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일방통행식 개혁이 실패 원인
이재명 맞서 보수 외연 확장할 유일한 후보
‘이재명 시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로 중도 확장
탄핵심판은 존중, 당과 국민 통합할 사람
코로나 때 대구에서 의료봉사…국민 위해 헌신
권한 축소형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이 바람직
AI시대 이끌고 지방 소멸 끝낼 ‘초격차 강점’ 장착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서 국정 전반을 통찰하고 110대 국정과제를 설계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현역 정치인”이라고 자신의 강점을 강조했다. 김형우 기자
안철수(63) 국민의힘 의원은 4월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6월 3일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 국민의힘 의원 중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안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은 이번이 네 번째다. 2022년 대선 때는 윤 전 대통령과 후보단일화에 합의하며 국민의힘으로 정권교체에 헌신했다.
안 의원은 대선후보로서 자신의 강점에 대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이끌어본 경험으로 인수위 없이도 임기 첫날부터 국정 운영이 가능한 사람은 나 안철수뿐”이라며 “지금은 과거의 법률가가 아닌, 미래를 이해하는 과학자, 경제인이 나라를 이끌어야 할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책무)를 다하고자 국민을 위해 재산의 반을 기부하고, 2020년 코로나 사태 당시 대구에서 의료봉사에 앞장섰던 것처럼 국민을 위해 헌신할 사람이 필요할 때이며 나는 준비가 됐다”고 부연했다.
그의 다양한 경험과 이력은 대선후보로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다만 윤 전 대통령 탄핵 국회 표결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진 만큼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점은 경선의 걸림돌로 작용할 듯하다. 여론조사도 이를 반영한다. 한국갤럽이 4월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4월 2주차) 조사에 따르면, 그의 지지율은 2%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2%대 지지율의 안 의원이 과연 6월 3일 대선에서 승리해 대권이라는 권좌에 앉을 수 있을까. 대선주자로 잰걸음 중인 안 후보에게 빠르게 질문을 던졌다. 다음은 그와 주고받은 일문일답이다.

안철수 의원은 4월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번째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뉴스1
적폐청산·국민통합·시대교체 절실
대선 출마 동기는 무엇인가.“지금 대한민국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을 겪으며, 미증유의 위기와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분열된 나라가 성공한 사례는 없다. 관세전쟁과 기술 패권 경쟁 등 격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도, 우리는 정치가 미래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국민 갈등을 해소하고,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단지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라, 정치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을 통합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시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출마하게 됐다.”
출마 선언을 하며 “이재명 대표를 이길 수 있는 국민의힘 후보는 나밖에 없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뭔가.
“지금 국민의힘 지지층만으로는 50% 이상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결국 중도층이나 지지 정당이 없는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나 안철수는 수도권, 중도, 2030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내 보수 외연을 확장할 유일한 후보다. 또한 전과 4범이자 현재 12개의 혐의로 재판 중인 ‘범죄 혐의자’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비해 12년간 단 한 번도 추문에 휘말린 적 없는 깨끗한 후보라는 점도 큰 강점이다. 아울러 우리 당 후보들 중 일부는 헌정 질서를 위협한 비상계엄을 사실상 옹호하며 탄핵에 반대했다. 헌법 가치를 외면한 후보들은 이재명을 심판할 수도 없고, 국민에게도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8대 0 인용으로 나온 탄핵심판 결과는 어떻게 생각하나.
“탄핵심판 결과를 존중한다. 헌법재판소에서 오랜 논의를 통해 비상계엄의 위헌, 위법성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선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어떤 전략으로 경선에 임할 계획인가.
“결국 당내에서도 ‘이재명 시대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낼 사람은 안철수밖에 없음을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다. 또한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우리 당 지지자들의 충격과 허탈감도 크다. 상처받은 당을 통합하고,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안철수라는 점을 부각할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한 당원들의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그렇다. 당원들의 충격과 허탈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탄핵에 대한 반대 또한 모두 나라를 걱정하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그보다 당원들의 가장 큰 열망은 이재명 시대를 막아내는 것이다. 따라서 당원들이 전략적 선택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탄핵 표결에 참여한 것을 후회하나.
“후회하지 않는다. 정치적 유·불리는 고려하지 않았고, 헌법기관으로서 헌법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소신에 따른 결정이었다. 당시 비상계엄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며, 이미 국제사회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윤 전 대통령이 더는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안철수 의원이 2020년 3월 13일 대구동산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야
윤석열 정권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한다면.“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킨 집권 연합이 해체된 점, 그리고 우군을 확보하지 않은 채 일방통행식으로 개혁을 추진한 점에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2022년 대선 당시 후보) 단일화 이후 공동정부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집권 연합이 해체되면서 정권의 기반이 급속도로 약화됐다. 아울러 의료개혁 등 윤석열 정권이 추진한 개혁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면서 우군도, 추진 동력도 확보하지 못해 처참히 실패했다.”
개헌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개헌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87년 체제는 수명을 다했고, 개헌을 하지 않으면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라는 비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한 헌법이 만들어진 지 40년 가까이 되면서 기본권을 비롯한 국가의 가치에서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개헌해야 한다. 한국의 대통령은 대통령제의 상징인 미국보다 훨씬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행정권만 가질 뿐, 국회 동의 없이 주요 간부를 임명할 수 없으며, 예산 편성권, 입법 권한, 감사 권한도 없다. 이에 비해 한국 대통령은 행정권 외에도 인사권, 예산권, 정부 입법권, 감사권 등 5대 권력을 모두 갖고 있다. 사실상 임기 5년인 왕(王)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국정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위해 권한 축소형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 아울러 잦은 탄핵 등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막고, 중앙정부에 집중된 입법권과 재정권 등을 지방정부로 이양해 진정한 국가균형발전에 집중하는 개헌이 필요하다.”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를 막을 방법이 있나.
“지금 야당의 입법 폭주, 탄핵 남발 등 입법권 남용은 물론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대립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제도의 문제이자 정치의 문제다. 정치가 사라지면서 힘에 의한 대결이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수 회담 등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제도적으로는 탄핵의 절차와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근본적으로는 진영 대립을 부추기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국민의 정치 지형이 의석수에 반영되지 못하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문제가 크다.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해야 한다.”
‘가장 역동적이고 강한 나라’가 목표
안철수 후보는 4월 13일 대선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신성장동력 확보 △정치개혁 △연금개혁·교육개혁·노동개혁·의료개혁·공공개혁 완수 △지방균형발전 △안심복지 △주거복지 △저출생 대책 △외교·안보·통일 △스마트 농어촌 육성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주권 확보 등이다.대통령이 되면 어떤 정책 비전으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계획인가.
“‘신성장과 미래, 대한민국의 시대교체와 제2의 과학입국’이라는 주제로 이번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과학기술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초격차 기술(경쟁사와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는 압도적 기술)’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국가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 그래서 인공지능(AI), 반도체,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K-서비스 산업을 5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강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대로 개헌을 통해 낡은 87년 체제를 넘어서고 연금개혁, 교육개혁, 노동개혁, 의료개혁, 공공개혁을 완수해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겠다. 이 밖에도 각 지역을 신성장 거점으로 연결해 지방 소멸 시대를 끝내고 지방정부의 시대를 열며,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책임지는 안심 복지를 구현하겠다.”
대통령후보로서 본인의 ‘초격차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지도자는 도덕성과 청렴성, 그리고 실력을 갖춘 사람이다. 나는 의사로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왔고, 정보기술(IT) 창업가이자 경영자로서 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만들어왔다. 의료대란, AI 시대 등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풍부한 현장 경험과 실력을 갖추고 있다. 지금은 과거의 법률가가 아닌, 미래를 이해하는 과학자이자 경제인이 나라를 이끌어야 할 시대라고 본다. 또한 이번 대통령은 당선 이후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서 국정 전반을 통찰하고 110대 국정과제를 설계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현역 정치인이기에, 임기 첫날부터 즉시 일할 수 있는 사람이다.”