도 조사 받아야 한다. 간접조사든 서면조사든 적절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들들을 조사하기도 전에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야당의 정략이다.

    대통령 자식들에 대해 공직을 제한하는 등 법적으로 규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개인적인 자각이 필요하다. 법률과 제도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외국에서는 대통령 가족이 정치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적 정치상황에서는 자제하는 것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리 사회에서는 고위공직자의 경우 본인이나 가족들의 책임의식이 희박하다. 적어도 아버지의 후광으로 자식이 일정한 직위에 오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개인의 도덕적 책임이나 결단이 필요하다. 대통령 자식이 상당한 직책을 맡으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개인적 측면에서는 안타깝기도 하지만 일반인과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김홍일씨는 국회의원이 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검찰 등 사정기관 책임자들은 늘 청와대 눈치만 봐왔다. 최고 권력자 눈밖에 날까봐 복지부동한 것이다. 한나라당도 의원들도 이회창씨 아들 문제는 꺼내지도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김대통령의 성격이 여리고 정에 약한 것도 한 원인이다. 자식이나 친인척 비리의혹이 제기되면 당사자를 불러 물어본 다음 “본인이 아니라는 데…” 하는 식으로 ‘가이드 라인’을 설정한다. 검찰은 이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출두여부 검찰에 맡겨야

    대통령 조사 요구는 야당이 오버하는 것이다. 정치공세라지만 심하다. 대통령은 재직중 내란죄와 외환죄를 제외한 면책특권을 갖고 있다. 아들들에 대한 구속수사 주장은 성급하다. 증거가 있어야 한다. 자진출두도 그렇다. 출두 여부는 검찰이 판단할 일이다. 특검수사는 검찰수사를 지켜본 뒤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대통령 아들들이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것은 첫째, 야당 생활을 오래 하느라 변변한 직업을 갖지 못한 데다 돈이 없어서다. 돈과 직업이 없으면 유혹에 빠지기 쉽다. 둘째, 주변에서 대통령 아들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다. 셋째, 대통령이 자식을 엄하게 관리하지 못한 탓이다. 대만의 장제스 총통은 어느날 정보기관으로부터 며느리가 여기저기서 보석을 챙긴다는 보고를 받자 며느리를 집밖으로 불러냈다. 며느리가 집을 비운 사이 수사기관에서 압수수색을 했는데 실제로 엄청난 양의 보석이 발견됐다. 장제스는 며느리에게 밥을 사주며 “이게 마지막 식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며느리는 집에 돌아간 직후 자살했다. 장제스의 각오로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가족이나 친인척의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 있다. 재임중 아들이 구속됨으로써 정치적 식물인간이 됐던 YS의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김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공적단체인지 개인단체인지 불분명한 아태재단에서 아들을 일하게 한 것은 잘못이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면 특검제는 필요 없다.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는다면 국민여론 때문에 특검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반드시 임기중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김대통령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퇴임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청문회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다. ‘홍 트리오’가 저지른 일에 비하면 김현철씨는 나은 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모든 건 대통령의 책임이고 잘못이다. 세 아들과 아태재단 비리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퇴임하면 절대로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아태재단은 하루빨리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김태통령이 퇴임 후 아태재단에 들어가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전두환의 일해재단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성의 문제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마구 해먹으니까 여기저기서 다 해먹는 게 아닌가. 결국 도덕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대통령의 업적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도덕성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뒷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시대는 도덕성을 갖춘 정치지도자를 요구하고 있다.

    역대 정권에 비해 나을 줄 알았는데 실망감이 무척 크다. 정치적 허무주의가 더욱 심해질 것 같다. 그러나 이 문제가 정치개혁을 이루려는 새로운 시대 분위기를 망쳐선 안 된다.

    대통령 아들이 국정에 참여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홍일씨가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것은 지역구민의 선택이다. 다만 공천 등에 관여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아태재단도 아버지가 세운 것이니 아들이 직책을 맡을 만도 하다. 직책이 문제가 아니라 그 주변에 몰리는 사람들과 얽혀 이권에 개입하는 행태가 문제다. 또 그것이 먹히는 사회구조가 문제다.

    현재 검찰이 나름대로 수사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특검수사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 수사결과가 나온 다음 생각해볼 문제다. 대선을 앞두고 자칫 국론분열과 비이성적 흥분을 조장하고 집단 히스테리현상을 빚을 위험이 있다. 대통령에게까지 비리혐의가 연결된다면, 원칙적으로는 대통령도 조사 받는 것이 옳겠지만, 재임중 대통령 조사는 전례 없는 일이다. 퇴임 후 청문회를 통한 조사가 적절할 것이다.

    ▼ 노무현

    특별히 정해진 입장은 없고 고민중이다. 단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해서 특별대접을 받아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불이익을 당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야당이 어떤 예단을 갖고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 이인제

    현정권에서 벌어진 문제는 현정권이 끝나기 전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현정권에서 풀지 않으면 다음 정권에 부담이 될 뿐이다. 쓰레기를 놔두면 물에 떠내려가 봄에 인천 앞바다의 꽃게농사를 망치게 된다.

    아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주장에는 찬성할 수 없다. 도덕적 해이와 잘못된 인사의 문제지 제도나 법적 장치가 부족해 발생한 건 아니다. 특히 사정기관의 인사가 문제다. 사정기관 요직에 특정학교 출신을 앉히다 보니 상호 긴장감이 없어진 것이 대통령 아들 문제가 발생한 또다른 원인이다. 특검제 상설화에는 반대한다. 권력형비리가 발생한다면 검찰에 맡기고 그래도 안되면 특검제를 운영할 수 있지만, 항시적 특검제 도입은 검찰권을 약화시키는 행위다.

    ▼ 이회창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꼭대기부터 이렇게 썩은 적은 없었다. 김대중 정권은 국민 앞에 속죄하는 심정으로 대통령 아들들에 관한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고 혐의가 드러나는 대로 사법처리해야 한다. 또다시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으로 적당히 얼버무리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이명재 검찰’은 대통령 아들이든 누구든 권력형비리 관련자 수사에 성역이 없음을 명징하게 입증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 정동영

    각종 게이트가 터져 민주당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세 아들 문제로 걱정이 많다. 국민경선제로 간신히 당이 살아났는데 걱정이다.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 정리할 것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당에 피해가 없다. 일단 검찰의 수사를 주시하자. 검찰의 수사하는 데 장애가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 아들 주변에서 호가호위해온 사람들의 비리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 최병렬

    일단 검찰이 소신을 갖고 이번 사건을 수사해야한다. 검찰에서도 진실을 가리지 못할 때는 특검제를 도입해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대통령에게 원인이 있는 것 아닌가. 만약 아들이 구속된다고 했을 때 대통령이 무슨 낯으로 국민들을 대하겠나. 대한민국 검찰은 평소에는 잘하다가도 로열패밀리 문제만 만나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로열패밀리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자면 특검제를 상설화해야 한다.

    대통령의 아들이 국회의원이나 재단의 부이사장을 맡는 것에 대해 말이 많지만 자유주의 사회에서 직장선택을 어떻게 막겠나. 결국 도덕성의 문제라고 본다. 또한 지나치게 권력이 한쪽에 집중돼 생긴 문제라고 본다. 때문에 당권, 대권 분리 등 권력을 분산하는 추세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대통령 아들로서 깨끗할 자신이 없다면 아무것도 맡지 않는 게 좋다. 비리혐의가 확인되면 마땅히 구속수사해야 한다. 이번에도 검찰이 대충 넘어가면 특검제를 실시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통령 조사도 필요하다. 특히 대통령이 특정사건과 관련해 아들과 교감했다거나 배후관계라는 것이 드러나면 비록 현직이라 해도 조사 받아야 한다. 그것은 김대통령의 정치적 공과(功過)와는 별개 문제다.

    대통령이 아들을 통해 영향력을 지속시키려 했다거나 정권연장 기도 또는 후계체제와 관련된 문제는 아닌 듯싶다. 아들 3형제가 온갖 유혹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정치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려던 것 같은데, 이는 전형적인 권력형 부패다. 과거 정권에서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지속된 관행으로 사회구조적 문제기도 하다. 이제는 예전과 달리 잘 들키고 잘 폭로된다는 사실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만큼 권력의 장막이 얇아졌음을 뜻하는 것이다.

    나라 밖으로는 창피한 일이지만 대통령 재임시엔 그 자식들이 일체의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헌법에 위배될지도 모르지만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홍일씨 경우만 해도 주변에 호남인맥들이 워낙 많으니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는데, 그 아래 두 동생의 경우는 사안이 명백해 보인다.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대통령 아들이 공직을 맡은 것 자체가 문제다. 홍일씨는 사실상 아버지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이는 봉건주의적 양태다. 아태재단은 DJ의 사금고다. 금고지기를 둘째 아들에게 맡긴 것이다. 벌써 구속했어야 했다. 특검제가 필요하다. 현 정권에서 검찰은 권력형비리 은폐기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데는 선뜻 동의하지 못하겠다. 현직 대통령에게는 면책특권이 있으므로 재임중 조사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는 통치의 정당성과 정통성 및 국가원수로서 갖는 최소한의 카리스마와 관련된 것이다. 퇴임 후 청문회를 통해 조사하면 될 것이다. 대통령 아들 문제는 3김식 정치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과도 관련돼 있다. DJ는 돈에 의한 통치, 돈에 의한 공작정치에 익숙한 사람이다. 당연히 막대한 정치자금이 필요하다. 이것을 직접 챙기기는 곤란하고 그렇다고 남에게 맡기자니 불안하니까, 친족과 처족을 동원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권력기관간 상호견제기능이 마비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국회·국정원·검찰 등이 상호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권력기관의 주요 자리를 친인척이나 ‘고향 까마귀’들로 다 채웠다. 그러다 보니 비판과 견제 기능이 죽어버렸다. 권력과 권력 비판기구가 일체화돼 사전 경보가 울리지 않는다.

    청와대의 친인척관리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의 자식을 해외로 내보내자는 주장엔 반대한다. 외화낭비일뿐더러 세계화시대 가치관에도 맞지 않는다. 재임중 일절 공직을 못 맡게 해야 한다.

    김대통령은 인간적으로 개인적으로 자식들에게 진 빚이 너무 많았다. 수신제가가 안된 상황에서 빚어진 국가권력남용 스캔들이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이 가족관리를 철저히 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대통령은 1997년 대선에서 이질적인 정당인 자민련과 손잡았기 때문에, 측근이나 동교동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었다. 김홍일씨는 연청 회장을 지냈고, 정권창출에 크게 기여했다. 김홍업씨도 대선에서 공을 세웠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이들을 엄정하게 관리할 수 없었다. 권력이동 과정에 기업체나 정치 브로커들이 이권을 노리고 달라붙었다. 그 과정에 아들들을 비롯한 가족·친족이 수단으로 활용됐다.

    대통령의 결단 필요

    구속수사는 당연하다.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들 주변에서는 이미 입맞춤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구속할 수 있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국민들은 검찰수사를 믿지 않고 있다. 검찰총장이 결의를 보여도 그 밑에 있는 인적·지역적 네트워크가 검찰의 독립성과 자립성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 따라서 특검제 도입은 불가피하다. 국가기관은 상호견제와 자율성이 기본이다. 국회와 검찰이 제 기능을 찾으면 권력남용 문제도 사라질 것이다. 인사를 능력 위주로 공정하게 하면 사적 네트워크도 약화될 것이다.

    국가 장래를 위해서라도 김대통령도 재임중 조사를 받는 게 옳다. 임기중 조사 받지 않는다면 퇴임 후에 반드시 받아야 한다. 문제는 그 경우 차기 정권에 부담이 되고, 정치보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면책특권을 갖지만, 지금은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히고 사과할 것이 있다면 사과한 뒤 정치적으로 사면 받아야 한다.

    지난 정권 때도 그랬지만 대통령 아들이 정치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청와대의 친인척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검찰 등 사정기관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여론이 알고 있는데 국가기관이 모르고 있었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검찰 수사가 겉핥기로 진행된다면 특검제를 도입해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지금은 입에 쓰더라도 길게 봐선 정권에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야당의 대통령 조사 요구는 정치공세 측면이 있다. 수사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김대통령의 인격에 비춰 아들들에게 시키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 아들들의 자질 문제다. 지난 정권에서 대통령 아들은 비리의혹에 대한 대가를 치렀다.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비리에 관련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엄중 처벌해야 한다.

    아들 문제의 발단은 한국적 인정주의다. 아들로서 대통령인 아버지를 돕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 중간에 왜곡되고 굴절된 것으로 보인다. 법 절차를 밟아 비리사실이 드러나면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자식을 제도적으로 사회로부터 차단하는 것은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 아들은 아들대로 삶이 있다. 외국에 내보내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것은 폭력이다. 인권침해 소지도 있다. 사회 전체의 분위기와 자식의 됨됨이가 문제다. 키울 때 잘 키워야 한다.

    유치하고 촌스럽다. 동네 업자들이나 하는 짓을 대통령 아들이 저지른 것 아니냐. 대통령이 주변관리를 잘 못하고, 자식들을 방치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해서 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스로 절제할 필요는 있다. 냄새가 나는 곳에 벌레가 꼬이기 마련이다.

    차기정권에 넘기지 말라

    국가권력과 사정기관이 협의한 느낌이 든다. 수사정보를 유출하고 관련자의 해외도피를 도운 것은 말이 안되는 얘기다. 죄가 있다면 당연히 구속해야 한다. 특검제도 필요하다. 국민들은 검찰수사를 믿지 못할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현직 대통령도 조사 받아야 한다. 인사를 잘못했다. 지역적 탕평책을 쓰지 못하고 특정지역 출신 인사를 집중적으로 등용한 것이 화근이다. 대통령의 아들과 친인척, 측근 인사들이 인사에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비선조직의 비중이 너무 컸다.

    차기 대통령에게 부담을 넘기지 말고 김대통령이 스스로 해결하기 바란다. 그런데 그게 매우 어려울 것 같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아들도 공직을 맡으려면 까다로운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 청문회도 활성화해야 하고 언론도 좀더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대통령 아들들의 역사의식이 부족하다. 어느 시대에나 최고 권력자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려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다. 대통령 아들은 왕조시대로 치면 대군이다. 하지만 조선왕조처럼 먼 역사의 일도 아니고 불과 5년 전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 있지 않았나. 역사의식 또는 사명감이 부족했거나 정신적으로 해이해진 것 같다. 김현철씨 경우와 달리 국정개입은 아니지만 지난 정권의 사례를 거울 삼아 처신을 조심해야 했다.

    대통령 아들의 직업은 법적으로 제재할 사항이 아니다. 금지법안을 만들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 뿌리깊은 ‘완장문화’도 작용했다. 결국 아버지의 권위에 기대어 자리를 차지해서 문제가 된 것 아닌가? 연로한 대통령의 자식 사랑이 지나쳤다. 사정기관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도 크다. 처음에 문제가 포착됐을 때 감옥에 보냈다면 개인문제로 귀결됐을 것이다. 초기에 뿌리를 뽑았어야 했다.

    김대통령이 야당 시절 주장했던 특검제를 현 정권 초기에 도입했다면 모양이 좋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상설특검제를 도입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재 이 사건은 검찰이 맡아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이 책임의식을 갖고 확실하게 수사하는 방법밖에 없다.

    수사결과 위법사실이 분명한데 증거 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다면 구속하는 건 당연하다. 대통령도 문제가 있다면 조사해야 한다.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권력형 개인비리지 정권비리는 아니다. 그런데 개인비리를 대통령 자식이 관련됐다고 사정기관이 덮어버리면 정권비리로 커진다. 악수를 두는 셈이다.

    한마디로 참담한 느낌이다.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이 제 역할을 못했다. 한통속이었다고 본다. 죄가 드러나면 당연히 구속해야겠지만 정치공세 수단으로 그런 주장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와 관련자 스스로 비리의혹의 진상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

    특검제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엔 회의가 든다. 먼저 당사자들이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대통령 조사 여부를 논하기 전에 대통령 스스로 이 문제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

    대통령은 아들 문제에 관한 한 자신을 희생하는 자세가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의지가 부족했다. 권력 주변에 얼씬거리는 패거리 탓도 있다. 권력이 남용되다 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권이 보여줬던 모습과 다를 게 없다. 기대가 있었던 만큼 실망도 크다. 한마디로 패거리정치의 산물이다. 집단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려는 정치꾼들의 행태를 대통령이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대처해왔는지 궁금하다.

    대통령의 자기희생 부족

    아들 문제는 현 정권에서 처리해야 한다. 다음 정권에서 청문회를 열어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가 투명하고 깨끗해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현재 제도는 잘 돼 있다. 제도를 제대로만 운영해도 문제의 소지를 크게 줄일 것이다.

    자식은 자식이고 아버지는 아버지다. 연좌제가 부당하듯이,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해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힘을 빌어 부당한 부를 취했다면 문제가 있다. 순전히 아버지의 힘을 빌어서 그런 건지 독자적인 역량 축적으로 볼 것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

    조사결과 구속해야 할 만한 비리가 드러나면 당연히 구속해야 한다. 특검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현재 검찰은 예전과는 달리 수사 의지를 갖고 있다. 따라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마당에 특검을 성급하게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수사에 방해가 된다. 미리 정치권이 나서서 구속을 주장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넘어선다.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결정하자.

    이 사건은 핵심권력층에 의한 정권비리는 아니다. 권력 주변에 나방들이 달라붙으면서 일어난 사건이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권력이 막강하기 때문에 주변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사직동팀이 그 기능을 맡았었는데 강화하기는커녕 대안도 없이 해체해버렸다. 그래서 측근과 친인척 관리에 구멍이 났다.

    야당의 대통령 조사 요구는 정치공세다. 확증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사건은 국세청을 동원한 정권 차원의 비리와는 성격이 다르다. 어쨌든 성역 없는 수사가 필요하다. 검찰수사결과를 국민이 불신한다면 특검제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